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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Dec 20. 2023

이란 정치체제와 이념 구도

이란 정치에 대한 기본적인 해설

https://youtu.be/Nabrlifa3sk?si=FhULgl6MR2cd48aD

이란의 정치 구도는 크게 4가지 단체로 구분되는데 그 주인공들이 바로 온건보수파, 중도실용파, 개혁파, 강경보수파들이다. 이들의 의견은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아마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하면 바로 최고지도자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온건보수파와 강경보수파는 최고지도자의 지위와 권한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옹호적인 반면 중도실용파와 개혁파는 헌법에 따라 제한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3년 오늘날 이란의 대통령이 중도실용파 계통의 로하니에서 강경보수파의 라이시로 바뀐 만큼, 점점 핵 문제나 시아파 중동 전략에 있어서 이란의 강경한 행보가 더욱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1. 이란 정치 구조의 특징


아마 이슬람 역사상 이슬람 법학자가 정치판에 뛰어든 경우는 유례가 없는 일이라 이란의 이슬람법학 통치론에 근간한 정치체제는 어떤 의미에서 혁명적인 시도일 것이다. 이란에서 특별히 이슬람 법학자의 영향력이 수니파 국가들보다 강한 것은 종교적 열정이 강해서라기 보단 그들이 외세에 맞서 국민들을 단결시키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란인들은 홈스를 통해 공동체를 지탱해왔고, 이슬람 법학자들은 토지개혁, 담배, 전매특허 등 팔레비 왕조와 서구의 이권 침탈에 맞서 반대의 선봉장에 서면서 대중들의 지지를 받았었다. 더욱이 팔레비 왕조는 이란 국민들의 종교성을 무시하고 세속주의를 내세우며 하향식 개혁을 강제했기에 왕정의 공포 통치에 반감 있는 국민들이 호메이니에게 이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신정 혁명 이후 탄생한 이란의 정치체제는 호메이니의 이슬람법학 통치론과 민주주의를 조합해 "이슬람 민주주의"라는 독특한 제도를 만들어냈다. 즉 민주주의와 영성 및 종교적 정부의 조합이라는 새로운 틀인데 이란 정치인들의 말에 따르면 세계 각지의 민주주의는 영성이 없는 세속적 체제라 고통을 겪지만 이란은 애초부터 이슬람 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란의 정치체제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라는 국호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이슬람과 공화제를 섞은 양식의 혼합 체제라는게 보인다.


이슬람 체제의 핵심은 이슬람법이다. 무슬림이 믿는 종교관에 따르면 인간을 창조하고 부활시켰으며 인간 존엄성 및 자유의 근원인 전지전능한 유일신이 예언자를 통해 계시를 전달했는데 그게 신의 뜻을 담았다는 샤리아다. 따라서 이슬람법은 무슬림 삶의 전반을 규율하는 생활규범으로 이슬람법학자는 이를 바탕으로 무슬림이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1979년 혁명 이후 들어선 이란 신정체제가 그런 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맘을 대리하는 이슬람 법학자로 최고지도자를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이슬람 법학자들은 이슬람법은 사회와 정치 현실에 적용하면서 이슬람을 수호하고 그 첨병으로 있는 것 중 하나가 혁명수비대다.


공화국 체제는 이슬람 체제 밑에 자리하고 있다. 이란은 다른 민주국가들처럼 국민의 직접 선거로 행정부와 입법부를 구성하고 있는데 행정 수반 대통령의 임기는 4년이고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다. 사실 1989년 전까지는 대통령직과 총리직이 공존하면서 행정 수반 자리를 놓고 논쟁이 있었지만 헌법이 개정되면서 일단락되었다. 대통령은 국무회의 의장으로 1명의 제1부통령과 12명의 제2부통령을 둘 수 있으며 18명의 장관과 외교대사에 대해 임명권, 해임권 모두 가지고 있다. 임명 시에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나 반면 국회에서 통과된 법이 시행되려고 해도 대통령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런가 하면 정보부 장관은 이란 내 모든 정보를 총괄하는 자리라서 임명 시에 대통령은 자신보다 상관인 최고지도자와 의견 조율을 무조건 거쳐야 한다.


