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등이라는 바베큐를 먹었다

by ri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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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우리 동네에도 텍사스 바베큐라는 간판을 내건 가게가 문을 열었다.

동네 주민들의 SNS 피드를 장식하고, 유명 유튜버가 맛집으로 소개하는 등 시작은 꽤 화려했다.

호기심이 인 나 역시 그 대열에 합류해 가게를 찾았다.

단 한 번의 방문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날의 기억은 그랬다. 폴드포크는 기름기를 억지로 짜낸 캔 참치처럼 퍽퍽했고, 브리스킷은 간이 덜 밴 싱거운 장조림 같았다.


그 후로 나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텍사스 바베큐 집들을 순례했다. 개중에는 참담한 곳도 있었지만, “이게 미국의 맛인가” 하고 감탄이 절로 나오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 속 짧은 카메오 출연만으로 내 뇌리에 깊이 박힌 이름, ‘애런 프랭클린’. 그 원형(原形)이 궁금했다. 결국 나는 ‘마스터클래스’라는 온라인 강의 사이트에 거금을 결제하고 그가 고기 굽는 영상을 시청하기에 이르렀다. 하나,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의 조리법을 배우는 건 마치 가보지 않은 행성의 지도를 외우는 일처럼 기묘한 공허함을 동반할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텍사스 오스틴으로 날아갔다. 동료들을 설득해 여행 일정에 프랭클린 바베큐를 끼워 넣는 대신, ‘웨이팅’이라는 고독하고 중대한 임무를 자처했다. 마침내 그토록 기다리던 바베큐를 마주했고, 오랫동안 품어온 몇 가지 의문에 대한 답도 얻을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맛은 훌륭했다. 하지만 그 차이가 지구 반 바퀴를 날아올 만큼의 압도적인 격차는 아니었다. 굳이 수치화하자면 ‘차로 3시간 거리’ 정도까지는 기꺼이 감수할 만한 맛이랄까. 심지어 소시지만 놓고 보면 이태원의 라이너스 바베큐 사장님이 한 수 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가기 전 내게는 한 가지 잘못된 선입견이 있었다. 미국인에게 바베큐란 우리의 제육덮밥처럼 일상적인 ‘데일리 푸드’일 거라는 착각이었다. 하지만 겪어보고 나중에 따로 검색해보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그들에게 바베큐는 일종의 파티 음식에 가까웠다. 한국인이 일 년에 한두 번 날을 잡아 잔치 음식을 먹듯, 그들 역시 이 거대한 고기를 섭취하는 특별한 주기를 가진 듯했다. 느끼함에 대한 내성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거대한 덩치의 사내들도 브리스킷 한두 조각 앞에서 포크를 내려놓았고, “더 이상은 무리”라는 눈빛을 교환하며 남은 음식을 포장해 돌아갔다.


혹자는 프랭클린이 더 이상 정점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사실은 이제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보며 느꼈던 그 시각적 허기를 마침내 물리적 실체로 치환해 치료해 냈다는 사실이다.

내 안의 오래된 갈증을 해소한 것만으로, 나의 ‘바베큐 허기’의 생애 주기는 충분히 해결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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