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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Dec 27. 2023

한동훈 비대위, 선거를 앞둔 국민의힘 최악의 자충수

대한민국 정치인-외전 (Feat. 국민의힘의 몰락)

https://youtu.be/-wGXH7-ESaE?si=bnE9Qsw6AeB46cOl

* 한국 정치 이야기는 웬만해서 개인적인 지지나 비토의 입장은 현재 정치판이 돌아가는 꼴이 역해서 잘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총선도 다가오고 이슈거리도 나온 김에 잠깐 해볼 겸 한동훈 이야기를 꺼내보기로 했다.


얼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이준석 전 대표는 오늘 국민의힘을 탈당 및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한편 민주당에서는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으며 이낙연 전 총리, 원칙과 상식을 위시로 한 분당 가능성도 여전히 사그라들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사실상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이며 점점 혼돈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의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꼭 총선에서 이겨야 할 의무가 있는 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 한동훈이 운전대를 잡게 되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지지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에 한동훈의 역할은 더욱 막중한 셈이다.


최근에 친구랑 밥 먹다가 김기현 대표 사퇴 후 비대위원장으로 누가 적합할 것 같냐고 떡밥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때 차선은 없을 것이고 그나마 아주 조금 더 나은 차악을 고르자면 한동훈보단 차라리 원희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내가 딱히 원희룡을 정치인으로서 지지하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정치공학적 판단으로만 얘기한 것이다. 어차피 난 국민의힘 지지자도, 민주당 지지자도 아니고 두 정당의 팬덤들에게는 실질적 교주(?)나 다름 없는 윤석열, 이재명 둘 다 갈 수록 비호감이면 비호감이었지 결코 좋게 보이진 않기 때문에 국내 정치에 한해서는 그냥 회색분자 포지션이다. 이야기가 좀 세어나갔는데 아무튼 아직 비대위원장 인선 전에 원희룡을 차악 선택지로 언급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총선이라는 중요한 시즌에서의 정치적 경험의 여부와 윤석열 정권 아바타 문제였다.


한동훈은 우선 정치 경험이 없다. 이런 말하면 외부 인사의 신선한 강점으로 단점을 상쇄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할텐데 그건 그럼에도 정치적 역량이 뒤따라줄 경우에나 가능한 이야기다. 반기문이 한 때 대권주자로 지지받다가 왜 판단 미스 몇 번으로 순식간에 나락에 떨어졌는지와 갑툭튀로 민주당 비대위원장 먹은 박지현이 지금 어떤 꼴이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빠를 것이다. 박지현은 정치인치고 나이가 너무 젊으니까 그렇다 쳐도 반기문은 관료로서 커리어는 확실하게 쌓아온 사람이었다. 그러나 엄연히 관료로서의 능력과 정치가로서의 역량은 워낙 별개의 문제였기에 반기문은 과거 2007년 대선 정국의 주자였던 고건이 그랬던 것처럼 유도리있게 판단하지 못한 채 순식간에 무너져버렸다.

한동훈이라고 안 그럴까? 한동훈도 반기문처럼 정치 경험이 아예 전무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는 기껏해봐야 검찰이나 법무부에서 코스를 밟아온 사람이고 정당 활동이나 국회 근무 경력, 지자체 행정 관련 경력은 사실상 0에 수렴한다. 선배라 할 수 있는 현직 대통령 윤석열만 하더라도 정치 입문 초기에 그렇게나 판단 착오나 실언 논란이 걸핏하면 터졌었고 지금까지도 그런 버릇이 좀 남아있어서 계속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이 대선주자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2021~2022년 당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 여론이 우세했고 특히 부동산 문제로 민심이 민주당에서 이탈한 상태였기에 그 힘을 받았던 것이고 한동훈과 지금 정치적 상황은 구속에 한번 실패한 이재명보다 정부에 대한 비판이 더 많은 상황이다. 이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입증되었으며 이재명 구속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동훈이 주도했다가 실패한 마당에 더 할 말도 없다.


그리고 한동훈이 뉴페이스로 괜찮은 이미지가 있는가 묻는다면 솔직히 거의 없다고 본다. 과거의 안철수가 국민의당 같은 제3당으로 이탈한 후에도 계속 정치적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민주당, 새누리당 양쪽에 반감을 가진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동훈은 이게 전혀 없다. 오히려 윤석열 정권의 2인자였던 탓인지 아바타 이미지만 강하며 이건 민주당이 선거에서 끌고 가고 싶어하는 정권 심판론 프레임에 스스로 판을 제공해주고도 남는 자책골에 불과하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는데 아직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감이 우세하던 시절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국무총리였던 황교안이 출마한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2019년 당시의 황교안이나, 2023년의 한동훈 모두 비호감 세력의 아바타 이미지를 태생적으로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셈.


