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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Jan 20. 2024

일베의 역사(2): 폭식 시위와 막장화, 그리고 몰락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자발적인 몰락

* 이 시리즈는 일베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의 탄생 배경과 반 사회적인 행동들에도 불구하고 전성기를 맞이 했던 이유, 사이트의 몰락을 포함한 연대기를 건조하게 정리하고자 작성되었으며 미화 혹은 옹호의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 일베가 보인 행적은 분명히 반 사회적이고, 선을 넘을 정도로 막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또 타인에 대한 심각한 인신공격이 크게 두드러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일베가 비록 한때나마 한국 사회에서 급성장하였다는 것은 분명히 사회 문제에 대한 다방면의 고찰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보게 되어 시리즈물을 연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 다른 사이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다룰 계획은 없습니다. 디시인사이드는 워낙 역사나 규모가 방대한데다가 각 갤러리마다 특징이 극과 극인 곳이라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고 에펨코리아(펨코), 루리웹 같은 곳은 크게 관심이 없는 커뮤니티입니다. 게다가 디시, 펨코, 아카, 루리웹 이런 곳은 현재까지 잘 나가고 있는 사이트인 만큼 다루기가 조금 조심스럽고요. 그나마 아주 약간이라도 다룰 여지가 있는 곳을 굳이 찾자면 일베와 다른 의미로 악명이 높았던 사이트이자 2010년대 후반 동안 젠더 갈등의 핵심 축이었던 메갈리아, 워마드 정도가 있을텐데 일단 지금 당장은 다룰 생각이 별로 없는지라...


* 있는 그대로의 일베의 행적들과 만들어낸 밈들이 모자이크, 순화 하나 없이 100% 그 자체로 나오니 보는 사람에 따라 혐오감을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리 말씀해두지만, 그런 요소들을 보기만 해도 너무 토악질 나올 것 같아서 도저히 못 보실 것 같은 분들은 조용히 뒤로 가기 누르시길 추천드립니다.


* 1편은 아래 링크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https://brunch.co.kr/@a346abd5a67a4ed/661


https://youtu.be/Gg9SWEUr5k0?si=ZjCDd_IpsLxQEWcQ

일베는 원래부터 막장성을 가지고 출발한 존재였다. 이는 이미 2008년 광우병 사태로부터 시작된 인터넷 커뮤니티, 특히 디시인사이드의 우경화를 거치며 정사갤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던 문제점이었다. 애초에 디시인사이드 내 일간베스트 게시물들을 모아둔 곳으로 출발한 커뮤니티가 "일간베스트 저장소"라는 풀네임을 가진 일베였던 만큼 당연히 디시에서도 과격한 성향으로 평가받던 유저들이 집중적으로 모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면서 홍어, 피떡갈비, 운지, 7시 등 디시 내 야갤, 정사갤 등지에서 쓰이던 용어들은 그대로 일베에 유입되었고 이 은어들이 나중에 가서는 일베발 용어로 흔히 알려지게 되는 것들이다.


그러나 일베는, 적어도 초창기에는 막장성 및 과격한 행보와는 별개로 보자면 사이트 내부 구조가 딱히 폐쇄적인 곳은 아니었다. "원조 일베충"들이 가장 혐오하던 것이 5.18 같은 진보 세력들의 "성역"으로 보여지는 부분들이었던 만큼 그들은 성역화라는 관념에 대한 거부감을 본인들이 종종 내세우고는 했다. 당장 일베가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상징적인 구호 자체가 "나는 누군가의 정체성을 혐오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라서 그들은 본인들만의 혐오감 발산을 위해서라도 표현의 자유라는 것을 명목상으로 앞세울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일베가 외부에서 집중적으로 공격받을 때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좌파들의 활동은 보장되면서 정작 일베는 탄압받는 구조는 한국 사회의 "우덜식 표현의 자유"라는 것을 보면 초창기 일베는 "일베할 자유"를 위해서 진보 커뮤니티의 폐쇄 구조를 비판하곤 했었다.


이러한 일베 회원들의 집단적 행동양식은 오히려 과거의 진보적인 논객들에게 시대를 앞선 것으로 칭찬받은 인터넷 환경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공론장의 합리성과 시민의식 같은 윤리적 규범을 타인에게 굳이 강요하지 않고서도 서로 재미를 추구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일베는 인터넷 환경에 굉장히 잘 적응하여 자신들에 맞게 발전시킨 사례라고 볼 수 있으며, 역설적이게도 촛불시위나 진보 계열 시민단체의 투쟁에서 구현되었던 네트워크 연대와 교류 방식을 계승 후 자기것으로 만들어냈다. 어찌 보면 이것이 일베가 초창기에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성장해갔던 이유이기도 하다.