그렇지만 국회도 권한이 없는 건 아니다. 대통령, 행정 각료에 대한 탄핵 소추가 가능한데 실제로도 시행된 적이 있었다. 1981년 초대 대통령이자 이슬람 법학자들하고 충돌하였던 바니 사드르가 탄핵으로 쫓겨났으며 또 1998년 하타미 정권의 내무장관이었던 압돌라 누리가 반정부 시위 및 인권 운동가를 옹호했다가 탄핵당했다. 보수파 정권에서도 탄핵이 없던 게 아니었는게 아흐마디네자드 정권 시기인 2011년에 베흐바하니 교통부 장관이 부적절한 인사 정책을 하다가 국회로부터 집단적인 항의를 받고 결국 탄핵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입법부인 국회는 국민 직선으로 임기 4년의 국회의원 290명을 선출한다. 이 중 5석은 소수 종교에 할당되는데 그 대상은 조로아스터교, 유대교, 아시리아 정교, 아르메니아 정교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장은 의원들이 선출한다. 참고로 이란에는 정강을 가진 정당이 존재하지 않는데 물론 이란의 헌법에는 정당 설립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지만 호메이니가 집권당인 이슬람공화당의 내부 불화와 갈등을 비판하면서 1987년 6월 공식적으로 해체시킨 것 때문에 지금까지 없는 것이다. 이후 1988년 새로운 정당법에 의해 정당설립을 허가제로 바꾸었으나 지금까지 허가된 정당은 없고 단지 정치단체만이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선거는 정파를 중심으로 치르는데 정당 대신 인물 중심 투표가 우선시되고 있다. 국회는 법을 만들고 국제조약을 비준하고 국가예산을 승인하며 국정 전반에 걸친 문제들을 연구 조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런 공화국 체제는 이슬람 체제의 하부구조일 뿐이다. 왜냐하면 입법부와 행정부 모두 이슬람법을 적용하고 해석하는 이슬람 법학자들, 즉 최고지도자와 전문가의회, 헌법수호위원회의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당장 이란의 진짜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최고지도자는 국민이 아닌 전문가의회에서 이슬람 법학자들끼리 의논하여 선출하고 그렇기에 군 통수권부터 국방, 사법, 언론 등 이란 사회 전 분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최고지도자는 각 분야에 자신의 대리인을 파견하여 감시할 수 있는데 이는 행정부 22개 부서에도 마찬가지인 사항이라 얼마든지 대통령을 감시하고 정부 정책을 감독하는 일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 외에도 종교에서 각 주 예배 인도자를 임명하는 종교적인 업무도 하고 외교 현안에서도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가의회는 헌법 107조에 따라 구성되었으며 임기 8년 동안 86명의 법학자들이 이끌어 나간다. 당연히 출마를 위해서는 이슬람법에 능통해야 하고 원칙상으로는 여성도 출마 자격이 있으나 이란 내 여성 이슬람 법학자가 거의 없는 관계로 지금까지 안 나오고 있다. 전문가의회는 최고지도자를 감독하고 또 해임시킬 수도 있지만 아직까진 선출만 하고 해임은 해본 적이 없었다. 또 연 2회 소집된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은 바로 공포되지 못하며 헌법수호위원회의 검토를 한번 거친 후에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게다가 대법원장 임명권은 최고지도자 권한이고 법무장관은 대법원장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있는데 그만큼 이란에서 이슬람 법학자들의 위상이 매우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헌법 90조에 근거한 헌법수호위원회는 12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6명은 최고지도자에게 임명권이 있고 나머지 6명은 최고지도자가 임명한 대법원장이 직접 선발 후 국회에 추천하여 국회가 임명하게 한다. 임기는 6년인데 첫 재임기간에 한하여 임기 3년이 지나면 위원 50%를 교체한다. 이 헌법수호위원회의 권한이 얼마나 막강한가 하면, 대통령 선거, 전문가의회, 국회의원 출마 자격도 그들의 심사를 거쳐서 검증에서 통과되어야만 최종 후보로 나설 수 있는 시스템이니 말 다했다. 결정적으로 최고지도자는 이란 정규군 외에 이슬람 혁명수비대라는 준군사조직을 또 하나 더 가지고 있는데 이게 이란 정치의 이중구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점일 것이다.

