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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Dec 09. 2023

이낙연, 제2의 손학규를 향해 가고 있는가?

대한민국 정치인-7

https://youtu.be/_io5qouRZg0?si=z7-8ezfAVmUa_pd8

* 선거도 다가오고, 제3지대론 떡밥도 돌고 있어서 이낙연 이야기도 한번 해보기로 했다.


오늘날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이낙연이라는 정치인은 국민의힘 정치인들 이상으로 증오를 받는 존재다. 얼마 전 민주당 게시판에 올라가서 이틀 만에 5만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가 당 지도부가 급히 내려버린 이낙연 출당 청원은 민주당 지지층들이 그를 어느정도로 미워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이낙연이 처음부터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수박"이라며 미움을 받는 정치인은 아니었다. 2021년도 초까지는 그래도 민주당을 넘어 전체 대권주자 지지율 순위에서 가장 앞서가는 게 이낙연이었으며 당시는 총선 압승을 통해 민주당이 180석의 국회 다수당이었기에 이낙연의 위상은 매우 높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잘 나가던 이낙연은 왜 갑자기 고꾸라졌을까?


일단 이것부터 얘기하고 가자면 워낙 "엄중낙연" 이미지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퍼져있어서 그렇지 사실 이낙연이라는 정치인이 가진 특성은 정치공학적 관점에서는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 당장 민주당 정치인들 중 가장 중도층, 보수층으로의 확장성이 좋은 사람이 누군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일단 추미애는 워낙 강경파인데다가 하필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정치에 입문하게 되는 명분을 스스로 제공해줬기에 거기서부터 확장성에 리스크가 존재하며 박용진은 인지도가 낮은 편이라 정치 저관여층 중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현직 당대표인 이재명 또한 민주당 지지층에게서는 압도적인 신뢰를 받고 있고 야권 전체 대권주자들 중에서는 가장 앞서고 있는 정치인이지만 사법 리스크는 앞으로도 한동안 따라붙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것은 두고두고 반대 진영에 의해 약점이 될 것이기에 확장성이 무조건 좋다고 하기 애매하다.


그래서 소거법으로 이들을 지우고 나면 남는 것은 이낙연과 김부겸, 정세균 정도일 것이다. 이 셋이 민주당 정치인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온건파 스탠스를 보이면서 외부로의 지지층 확장에 가장 유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이낙연은 민주당 치고 보수적인 성향이라 그런지 비록 지금은 몰락했다지만 과거 전성기 시절에 안희정이 가졌던 강점들을 그대로 흡수할 여건이 된다. 사실 이제와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이낙연이 최소한 예전 2017년 대선 당시의 안희정만큼의 정치적 감각만 가지고 있었어도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과 진보파에 맞서는 중도파 포지션을 잡을 기회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낙연이 민주당 내에서 주류에서 비주류로 밀려난 지 오래라는 점이고 이는 이낙연 본인이 스스로 까먹은 부분이 크다.

내가 생각하는 정치인으로서 이낙연의 문제점은 첫번째는 정치적 판단력이 미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총리로써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민주당 당대표로 있는 동안의 이낙연은 솔직히 까고 말해 행보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었다. 역대 민주당 당대표를 굳이 손학규, 정세균, 한명숙까지 갈 필요 없이 문재인, 추미애, 이해찬만 봐도 한 가지 정도는 각인될 만한 행보를 보였는데 이낙연 당대표 시절은 막말로 얘기하자면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의 김한길-안철수 지도부보다도 존재감이 없었다. 김한길-안철수 때는 지방선거라도 했었고 결과도 아쉽긴 했지만 무승부는 했다. 그러나 이낙연 지도부 때는 이렇다 할 이벤트를 당이 주도하지 못했다. 이낙연 최악의 정치적 실책으로 유명한 2021년 재보궐선거의 경우는 엄밀히 말하자면 이낙연이 그때 대선 출마를 위해 당대표에서 사퇴하고 선대위원장으로 지휘한 것이라 일단 당대표 시절의 행보는 아니었다. 게다가 그때 괜히 전임 시장 문제 때문에 벌어진 재보선에 공천하다가 서울, 부산 모두 따이는 명백한 자충수를 저질렀기 때문에 이낙연의 정치적 입지를 역으로 축소시킨 실책에 가깝다.