일베의 운영진이던 모니터링과 운영마스터(운마) 모에화. 이들이 일베의 전성기 시절을 이끈 사이트 운영자들이다.

그래서인지 초창기 일베에서는 "팩트"라는 것을 중시하는 풍조가 있었다. 물론 이것도 좌파에게 유리한 팩트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오히려 부정하는 취사선택식 "우덜식 팩트"이자 자기만의 기준인 부분이 컸지만 한동안 일베 회원들은 자신이 검색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타인의 말에 섣불리 동의하지 않겠다는 본인만의 기조가 존재했었다. 일례로 일베에서는 초기까지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 유리한 자료라 할지라도 본인들만의 팩트 기준의 선을 넘은, 누가봐도 허위사실이나 망상이라 보이는 주장이면 비추(일베식 표현으로는 "민주화") 폭탄을 맞고 배제되었다. 따라서 초창기 일베는 비록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과격성과 분노를 극단으로 표출하고 있었지만 약간은 자정작용이 되었으며 최소한 이 시기 동안은 "원조가카" 박정희, "전땅크" 전두환, "가카" 이명박, "레이디가카" 박근혜를 올려치는 글이라 해도 너무 개소리를 하는 것 같으면 적당히 거르는 판단력은 있었다.


그러나 2012년 대선을 기점으로 점점 극단화되며 정치적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좀비 그 자체가 되었다. 과거 본인들이 광우병 괴담을 퍼트리던 촛불시민들을 "좌좀", "광우뻥"이라는 식으로 비난을 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그들과 성향만 다를 뿐, 본질은 똑같아지게 된 것이었다. 이 특징이 가장 두드러진 집단이 훗날 일베 몰락의 기폭제가 되는 정치게시판, 즉 정게였고 이때부터 새누리당에게 유리한 자료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교차검증도 없이 바로 사실인 것처럼 막 글을 올려대기 시작했고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네 다음 홍어(네다홍)" 거리기 일쑤였다. 예전의 초창기 일베가 지나친 정치적 과격성과 민주당, 진보 세력에 대한 선을 넘는 인신공격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그토록 혐오하던 진보 세력, 특히 과거 586 운동권 세대의 진영논리와 폐쇄성, 교조주의까지 그대로 답습하게 된 것이었다. 결국 이는 일베가 그나마 최소한이라도 존재했던 토론이나 공론장을 포함한 커뮤니티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고 특정인과 특정 세력에 대한 감정배설, 막장스러운 어그로 행위만을 주목적으로 하는 집단으로 변화하게 되는 시작점이었다.


그리고 이런 감정배설은 마침내 2014년이 되어 일베가 드디어 양지로 진출하여 대놓고 하려는 시도가 나타난다. 바로 2014년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그 유명한 "광화문 폭식시위"가 열리게 된 것이었다. 당시 광화문에서는 세월호 유족들이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었고 또 각종 시민단체들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일베에서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비난이 집중적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내부에서는 유족들의 단식투쟁이 민주당과 야합해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리려는 정치질로 인식하게 되었다. 특히 세월호 유족 집회와 민주당, 민주노총, 정의당 등 진보 단체들이 끼어드는 것은 인터넷에서 국가와 사회를 향해 무언가를 위선적으로 요구하는 대신 자신들끼리 평등한 "병맛"이 되는 것에 의해 현실의 국가와 사회를 넘어선 자율적인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명분을 앞세운 일베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까운 움직임이었을 것이다.

일베의 이미지를 완전히 박살내버린 결정적인 사건인 2014년 광화문 폭식 시위(?)

그래서 일베가 선택한 방식이 세월호 유족들의 단식투쟁 현장 앞에서 맞불 집회를 하는 것이었다. 이때 단식투쟁을 조롱하는 의미에서 피자, 치킨들을 사가지고 와서 현장에서 먹으며 세월호 집회에 맞불을 놓았고 그 후부터 콘서트(?) 같은 행동들을 벌였다. 도중에 단체로 "김대중 개새끼!"라는 구호를 외친다거나 아니면 MC무현이라는 일베가 만든 캐릭터(즉 노무현이 자살했을리 없다고 생각하는 진보 세력을 조롱하기 위해 실은 노무현이 죽은 척을 한 것이고 국정원 지하실에서 가수를 하고 있다는 설정을 만든 것)가 불렀다는 노래들을 가져와 단체로 떼창했다. 이 중에서는 "응디시티", "금요일 밤" 같이 당시 일베 문화의 거의 상징이었다고 할 만한 노래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역효과였다. 일베는 폭식시위 직후까지 이를 "광화문 대첩"이라며 자화자찬 했지만 얼마 안 가 이 해프닝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현장에 나온 일베 회원들의 신상까지 퍼지면서 일베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지다 못해 극도로 추락해 바닥에 쳐박는 수준까지 된다. 심지어는 여당이자 일베 회원들의 숭배 대상인 새누리당조차도 일베의 이러한 행동을 비판하고 나서며 선을 그었다. 이 사건 이후 일베에서 막장성이 잘 드러나는 특정 게시글들이 외부에 알려질 때마다 언론을 통해 널리 퍼지게 되어 일베의 이미지는 심각한 사회악으로 평가받는 급이 되었다. 이게 2014~2015년 동안 겉으로 전성기인 것처럼 보이던 일베의 막장성이 점점 심화되다 못해 회원이 아닌 사람들, 특히 배다른 형제인 디시인사이드 내 국내야구 갤러리에게조차 배척당하게 되어 고립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건 덤이고.