2. 이란 정치의 이념 구도


앞서 말했듯이 이란은 1987년 이슬람 공화당이 해산된 이래 지금까지 분파주의로 이념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 이는 민주국가 뿐만 아니라 다른 권위주의형 국가들과도 상당히 차이나는 부분인데 일당 체제도 아니고 구색정당 체제도 아닌 분파주의 구도니 말이다. 이러한 분파주의는 오늘날까지도 이란 정치의 토대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들의 이데올로기적 지향과 대립 구도는 이란을 이해하는 것에 있어서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란 이념구도를 형성하는 4개의 이란 정치분파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이란 정치체제의 토대인 이슬람법학자통치론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 나타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1. 온건보수파


상징적인 인물은 현 최고지도자인 하메이니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호메이니가 만든 최고지도자 모델에 대해 적극 지지한다. 최고지도자의 절대 권력을 옹호하고 시아파 성직자의 역할을 더욱 확대시켜야 한다고 보니 말이다. 이들은 "투쟁하는 성직자 연합"을 필두로 하여 이란의 주요 권력기관을 곳곳에서 다 장악하였고 그 외에도 전국적인 상인단체와 종교단체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한마디로 1989년 하메이니가 호메이니의 후임으로 최고지도자로 선출되었을 때부터 이 세력들은 이란의 실세로 군림하고 있다는 얘기로도 볼 수 있다.


또한 이들은 사회문화적으로 엄격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서방의 자유주의 문화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과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이슬람 전통에 대해 모든 국민들이 복종할 것을 강조한다. 예를 들면 이슬람 복장을 철저히 준수해야 하고 사우디만큼은 아니지만 여성의 사회 참여를 제한하는 등의 행보 말이다. 경제관에서는 서방 세계의 제재에 맞서 자립경제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2014년 하메이니가 발표한 "저항 경제"라는 언급에서 잘 드러난다. 그가 말한 저항 경제란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지식기반 산업을 토대로 한 자립경제 체제를 구축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서방 제재로 가스 수출이 힘들어진다 해도 살아남을 발판을 만들자는 얘기다.


그들은 원칙적으로 사유 재산과 기업가 정신을 옹호한다. 온건보수파들은 국가의 시장 개입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는데 그 이유는 자유로운 상인 경제를 통해 종교 기관에 기부금이 증가하면 성직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파악하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상인 네트워크와 시아파 성직자 간의 유착은 어제오늘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신이 만든 질서의 본질이라고 해석한다. 따라서 이러한 불평등은 본질적으로 근절될 수 없기 때문에 자선 행위와 국가 보조금과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경감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2-2. 중도실용파


대표적인 인물을 꼽자면 라프산자니, 로하니 전 대통령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1989~1997년 기간 동안 대통령직을 연임하였고 지난 2005년 대선에도 참여했다가 결선 투표에서 강경보수파 계열의 아흐마디네자드에게 패배하였다. 그러다가 2013년 6월 4일 제11대 이란 대선에서 로하니의 당선을 계기로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시작했으며 그는 2017년 5월 19일 제12대 대선에서 연임에 성공해 승승장구하나 했으나...미국에서 트럼프가 취임하고 이란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가장 큰 업적이었던 제재 해제 성과마저 물 건너갔다. 그 결과 지금 다시 이란의 정권을 잡은 것은 보수파 계열의 라이시가 되었다.


중도실용파의 성향은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을 보면 알 수 있는데 그는 재임 시절 보수파와 실용파를 모두 등용하였다. 또 정치적 자유보다는 경제 성장에 집중하였는데 지금까지도 라프산자니는 보수파와 친분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 로하니의 경우는 저번 대선에서 개혁파와의 단일화도 성사시킬 정도로 개방성이 있다. 또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공공의 영역에서 여성들의 사회참여를 "이슬람공화국의 기본 원칙"이라고 주장한다. 결정적으로 이들은 상인 중심의 경제체제가 아닌 현대 산업 중심의 체제를 주장하며 고립주의에서 탈피해 개방, 개혁 정책을 하기 위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시도해야 한다고 줄곧 말해왔다. 그 점 때문에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2-3. 개혁파