또 한번의 정치적 판단 미스는 경선불복 논란이었다. 이게 지금까지도 민주당 당원들 사이에서 이낙연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원인인데 한국 정치에서 부정선거 드립이 먹히던 시절은 4.19 혁명 때나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그걸 21세기에 치니 문제였다. 게다가 이낙연이 민주당 180석 신화의 주인공이었던 시절인 2020년 총선이 끝났을 때 부정선거라며 난리치던 미래통합당 민경욱의 모습과 그가 과연 세간에서 어떠한 평을 받았는지만 잘 생각해봤어도 경선불복 드립은 치면 안 되었다.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봐도 당시에 이재명으로 후보가 결정된데다가 한국 정치사에서 최종 후보가 된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것에서 경선불복은 먹힐 수가 없었다. 일례로 국민의힘에서도 홍준표가 아닌 윤석열이 대선 후보가 되자 후보 교체 여론이 발생했는데 정작 그걸 한마디로 일축해버린 것은 다름 아닌 윤석열과 껄끄러운 관계였던 당 대표 이준석이었다.


두번째 문제점은 자신만의 정치적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유권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문단에서 이낙연이 확장성이 좋은 정치인이라 평했는데 이건 잘 활용했을 경우에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지, 잘 못쓸 경우에는 그냥 말 그대로 죽도 밥도 안 되는 결과만 가져오는 일종의 양날의 검인 특성이다. 한참 전에 민주당 당대표였던 손학규가 바로 전형적인 죽도 밥도 안된 케이스였는데, 분명 능력도 있었고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구호도 신선했지만 정치적 쇼맨십이 너무 심각하게 괴멸적인 수준이라 그 장점을 다 말아먹고 퇴물이 된 케이스였다. 반대로 지금은 정치적으로 다 죽어버린 사람이라서 언급하기는 뭣하지만, 2017년 대선 당시의 안희정은 어중간한 스탠스를 취하던 문재인보다 이원집정부제와 대연정이라는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있고 또 급진적이라 중도층 지지에 한계가 있던 이재명보다 유연한 스탠스를 보이면서 중도보수 표심을 흡수해 급속도로 성장하는 등 자신의 특성을 상황에 맞게 잘 활용하는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이낙연은 그런 것이 굉장히 부족했다. 물론 저번 대선 당시 경선을 앞두고 "신복지 국가"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뭔가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려고 한 시도는 좋았지만 사실 보여줬을 거면 민주당 대표 시절에 했어야 한다. 즉 너무 늦은 타이밍인 셈. 게다가 대선 이후로도 그런 비전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한 채 잠행했다가 이제야 기어나왔으니 선택도 잘못했다. 반면 이낙연의 경쟁자인 이재명의 경우는 기본소득이라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뇌리에 각인이 잘 되는 것과 더불어 자신만의 확고한 특성으로 자리잡을 만한 독자적인 비전을 제시했고 이게 나중에 가서는 자신의 지지층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큰 자산이 되었다. 이렇듯 이낙연은 당내 진보파인 이재명에 맞서 중도파라는 점을 어필해 확장성을 유지하면서도 자신만의 독자적인 아이덴티티, 그것도 남들에게 이낙연 하면 확실하게 떠오르게 할 만한 것이 있어야 했지만 어쩌면 과거의 안희정보다도 퇴화되고 손학규와 비슷한 정치적 감각만 보였다.


세번째는 두번째 이유와도 연결되는 부분인데 이낙연이라는 정치인이 독립적인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보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낙연의 주지지층은 아는 것처럼 "문파"라고 불리는 친문 지지층을 계승한 집단인데 그래서인지 이낙연은 항상 "문재인 정부의 국무총리 이낙연"을 집중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문파를 지지층으로 두는 거야 그럴 수가 있지만 선거에서 더 우세하려면 지지층 모으는 전략으로 문재인 정부와의 연관성만 강조하는 것만 하는 행보는 역으로 독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이낙연이 출마한 2022년 대선은 잘 알다시피 문재인 정부의 말기였고 이재명조차도 조국의 강을 건너고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여 더 발전시키겠다고 하는 등 마냥 정부와 연관성만 강조하지 않고 독자적인 행보를 보일려는 시도를 하는 상태였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 인사" 이미지가 아니라 이낙연이라는 문재인과는 차별화되면서 더욱 발전되고 독립적인 정치인으로서의 면모가 제대로 각인이 안 되었다는 얘기다.