그런 점에서 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정치공학적으로) 차악으로라도 비대위원장을 고른다면 원희룡이 낫다고 보았던 것이다. 물론 원희룡도 친윤이고 국토부 장관이었던만큼 정권 인사이긴 하지만 어쨌든 3선 국회의원, 제주도지사 출신인지라 외부 인사인 한동훈보단 선거 지휘나 정치적 역량 면에서는 차라리 훨씬 더 나을 것이다. 게다가 아예 2인자라 빼도 박도 못하게 윤석열 아바타 프레임에 당할 입장인 한동훈보다는 미약하게나마 "남원정" 시절 소장파 이미지가 있는 원희룡이 더 소구력이 있을 것이고. 다만 원희룡도 친윤 인사라는 태생적인 한계는 확실해서 어디까지나 한동훈보단 조금 나은 차악인 것이지 결코 차선조차도 될 수 없는 사람인데 문제는 지금 국민의힘에서 그보다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과 이미 정권 심판론에 말려들 수밖에 없는 최악의 카드인 한동훈을 답정너식으로 미리 정해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동훈의 비대위원장 취임사를 읽어본 바로는 내 예상대로 벌써부터 망조의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민주당과 시민단체,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 운동권 카르텔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 자체는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도대체 그 청산한 이후에 선택할 새로운 인물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김한길 같은 보수로 전향한 옛 민주당 인사들? 장예찬, 김병민을 비롯해 청년 정치한다고 들이대는 여의도 2시 청년들? 그것도 아니면 검찰청 내부의 윤석열 사단들? 만약 이 셋 중 하나라면 그건 본인들이 그렇게 까대는 운동권 특권 정치보다도 스스로 못하다는 걸 인증하는 셈이다. 그냥 선택한 인물이나 비전에 대한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운동권 정치만 청산하면 다 해결된다는 건 상대 정당에 대한 네거티브 이상의 효과는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된 철학이나 방향성조차 없다는 점이다. 특히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이 대선 출마를 위해 당을 접수한 이래로 친윤, 윤핵관 외에는 정체성이 없다. 사실 자기들 정당에 소속되었던 전직 대통령 두 명과 그 밑에 있던 사람들을 감옥보낸 검사를 문재인 하나 끌어내리겠다고 다짜고짜 영입한 것부터 발상 자체가 웃음벨이지만 그렇다고 이후에 어떠한 비전이건 철학이건 국민의힘이 제대로 제시한 것도 아니다. 그나마 비대위원장 시절 김종인은 공화주의 강령을 가져왔고 이준석이 당 대표였을 때는 뭐라도 하겠다고 공정 담론도 끌어오고 청년층 지지 유입 등의 시도도 하였지만 지금은 한동훈의 취임사처럼 사실상 이재명과 민주당의 네거티브 목적으로만 존재하고 있다. 내가 몇 번이나 언급했듯이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에 대해서 딱히 지지하거나 고평가하진 않고 오히려 비판도 많이 했지만 그럼에도 지금 국민의힘 내에서 비판 거리가 많은 이준석만큼의 판과 비전을 짜는 능력이라도 있는 사람조차 거의 찾기 힘든 수준이라는 얘기다.