이 분파는 원래는 시아파 수출을 지지하는 강경파들이었다. 개혁파의 시조 투쟁적 종교지도자연맹은 이슬람 혁명을 다른 중동으로 수출하고 내정은 철저한 국가통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자들이었으나 1990년대부터 하타미를 중심으로 종교지도자의 정치참여를 제한하고 사회 개혁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성향이 바뀌었다. 또 이슬람법학 통치론에 관해서도 개혁파는 최고이슬람법학자의 합법성이 신과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최고지도자의 권위가 헌법과 국민의 주권을 대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통 우파와 신원리주의자와는 다른 견해로 최고지도자의 절대 권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문화적 자유에 대해서도 개혁파는 보다 옹호적이다. 즉 쉽게 말해 이슬람의 원리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기 보다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재해석하여 현대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들은 사상의 자유를 옹호하면서 다양한 견해 차이가 이슬람과 사회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여성의 사회참여 또한 확대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경제 방향에서는 부의 재분배나 사회 양극화 해소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공공재에 대한 국유화를 강조한다. 과거에는 외교적으로 반미, 반서방 성향을 보였으나 이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현재 여성, 지식인, 중산층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2-4. 강경보수파(원리파)


강경보수파는 시아파 무장단체들과 커넥션이 깊은 초강경파 성향의 마즈디의 사상을 이어받은 분파다. 대통령으로 배출된 사람으로는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가 있는데 그가 재임 기간 동안 공개 석상에서 서방 세계와 이스라엘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출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아마 종교주의자들인 온건보수파보다도 어떤 의미에선 훨씬 과격하고 극단적이라고 볼 수 있다. 강경보수파는 서방의 자유주의 문화 침투를 가장 크게 경계하는 집단으로 개혁파와 중도실용파 같은 어중간한 애들이 서구화를 통해 이란 사회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들은 아흐마디네자드 집권 기간 동안 영향력이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또 강경보수파는 최고이슬람법학자의 리더십이 신에 의해 인정받았고 최고지도자의 권위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최고지도자의 결정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충성해야 한다는 것으로 공화제 없는 순수한 이슬람 제도를 선호하며 지금 이란의 이슬람-민주주의 이중 구조에도 크게 우호적이진 않다. 사회문화적으로는 온건보수파보다도 서방 자유주의 문화를 혐오한다고 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말 그대로 매우 심각하게 보수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의 사회 참여는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모든 삶에서 이슬람 규율을 원칙대로 지키면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그러면서도 개혁파 못지 않게 부의 재분배 문제에 적극적인 것이 강경보수파 세력이다. 당장 강경보수파 계열의 아흐마디네자드부터 2005년 대선에서 강력한 이슬람사회를 위한 평등주의를 강조 및 빈곤 타파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거구호로 내세워서 당선되었으니 말이다. 실제로도 아흐마디네자드는 자신의 지지층의 상당수가 빈민층이었기 때문인지 취임하자마자 저소득층에게 현금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과 지방을 방문해서 생필품을 배분하는 정책을 추진했었고 포퓰리즘이라고 비판받았음에도 이 때문에 인기가 한동안 좋았었다. 그러면서도 극단적인 반서방 입장을 보이며 혁명수비대, 급진적인 성직자 같은 집단들과도 적극적으로 유착했으며 덕분에 아흐마디네자드 집권 기간 동안 서방의 대 이란제재 강도는 엄청 크게 올라갔다.

3. 이슬람 법학자와 혁명수비대의 역할


1979년 신정 혁명으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수립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란 정치 시스템에서 최상층부 엘리트로 앉아있는 것은 이슬람 법학자들과 혁명수비대다. 호메이니는 혁명 성공 이후 이슬람법학자 통치론에 따라 정부 및 군대 요직에 이슬람 법학자들을 임명하고 이를 통해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혼란의 공백을 메꿀려고 했다. 당시까지는 이슬람 법학자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다소 있었지만 어쨌든 지금까지도 이슬람 법학자들은 시아파 혁명의 수호자라는 배경 아래 정부 주요 권력기관에서 엘리트 계층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이슬람 법학자가 되기 위해선 호우제 교육을 거쳐야 한다. 호우제 연합회의 설명에 따르면 이란 종교교육 최고 중심지 "곰"에는 300개의 호우제가 있고 학생 수는 남자 7만명, 여자 3만명, 외국 학생 1만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호우제 교육은 크게 4단계로 1단계는 이슬람 교육에 필수적인 것들을 3년 동안 배우며, 2단계는 이슬람 법학과 여러 가지 학문들을 배우고 여기까지 공부하면 세가톨레슬람이라는 일종의 학위를 얻는다. 3단계 또한 3년 과정으로 이슬람법, 철학을 심층적으로 공부하고 호자톨레슬람을 받게 되는데 이는 공식적인 지위는 아니지만 이 칭호를 받는다면 총선거나 전문가위원 선거 등을 통해 정부 요직으로 나갈 기회가 일반 대학을 다닌 세속 엘리트들보다 많다.


