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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프리카부자언니 Jun 06. 2022

아스피린 대신 정글을 선택하다 (1)

1) 서른, 성장통


1)    서른, 성장통



  누구나 한 번쯤  “내가 무슨 정신으로 그랬지?” 하는 순간이 온다.

그게 나의 10년 전 이었다.



  찬란하고 아름다워야 했을 나의 20대는 부질없는 스펙과의 싸움이었다.

어정쩡한 서울의 4년제 여대를 졸업한 나는 대기업에 끼기도, 중소기업을 가기도 애매한 스펙을 가진 평범한 여대생이었다. 학점 4.14, 토익 900, 각종 쓸데없는 자격증과 인턴 경험들. 취업 컨설팅을 받으면 다들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하셨지만 실상은, 1년 반이라는 취업준비생의 어둠의 터널을 혼자 쓸쓸히 걷고 있었다.

2008년 하반기는 미국의 리만 형제들의 똥배짱에 전세계가 놀아나고 있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목표를 세우고 원하는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동고동락 했던 동기들은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하나 둘 눈높이를 낮추어 취업을 했고 결국 혼자만 남았다. 외로웠지만 낮에는 인턴으로 일하고 밤에는 지원서를 쓰면서 내가 목표한 조건의 기업에 입사하려고 버텼다. 어찌하여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권위적이고 비효율적인 조직 문화에 질려 두 달 만에 손을 들고 나왔다

결국 난 꼬박 3번의 취업 시즌을 거쳐, 1년 반을 꽉 채우고 스물 일곱이라는 늦깍이 나이로 외국계 제약회사에 입사했다.



  숱한 고민과 마음 고생 끝에 선택한 회사는 연봉도, 직무도, 기업 문화마저 너무나 감사하고 만족스러웠다. 토익 점수로 줄을 세워 사람을 뽑아놓고 입사 후 한 마디도 안 시키는 죽은 영어가 아니라, 실제로 회의에서 영어로 프리젠테이션도 하고 외국 지사의 담당자와 컨퍼런스콜도 하는, 어느정도는 내가 그리던 회사 생활과 맞닿아 있었다.

유연 시간 근무제, 눈치보지 않고 소신껏 반차를 내고 아이 학교에 가서 급식 도우미를 하는 선배들, 평소 회식은 하지 않고 가족 시간을 존중해 주는 문화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연말 파티에서 조차 상사가 주신 술을 소신껏 거부하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개인의 의사로 존중 받는 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내게 큰 행운이고 자부심이었다.

오후 4시 반이면 타 부서 혹은 팀원들에게 말을 거는 것 조차도 예의가 아닌 것으로 간주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난 야근 고정 멤버가 되었다. 상사의 눈치가 아니라, 내 스스로 즐기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1년쯤 지났을 때 내 마음은 빨간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야, 정말 괜찮아? 여기서 만족 할거야? 이제 곧 서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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