한편으로 이 시기에 일베는 친박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었고 이것이 일베 몰락의 핵심적인 축인 "정게할배"들의 세력이 내부에서 커지게 되는 기폭제였다. 사실 광우병 사태 영향으로 원래 인터넷 보수 커뮤니티는 친이 성향이 강했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노노데모가 그랬던 것처럼 일베에서는 정치게시판을 중심으로 친박, 박사모화가 이뤄지며 그 과정에서 짤방게시판을 비롯한 친이계와의 대립이 격화되었다. 본래 짤방게시판 또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를 지지했고 임기 초중반까지도 이 지지세를 이어갔으나 박근혜 정부의 친중 행보와 비박계 찍어누르기 등을 보며 비판 여론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고 당연히 여전히 굳게 박근혜를 지지하는 정치게시판과는 사이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짤게vs정게의 대립은 2016년이 되어서 드디어 폭발하게 되는데....

정게할배들을 풍자하는 만화

일베의 본격적인 몰락의 시초는 바로 2016년 최순실 게이트 사건이었다. 이미 그해 총선에서 친비박 갈등으로 새누리당이 부진한 성적을 거뒀던 탓인지 박근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었는데 여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것은 결정타였다. 최순실 게이트 당시 일베의 여론은 박근혜를 비난하는 쪽과 옹호하는 쪽으로 극단적으로 양분되었고 정게할배들과 짤게충들은 서로가 서로를 "명뽕홍어(전라도+이명박 지지자)" 혹은 "닭뽕홍어(전라도+박근혜 지지자)"로 엮어서 아주 강하게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국 일베의 주도권에서 승리한 것은 속된 말로 "정게할배"라 불리는 박사모 세력이었고 이들이 마구 박근혜 옹호글로 사이트를 도배한 결과 기존의 짤게 유저들 및 걸그룹, 애니를 포함한 다른 게시판 이용자들은 정치병에 염증을 느껴 대량으로 탈출하여 타 사이트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이후 일베는 완전한 극단적인 친박 사이트로 변신하게 되었으며 사실상 박사모의 공식 사이트나 다름 없는 처지로 전락해버렸다. 탄핵 정국 동안 박사모에게 점령당한 일베는 기존의 B급 문화 색채나 반 사회적인 막장성조차 완전히 잃어버린 채 그냥 고리타분한 친박 세력의 확성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존재일 뿐이었고 이쯤가면 간신히 산소호흡기만 달고 있게 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일베는 2014~2015년 동안 연달아 터진 사건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잉여스럽고 정신나갈 듯한 막장성 하나로 외부로부터 주목받아 유지해온 사이트인데 탄핵 사건 기점으로 그냥 아예 박사모들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오로지 쉰내나는 정치글로만 도배되어 박근혜 수호만 외치는 "틀딱" 거수기가 되었으니 바깥에서 어그로 하나 못 끄는, 시대 착오적 노인들만 가득한 퇴물 사이트가 된 셈이다.


정게할배들이 장악한 일베에 올라온 정치글들은 대부분 어그로는 커녕 가짜뉴스 선동의 역할조차 하지 못했다. 그 예가 아르토리아 팬드래건 교수와 히키가야 하치만 박사 해프닝이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한국 대통령의 탄핵 반대를 주장했다는 이 글에서 언급된 세계적인 정치학자 아르토리아 팬드래건과 히키기야 하치만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 애니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이건 악의적인 가짜뉴스 선동이라고 보기도 뭣한 것이 사건의 배경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최순실 게이트 정국 당시 일베 애니게시판에 정게할배들이 침투하여 정치글로 도배했는데 이에 몇몇 애니게 유저들이 정게할배에 맞서 애니 캐릭터를 엮은 낚시글들을 올리며 놀리던 것이 그걸 진짜로 믿은 박사모들이 SNS에 퍼트리며 웃음거리가 된 것이 사건의 전말이었다. 그러니까 가짜뉴스 유포 목적도 아니고 정게할배들 상대로 낚으면서 놀려고 한 행위에 진짜로 걸린 박사모가 글 내용을 그대로 사실인 것처럼 공유했다가 오히려 조롱거리가 된 셈.