"호남의 적자" 강조 이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보지 않는다. 저 슬로건이 마지막으로 먹히던 시절은 2016년 총선 당시의 국민의당이 끝이었고 이후에 민생당이 되면서 망한 것도 지역 기반에만 안주하려던 게 부메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호남의 적자" 이미지는 이낙연보다 박지원이 훨씬 더 압도적이라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이낙연이 정치인, 더 나아가 차기 대권주자로 성공하기 위해 취했어야 할 행보는 자꾸 문재인 정부와의 연관성, 호남의 적자 강조로만 지지층을 결집시킬 생각을 해서 문재인, 호남 없이는 아무런 가치가 없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스스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이낙연이라는 정치인만이 갖는 비전을 보여줬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신복지 국가 화두를 꺼낸 것은 그나마 이낙연이 정치적으로 잘한 선택이라고 보는데 사실 그것도 조금 타이밍이 늦었고, 무엇보다 경선이 떨어진 이후로도 차기를 노리는 이낙연만의 정치적 아이덴티티로 우려먹지 못한 게 가장 큰 한계였다.

이낙연-비명계 신당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사실 가능성에 대해 회의감이 있는 지점이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현재 소위 "수박" 혹은 "가결파"라 불리는 민주당 내 비명계 의원들의 입지 자체가 안전할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확실하게 안 할 것이라고 단정하기가 좀 그렇다. 먼저 회의감이 있는 부분이라면 일단 비명계 신당이 창당된다고 가정했을 때, 따라나갈 의원 수가 얼마나 될 지 여부인데 이는 민주당의 기반 자체가 위태로웠고 떨어져나간 국민의당이 박지원, 안철수를 중심으로 확고한 기반이 있던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는 얘기다. 현재 선거 판세는 민주당에 유리한 상황이고 또 설령 신당이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한다 해도 민주당이 총선을 이긴다면 얻을 콩고물이 없다. 표 갈려서 민주당이 졌을 경우에는 더 최악인 시나리오인 게 야권 지지층 전체의 혐오를 집중적으로 받게 될 거고.


게다가 이낙연과 비명계의 문제가 독립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이미 퇴임한 대통령인 문재인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상황이다 보니 따라서 이기택을 김대중이 새정치국민회의 창당을 통해 박살낸 것처럼 신당 창당이라는 방법을 통해 이재명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고 야권의 주도권을 이낙연이 쥐려면 현역이 아닌 전임 대통령일지라도 문재인의 협조는 필수다. 멀리 갈 것 없이 이낙연의 주요 지지층과 민주당 지지층 상당수가 과거 전 정권 시절에 어느 정치인을 지지했는지와 그 상징성을 생각해보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재명과 문재인 사이가 만약 안 좋다고 하더라도 이미 정치에서 물러난 문재인이 언론의 주목을 받아가면서까지 민주당에 들이받고 탈당할 이유는 지금으로서는 전혀 없다. 어차피 대통령 임기 끝난 문재인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반은 가는 상황인데 뭐하러 사람들이 다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딱 봐도 아사리판날 곳에 굳이 다이빙을 할까? 그러니 문재인의 협조 없는 이낙연-비명계 신당이란 사실상 문재인 없는 친문계 또는 노무현 없는 친노계와 다를 바 없으니 명분조차 없는 셈.


다만 그래도 신당의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고 보는 점이라면 더 이상 비명계나 이낙연 쪽은 민주당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는 상황까지 왔기 때문이다. 그게 가장 잘 드러난 해프닝이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였는데 이때 민주당에서 반란표가 나왔고 그 중심에는 이낙연의 측근들과 비명계 의원들이 있었다. 가결 직후 친명계의 2인자이자 당 수석최고위원인 정청래는 가결파 색출을 얘기하며 당대표 등 뒤에 칼 꽂은 배신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하였는데 설상가상으로 영장실질심사가 기각되어 이재명이 다시 당대표직 업무에 돌아와버렸다. 이재명을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일종의 쿠데타(?)를 했던 게 비명계였는데 실패로 끝난 것은 물론이고 그 후폭풍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 셈이다. 즉 비명계는 이제 민주당 내부의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기에 앞으로의 입지가 매우 위험해진 상태라서 불가피하게 당을 떠날 가능성 역시 배제 못한다는 말이다.