3단계를 마치면 자신이 공부하던 호우제를 떠나 대아야톨라에게서 직접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 보통 이 과정은 5년에서 7년 정도로 이슬람법을 심층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을 연구한다. 그 다음에는 자신이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과목을 개설해 학생을 가르칠 수 있고 여기서 해박한 지식으로 권위있는 해석을 내놓게 된다면 "아야톨라"까지 갈 수 있다. 특히 대아야톨라 중에서도 이슬람에 대한 지식이 매우 뛰어난 나머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학문적 권위를 추종하기 시작한다면 "마르자에 타글리드", 줄여서 마르자로 불리기도 할 수 있다.


혁명수비대도 이란 정치의 핵심이다. 아흐마디네자드 정권 시기 동안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한 혁명수비대의 영향력은 점점 비대해지면서 행정기관의 공무원들이나 요직들까지 다 독차지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들은 경제적으로도 이란 국내 총생산(GDP)의 6분의 1에서 많게는 3분의 2까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이며 과거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재건과 참전용사 취직을 위해 생겨난 기업이 혁명수비대의 감독 하에 고르바라는 거대 기업이 되면서 문제가 터진 것이다. 이 고르바는 건설, 탄화수소, 통신 등 지금까지 이란 주요 산업을 위한 최고의 공공개발사업 수주회사로 자리매김해있는 상황이며 게다가 고르바 출신 인사들이 이란 정부 요직들에 기용되고 있다.


아흐마디네자드 정권 시기 민영화 과정에서 혁명수비대 관련 기업들은 민영화 대상 기업들을 대거 인수시켰고 이로써 혁명수비대는 자금을 엄청나게 확보하게 된다. 가장 큰 수입원 중 하나는 이란 핵심 산업인 석유와 가스 관련 계약을 통해 250억 달러의 이익을 챙겨갔던 것이었고 그 결과 오늘날 혁명수비대는 에너지에서 건설, 통신, 자동차 제조, 금융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경제 산업들을 다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 되어버렸다. 그 외에도 비공식적인 밀수 사업까지 포함한다면 혁명수비대 혹은 출신자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슬람 법학자들과 혁명수비대 출신 인사들은 자신들의 지위를 보장하면서도 사회적인 사업 역시 많이 하고 있다. 과거 팔레비 왕조 시기 왕족 재산 관리용이었던 재단들은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와 이슬람 법학자들의 손 안에 들어왔고 가난한 사람들이나 참전장병들을 돕는 용으로도 쓰이는 아이러니한 부분도 있었다. 피억압자와 장애인 재단은 호메이니의 지시로 설립된 기관인데 공식적으로는 비정부 기구지만 실질적으로는 최고지도자의 감독 하에 있다. 이 재단은 수익의 50%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저금리 대출에, 나머지 50%는 다양한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물론 이런 재단들의 목적이 혁명수비대와 이슬람 법학자들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어찌되었건 간에 혁명 이전의 왕정 시대에 비하면 분배 목적으로 쓰이는 부분도 없다고는 못한다.


참고 문헌:


박현도 외, <이란의 정치·권력구조와 주요 정파별 경제정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2

유달승. <이란의 민주주의 연구 -이슬람과 서구식 민주주의의 결합을 중심으로>, 중동문제연구소, 중동문제연구 11(2), 2012

유달승, <이란 정치체제와 권력투쟁: 이란 정치 지형의 향방은?>, Asian Regional Review DiverseAsia Vol.1 No 3, 2018

장지향, <최고 종교지도자와 정치대통령의 갈등과 공존: 조건적 민주주의와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대통령제>, 한국국제지역학회, 세계지역연구논총 26(3), 2008

김은비, <이란의 정권 안보: IRGC를 통한 군사화를 중심으로>, 중동문제연구소, 중동문제연구 20(2), 2021


https://www.jworldtimes.com/old-site/internationalaffairs/political-system-of-iran/

https://www.cfr.org/article/islamic-republics-power-cen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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