JTBC에 박제된 아르토리아 팬드래건 교수와 히키가야 하치만 박사 해프닝

그렇게 한때 한국 인터넷에서 악명이 높았던 일베는 저런 낚시글에 당해 진실인 것처럼 퍼트리다가 역으로 조롱받을 만큼 한심한 처지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는 과거 일베 회원들이 좌파와의 정치적 논쟁에서 필수적으로 중요한 논리라고 주장하며 뇌절 수준으로 떠들고 다니던게 "팩트"였음을 감안하면 자승자박이 아닐 수가 없다. 그렇게 팩트를 타령하면서 자신들은 "광우뻥"에 낚이는 좌파들과는 다르다고 자부하던 사이트가 얕은 낚시글에도 혹해서 넘어갈 만큼 자정작용은 커녕 간단한 판단력조차 마비가 되는 지경에 이르었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2012년 대선 이후부터 일베는 미약하게나마 존재하던 일말의 자정작용이 서서히 사라져갔던 것은 사실이지만 2016년 탄핵 정국에서 일베가 보인 행보는 단순히 이때까지 했던 것처럼 막장스럽고, 반 사회적으로 어그로를 끌어서 문제라기보단 그냥 "네다홍" 말고는 할줄 아는 것이 없는 사람들만 남게 되어 안 좋은 쪽으로의 관심조차 못 받게 되는 분기점이었다.


일베가 무너진 상황 속 탈출하여 타 사이트로 이주한 속칭 "일베 난민"들은 대부분 디시인사이드, 그 중에서도 국내야구 갤러리에 가장 많이 정착하였으며 그들 중 일부는 지금까지도 인터넷 문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일베의 몰락 이후로도 일베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MC무현은 과거 "응디시티" 만큼은 아니어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문재인, 박원순, 이재명을 대상으로 한 문코리타, MC발년, 찢칠라 등 파생작들도 간간히 나오고 있다. 또 아이러니한 점은 일베는 망했지만 일베에서 쓰이던 -노체와 노무현 밈은 지금까지도 인터넷 남초 커뮤니티들 사이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일베의 영향은 2010년대를 거쳐 2020년대에도 일부나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일베발 밈을 즐긴다고 이미 망한 일베에 동정적인 시선이 있다거나, 또 정치 성향까지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지만(애초에 지금 10대들은 일베 전성기 이후 세대다) 아무튼 일베의 문화가 한국 인터넷에 큰 발자취를 남긴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난 굳이 과거 일베에서 사용된 나온 밈 자체를 아예 박멸할 수도 없고, 굳이 지금에 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 적어도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 선에서 사용하는 사람의 표현의 자유이고, 그게 더 이상 재미 없어질 때가 오면 알아서 사라지고 다른 것으로 대체될테니 말이다. 게다가 일베발 밈을 인위적으로 박멸하는 것은 결국 그들이 과거에 주장해온 "우덜식 표현의 자유" 논란에 근거를 실어주는 행위일 뿐이다.)


종합하자면 일베는 광우병 사태 속 진보 세력의 위선과 과한 오바에 분노한 정서가 인터넷에 모인 것에서 출발한 일종의 B급 문화였다. 그렇기에 일베는 진보 세력 자체의 명예와 근간을 뒤흔들기 위해 막장스러운 행보를 보였고 이는 곧 일베가 외부에서 안 좋은 쪽으로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게 되는 계기였다. 그러면서 초창기 최소한의 명분이던 성역화 파괴와 쥐명박은 되면서 MC무현은 막는 "우덜식 자유"에 반대한다는 것조차 본인들의 좌좀과 다를 바 없는 우좀으로의 진영논리화에 의해 팩트가 없이 "네다홍"만 반복하게 되어 폐쇄적으로 변해갔다. 그 결과 최순실 게이트 정국 이후 일베는 박사모의 침공 속 정게할배의 장악으로 악명 높은 관심조차 못 받게 되어 순식간에 퇴물 처지로 전락해버렸고, 메갈리아와 함께 한국 인터넷 최악의 흑역사로 기록되었다.


p.s. 마지막 3편은 일베의 성장과 몰락, 그리고 그 후에 대한 교훈을 주제로 한 에필로그로 끝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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