만약 이낙연이 민주당을 나가 새 활로를 찾기로 결정했다고 가정한다면(어디까지나 가설이다) 현실적인 여건상 본인이 계승하겠다고 하는 김대중보다는 자민련의 김종필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제3지대의 장기적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내각제 개헌론자였던 김종필의 방식은 나름 의미가 있었는데 그는 제3지대의 역량과 한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캐스팅보트로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매우 잘 잡은 노련한 정치가였다. 겉으로 보기에 자민련은 충청도 지역주의 정당으로만 인식되겠지만 내각제 개헌 담론은 김종필의 정치 인생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졌으며 그 목표를 위해 한나라당보다 오른쪽이었던 김종필이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와 손을 잡는 것을 마다 하지 않는 용인술을 선보였다. 결국 그리하여 자민련은 비록 다수당까지는 가지 못했고 막판에 무너졌지만 최소한 김대중 정부의 연정 파트너로 참여하는 성과를 거두며 역대 제3지대 정당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남게 되었다. 어쩌면 얼마 못가 금방 꺼져버린 2016년도의 국민의당 돌풍보다도 훨씬 성공적인 게 김종필과 자민련이었으니 그들의 사례를 학습하고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발전시키는 게 신당 창당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의 입장에서는 가장 나은 방안일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보는 신당 창당이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으로 본다. 만약 민주당에서 분당이 이뤄진다고 해도 이낙연을 따라서 같이 나갈 사람이 얼마나 될 지는 의문이며 비명계라고 할 지라도 대부분은 여전히 이재명 밑에 붙어있을 것이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보장이 전혀 없고 이낙연이 과거의 국민의당 시절 안철수만큼의 신선한 이미지도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낙연이 탈당 후 신당을 창당하면 국힘 내 비윤계 또는 금태섭 같은 이들과 함께 할 수밖에 없을텐데 문제는 그러다가 잡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과거 바른미래당만 해도 보수정당 인사인 유승민과 이준석, 하태경과 민주당계 인사인 손학규, 김한길, 그리고 안철수가 같이 손잡고 한 살림을 차렸지만 삼등분으로 갈라지며 붕괴하게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의외의 사실을 밝히자면 2021년도에 대선 경선할 당시, 나는 이낙연의 정치적 몸값에 대해서 꽤 긍정적으로 봤었다. 물론 내가 친문도, 민주당 당원도 아니었던 탓에 지지하진 않았지만 정치공학적 계산대로라면 당시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터져나올 때라서 그런지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낙연이 대선 후보가 되고 국민의힘의 후보로 노련한 스타일인데다가 경쟁력이 강한 홍준표가 떨궈진 후 대신 그때 실언 논란으로 말이 많던 윤석열이 나온다면 생각 외로 중도층 표심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을 거라 생각했었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다기엔, 이제는 이미 다 끝난 일이라 계속 추측해보는 건 무의미하다고 보지만 어쨌든 그만큼 나의 이낙연에 대한 평가는 문재인 정부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나쁘진 않았었다. 왜냐하면 나는 기본적으로 김대중의 구 민주당을 노무현의 신 민주당보다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인데다가 이낙연이 대선주자로 나오면서 전성기 시절의 안희정과 유사한 특성이 살짝 보였던 게 정치공학 관점에서도 잘만 쓴다면 훌륭한 강점이 될 수 있을거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도 괜찮게 보는가, 묻는다면 솔직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현재 국민의힘, 민주당 양쪽에 회의감이 드는 건 사실인데 그렇다고 신당 창당설이 떠도는 이낙연이나 이준석한테도 딱히 기대가 안 되는 상황이다. 또한 이낙연이 예전 안희정과 같은 유연한 확장성이라는, 이재명과는 차별화되는 자산을 가지고도 정치적으로 무너진 건 본인 책임 역시 크기에 특별히 쉴드쳐주고 싶진 않다. 아무튼 이젠 한국 정치에 대해 아무런 감흥도 못 느끼겠다. 때마침 조국, 우병우 같은 리얼 범죄자들도 총선이 다가오니 얼굴 도장 한번 찍으려고 난리났던데 얼마나 정치판이 더 추악해질련지도 모르겠는 건 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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