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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Feb 12. 2024

독일 연방군의 상태는 어쩌다가 망가지게 되었는가?

거짓된 30년의 평화 속에 녹슬어 가버린 독일 연방군의 군사력

https://youtu.be/30e0KVH8VgI?si=yD927_TqRYeTGvOt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독일군에 대한 묘한 환상이 있었다. 과거 프로이센 시절부터 1차 세계대전의 독일 제국군, 2차 세계대전의 독일 국방군부터 오늘날의 독일 연방군에 이르기까지 밀리터리를 좋아하는 덕후층 사이에는 "독뽕" 비중이 상당했었다. 특히 독일 특유의 간지가 흐르는 멋있는 군복이나 낫질작전 등으로 유명한 역사적인 사례들이 보여주는 강력한 전투력 이미지, 또 통일 성공 후 유럽연합의 중심국으로 확고히 자리잡은 것에 대한 동경이 섞여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독일 연방군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었다. 뭣보다도 독일 통일의 성공 사례는 분단 국가인 한국인들에게 감명 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대비되게도 오늘날 독일 연방군의 상태는 지난 30년 동안 개판 오분 전의 상태로 빠져든 지경이고 평가도 예전만큼 좋지 못하다. 물론 2022년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니까 뒤늦게 국방비를 GDP의 2%로 증액한다고 하면서 재무장에 나서고 있기도 하고 표면적인 군사력은 여전히 강한 상태이지만 사실 냉정히 말해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 할려면 진작에 했어야 했거나 그게 불가능했으면 지금 할 때라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한 상황. 한 때 유럽 전역을 휘젓고 다니던 독일 제국군, 국방군의 후예인 연방군이 어쩌다가 이런 처지가 되었는지 의문인 사람들도 있을텐데 그것의 첫번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통일 이후부터 아무렇게나 군축을 해버린 것에 기인하고 있다.


1990년대 독일은 통일을 하면서 더 이상 군비 지출을 늘릴 필요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냉전 당시에는 서독군이 바르샤바 조약기구랑 대치하는 나토의 최전방이었던 만큼 군비를 대량으로 지출하며 군사력을 적극적으로 키우는 일이 불가피했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성이 있는 지정학적 환경이 완화되었다. 소련 붕괴 이후 들어선 러시아는 친미/친서방 정권이었던 옐친이 한동안 다스렸었고 그 이후로 집권한 푸틴도 2008년 남오세티야 전쟁 이전까지는 나토를 향해 발톱을 크게 드러내는 일을 자제하고 있었다. 게다가 기껏 동독을 흡수했지만 문제는 통일 비용이 너무 막대하게 지출되는 상황에서 굳이 국방비에 대한 투자를 늘릴 여유가 없었다.

동독 국가인민군 일러스트

그리하여 통일 독일은 1990년대 동안 대대적인 군축에 들어갔다. 동서독군 통합 과정에서 한 때 17만명이었던 동독 국가인민군은 군 장성들과 55세 이상의 장교들과 부사관, 정치장교, 징병된 사병들을 대거 전역시켰고 나머지 장교들과 부사관들 중 독일 연방군 복무를 희망하는 자들은 2년간의 실습 기간을 통한 관찰과 심사를 통해 일부 인원들을 서독군에 완전 편입시키는 처분을 받았다.  동시에 서독 국방부는 동독군으로부터 지휘권을 인수받은 후 독일 연방군 동부사령부 밑에 육해공 지역사령부를 설치해서 동독군을 완전히 통합시키고, 연방군 편제와는 어긋나는 부대들은 해체시켰다. 그 외에도 동독군이 사용하던 장비들은 필요 없는 것들은 대부분 폐기하거나 MiG-29 등 비교적 최신 장비들의 경우에는 폴란드 등의 주변의 우호국들에게 판매해버렸고 일부 장비는 한동안 사용하기도 하다가 2000년대를 전후로 다 퇴역시켰다.


다만 이때까지 독일의 군축은 비판하기는 좀 뭣한 것이 통일 비용이 심각한 수준인 것은 물론이고, 현존하는 위협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구 서독군 시절의 막대한 국방 투자를 유지할 이유도 부족했다. 특히 독일의 통일 이후 전개된 공산권 진영의 붕괴가 만든 지정학적 환경의 변화는 독일의 안보 상황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과거 냉전 시절 서독은 바르샤바 조약기구 국가 중 소련 다음으로 잘 나가는 국가 중 하나였던 동독과 그곳에 주둔한 소련군 부대들과 직접적으로 국경을 대치하고 있었지만 통일 이후로 완충지대 역할을 해줄 민주화된 폴란드가 생겨나게 된 것이었다. 이 신생 폴란드 제3공화국은 1999년 나토에 가입하였고 덕분에 독일은 폴란드를 방패막으로 삼아 그들에게 장비를 지원하면서 뒤에서 군축하고 남는 예산을 다른 곳에 투자할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독일 싱크탱크 Ifo의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과 2014년 사이에 인플레이션에 맞춰 조정된 국방비는 34% 감소하는 수준이었으며 각종 군사 장비들은 창고에 방치되거나 폐기 혹은 주변국에 처분됐다. 그 결과 독일 연방군 전차는 지난 30년간 6,779대에서 806대로, 전투기와 헬기는 1,337대에서 345대로 대폭 감축되었으며 국방비 지출은 통계상으로 GDP의 1%를 겨우 넘는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2011년 징병제가 완전히 폐지되는 것을 정점으로 1990년부터 2019년 사이 동안 전체 독일 연방군 병력의 무려 60% 가량이 줄어들었는데 오죽하면 미국의 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이를 보면서 독일이 미국에게 안보적으로 무임승차한다는 식으로 강하게 비난할 정도였다. 그리고, 트럼프에 대한 평가를 떠나 지난 30년 동안 독일이 폴란드, 미국에 안보적으로 무임승차해왔다는 사실만큼은 반박이 불가능한 불편한 진실이었다.