국민의힘 의원들 중 친윤 주류들은 대부분 영남권이나 강원도, 강남 3구 같은 당선 안전권 지역구를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비 지지층을 지지자로 유입시킬 만한 대안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고 오히려 자기 안방 지키기 위해 그런 대안을 앞장서서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다. 혁신위원장으로 들어온 인요한이 영남 의원 험지 출마론을 제시했음에도 아무런 효과를 못 얻는 것만 봐도 그렇다. 당연히 혁신이 제대로 되기가 힘들다. 2021년도에 재보궐선거에 이기며 갑자기 중도층에게도 소구력이 생긴 것도 어찌보면 이미 전년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박살났기 때문에 어느정도 당내에서 자정작용이 될 수 있었던 것이고 그 밖의 요인인 서울, 부산시장의 성추행 문제와 LH 사태 같은 부동산 문제 영향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워낙 이합집산의 역사가 길었던 정당인만큼 혁신이 원래부터 쉽지 않은 정당인데다가 하필 당내 주류가 그 혁신을 절대 못 받아들일 만한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그 결과 오늘날 국민의힘은 완전히 말 그대로 "검찰전위당"이 다 되었다. 윤석열 정부나 친윤 일색에 대한 비판은 다 틀어막히고 있으며 그에 대해 지적하거나 저항하면 이준석처럼 집중적으로 물어뜯기게 된다. 아니면 안철수처럼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인데도 친윤계와 엇갈렸다는 이유로 당정의 공격에 다 노출되거나, 유승민처럼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권력의 뒤끝에 패하거나, 나경원처럼 대통령실 의견 거슬렀다고 공개적으로 조리돌림 당하거나, 홍준표처럼 이상한 명분으로 상임고문직에서 뜬금없이 짤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설령 친윤이라 하더라도 김기현이 그랬듯이 대통령의 분노를 사게 된다면 어떻게든 토사구팽 당하게 된다. 웃긴 것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약 1년 동안 국민의힘은 자기들이 뽑은 당 대표를 고작 대통령실의 의중 하나 때문에 두 번이나 갈아치워버렸는데 솔직히 이게 정상적인 정당의 상황인지 많이 의문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뉴페이스라고 한들, 어차피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정권의 아바타에 불과한 한동훈이 비대위원장으로 왔으니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보다 고마울 것도 없을 것이고 그들이 선거 때까지 이끌어가고자 하는 정권 심판론은 앞으로 더 힘을 받을 것이다. 나도 이제와서 밝히자면 한 때나마 아직 투표권이 없던 과거 새누리당 시절부터 바른정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심지어 국민의힘 초창기까지 이 정당의 오랜 지지자였었던 과거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들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정당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가 없다. 아니, 어찌보면 진박 감별사네 배신자네 논하며 아무 의미 없이 탄핵 찬성 여부 가지고 싸우던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시기의 보수정당보다 다른 의미로 더 내부적으로 썩어문들어진 정당이 지금 검찰전위당인 국민의힘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한동훈 비대위원장 인선은 국민의힘 최악의 자충수가 될 것이다. 이로써 정부 출범 이후 계속 따라붙는 검찰공화국 이미지는 더욱 강화되기 딱 좋은 환경이 되었으며 민주당은 총선 정국, 더 나아가 윤석열 정부가 끝날 때까지 한동훈과 윤석열을 엮어 공세적으로 국민의힘을 몰아갈 것이다. 게다가 정치 경력이 없는 한동훈이 이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하며 빠져나올 만큼의 역량이 있을지도 의문시되는 상황인 건 덤이고. 또한 개인적으로 이준석, 이낙연 중심의 제3지대가 성공할 가능성에는 회의적이지만 어쨌든 이준석 신당이 당선자는 못 내더라도 국민의힘의 표를 빼먹을 정도의 파급력 정도는 있을테고 당연히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내쳤던 이준석이 지뢰가 되어 돌아온 악재를 스스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일단 앞으로 한동훈 비대위를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비대위 전문가인 박근혜는 너무 과분하고 황교안 시절 자유한국당 수준 정도도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으로, 2018년 당시 홍준표가 지방선거 참패로 인해 자유한국당 대표직을 사퇴할 때 올렸던 소위 "마지막 막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겠다. 홍준표도 당 대표 시절 논란이 많았고 비판도 많이 받았었지만 그래도 보수정당에 오래 몸 담았던 사람인만큼 그의 비판이 2023년 국민의힘의 상황에서 봐도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에 굳이 공유해봤다.


" 내가 지난 1년 동안 당을 이끌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계파 이익 우선 하는 당내 일부 국회의원들을 청산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내가 만든 당헌에서 국회의원 제명은 3/2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이를 강행하지 못하고 속 끓이는 1년 세월을 보냈습니다.

마지막으로 막말 한번 하겠습니다.

고관대작 지내고 국회의원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 하는 사람,

추한 사생활로 더이상 정계에 둘수 없는 사람,

의총에 술이 취해 들어와서 술주정 부리는 사람,

국비로 세계일주가 꿈인 사람,

카멜레온 처럼 하루에도 몇번씩 변색하는 사람,

감정 조절이 안되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

친박 행세로 국회의원 공천 받거나 수차례 하고도 중립 행세하는 뻔뻔한 사람,

탄핵때 줏대없이 오락가락 하고도 얼굴 ,경력하나로 소신 없이 정치생명 연명하는 사람,

이미지 좋은 초선으로 가장하지만 밤에는 친박에 붙어서 앞잡이 노릇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 속에서 내우외환으로 1년을 보냈습니다.

이제 나는 평당원으로 돌아 왔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정리되지 않으면 한국 보수 정당은 역사 속에 사라질 겁니다.

이념에도  충실 하지 못하고 치열한 문제  의식도 없는 뻔뻔한 집단으로 손가락질 받으면 그 정당의 미래는 없습니다.

국회의원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념과 동지적 결속이 없는 집단은 국민들로 부터 외면 당할수 밖에 없습니다.

혁신 방향은 바로 이것입니다.

가장 본질적인 혁신은 인적 청산 입니다.

겉으로 잘못을 외쳐본들 떠나간 민심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이 말로 페이스북 정치는 끝냅니다.

그동안 감사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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