독일 연방군 의장대. 들고 있는 소총은 구 독일 국방군이 사용했던 볼트액션식 Kar98k다

https://m.focus.de/politik/deutschland/neue-probleme-bekannt-geworden-die-grosse-bundeswehr-maskerade-so-steht-es-wirklich-um-unsere-truppe_id_8481938.html

그로부터 약 20년이 넘게 지난 후인 2018년도쯤에 오면 독일 연방군의 상태는 진짜 개판 오분 전인 상황으로 변해 있게 되었다. 당시의 상황에 대한 독일 언론 슈피겔의 보도를 보면 U-35마저 기동 불능에 빠져서 가동 가능한 잠수함이 없어졌던 해프닝까지 벌어졌었고, 레오파르트 2 전차 244대의 전차 중 오직 99대만이 투입 가능했었다.  상태에 G36 소총은 결함 논란까지 터졌었다. 거기다 유로파이터 파이툰 128대 중 4대만 실전에 투입이 가능하다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저것 뿐만 아니라 IFV(보병전투차량)인 마르더도 388대의 차량 중 222대만 투입이 가능했다. 있으며, 독일 육군 헬기 조종사 10명 중 1명이 비행시간을 채우지 못해 비행자격을 잃은 적도 있었다. 그 이유는 당장 이륙이 가능한 헬기가 적어 비행 훈련을 할 수 없었기 때문.


그래서인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독일 측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할 당시 회의적인 의견을 표하는 시각도 다소 존재했었다. 당시 논의된 무기 중에는 마르더 IFV, 레오파르트1 전차, 게파트 자주대공포, Pzh2000 자주포, IRIS-T 대공시스템 등이 있었는데 문제는 독일이 보유하고 있는 마르더 중에 상당수가 기동조차 안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관리 상태가 개판인 것들 뿐이었고 게파트 자주대공포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기관포 탄약이 부족해서 해외로부터 탄약을 공급받아야만 겨우 지원해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얘기다. 이 현상은 오랫동안 군축이 지속된 상황의 폐단이 한 몫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해프닝이 있다면 우크라이나에 가장 적극적으로 무기 지원하고 있는 폴란드에게 독일은 레오파르트-2A4 전차 제공을 약속했지만 정작 제공한 것은 20대 뿐이었고 심지어 그조차도 수리하는 데만 1년 이상이 걸릴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것들 뿐이었던 나머지 폴란드가 격분했었다고 한다. 결국 이 상황에서 24대 추가 공급 협상마저 결렬되니 폴란드가 꺼내든 카드가 한국과의 방산 계약 및 무기 수입 협상이었다.

2023년자 독일 연방군의 포탄 비축량 상태와 개전 초기에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장비들
첫번째 사진은 타국과 독일의 국방비 지출 규모, 두번째 사진은 연도별 독일 국방비 지출 규모로 갈 수록 나토 표준인 2%에 뒤떨어져갔다.

https://bulgarianmilitary.com/amp/2022/08/02/germany-has-no-tanks-where-did-the-leopard-2s-for-poland-disappear/?fbclid=IwAR3S5BH-twN3tBg5uRmqO6_YHfIBfvIApgaUkgdBgG6K_wzEeB4xm5zS6PE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평화에 찌들어 30년 동안 군축을 해온 독일에게 자다가 뒤통수를 맞은 일이었고 그 후로 다시 부랴부랴 재무장에 나서기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숄츠 총리의 주도 하에 GDP의 2% 수준으로 국방비 지출을 늘리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였고 징병제 부활마저도 재검토하며 본격적인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1,000억 유로 투자 계획도 밝히면서 F-35를 35대 구매와 애로우-3 미사일 도입도 결정하겠다고 밝힌 적도 있는데 문제는 뉴욕타임즈조차 독일 연방군의 재무장 작업이 매우 더디다고 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 뉴욕타임즈의 2023년 11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고가의 신형 장비 도입에만 돈을 쓴 나머지 탄약이나 전차 및 군용기의 예비부품 등 일상적이지만 시급한 장비에 대한 보급이 원할하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즉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에 비해 실질적으로는 군 개혁의 진전이 마냥 순조롭지는 못하다는 뜻이다.


독일 연방군이 개판이 된 다른 이유를 보면 30년 동안의 군축 영향 탓도 있지만 노후 장비 관리 실패와 신형 장비의 실패도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SPz 푸마 장갑차는 NBC 방호 기능을 목적으로 설계되었으나 정작 해치 설계 결함으로 물이 샌다거나 전기부품에서 발생해 누전도 일어나는가 하는 구조적 결함이 여러차례 지적되어 왔으며 2023년 기준 가지고 있는 350대의 푸마 장갑차 중 전시 투입이 가능한 규모는 41대 뿐인 수준이니 말 다한 셈이다. 거기에 더해 신속투입 장갑차가 수송기 개량 전까지는 항공 수송도 안 되던 것도 덤이고. 오죽하면 독일 연방군 측조차 추가구매 중단 해프닝을 벌였었을 정도다. 바덴 뷔르템베르크급 호위함은 기존의 브레멘급을 대체하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작품이지만 가격부터 5천만 유로로 한화로 약 8천 억이 넘는 고가의 무기였고 저강도 분쟁과 함대방공 능력이 중요한 전면전 모두에 투입하기 애매한 이도저도 아닌 제원으로 나와버렸다. 거기에 더해 무게 중심도 안 맞는 등 수많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결함이 터져나오다가 반품 사례까지 나오게 되는 일도 생겼다.

토네이도 전폭기와 레오파르트 2 전차다

http://www.spiegel.de/politik/deutschland/bundeswehr-unter-von-der-leyen-marode-ausruestung-bei-luftwaffe-a-987940.html

유럽 국가들이랑 공동 개발했던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경우는...다들 아는 것처럼 당장 개발 과정부터 영국과 독일, 프랑스가 계속 충돌하다가 중간에 프랑스가 탈퇴하는 상황에서도 남은 국가들끼리 갈등이 이어지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진행이 되었다. 그 상황에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개발에 참여한 유럽 국가들 모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며 서로 책임 떠넘기기 하고 독일은 트랜치 3B 생산분을 대놓고 안 받겠다고 하는 등 점점 개발이 막장 같은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기껏 도입하여 배치한 유로파이터 타이푼 기체들조차도 유지 비용이 너무 비쌌던 치명적인 문제점이 존재했는데 영국은 어찌 저찌 초반에 해결했지만 독일은 2010년대까지도 군축을 이어가고 있었던 탓에 2014년도 슈피겔 보도에 나온 바로는 109대 중 단 8대만 완전히 정상 작동이 가능하다는 언급이 나오는 수준이었다. 물론 2020년대를 거치며 가동률이 70%대까지 회복하긴 했으나 이 일들로 인해 유로파이터 타이푼에 대한 평가는 주목받던 차세대 전투기에서 막장 수준의 무기로 급하락 해버렸다.


나머지 기존 무기 관리도 개판이었는게 G36 소총은 배치 과정에서부터 독일 국방부가 총기 과열 시 영점 흐트러지는 문제점을 알고도 그대로 강행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들어나서 발칵 뒤집어 지기도 하였으며 레오파르트 전차는 신형인 3 개발 계획을 고려했으나 결국은 2A7, 2A7V, 2A8까지 계속 개량형을 우려먹으면서 사용했지만 사격통제장치나 열영상장비가 가장 최근 개량형들부터 교체되기 시작했었던 이면이 있었다. PzH2000 자주포는 성능 자체는 매우 우수한 편이지만 정작 가격이 너무 비싼 편인 장비인 나머지 생산성과 대량 운용 문제가 최악이라 한국의 K9 자주포 수출이 일부 국가들에서는 비교적으로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한 상황이다. 즉 독일 연방군은 신형 무기 개발도 실패했지만 기존 무기조차도 제대로 유지 보수하고 개량하는 작업을 그닥 잘하지 못했던 것도 지금의 상태가 되는 것에 일조했다고 봐야 한다.


독일 연방군은 지난 30년 동안 평화에 취해 나토라는 집단방위체제에 무임승차한 상태로 지속적으로 군축해왔었다. 그리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위기가 코 앞에 닥치니까 그제서야 서둘러 재무장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도 냉전이 종식된 이후 오랫동안 평화를 즐기며 안보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예상을 전혀 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이후로 나토 회원국들의 무임승차론을 제기했을 때도 그저 동맹국에 총질한다는 이유로 미국의 행보를 비난하기만 했을 뿐이지, 뭐가 문제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바꿀 의지를 보이지도 않았었다. 결과적으로 지금 나토 집단방위체제에서 러시아와의 전쟁 시 어느 정도 버틸 만한 군대를 보유했다고 할 만한 상태를 갖춘 국가는 그동안 서유럽 국가들이 방패막, 몸빵으로 활용해온 폴란드 정도 뿐이며 결국 이는 나토를 무작정 동진하면서도 정작 자국의 국방에는 등한시하던 독일 포함 서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이 불러온 자업자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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