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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프리카부자언니 Jun 06. 2022

아스피린 대신 정글을 선택하다 (2)

2)   1등을 할 수 없다면 판을 바꾸자


2)    1등을 할 수 없다면 판을 바꾸자



20대 후반에 시작한 첫 직장은 80% 이상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난 슬슬 자리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아무리 신입인 내게 가끔 큰 미팅에서 영어 프리젠테이션 기회가 주어지고 해도, 외국 담당자와 전화 미팅을 한다고 해도, 해외에서 외국어로 근무하며 한국인으로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했던 나의 소싯적 목표는 여전히 내 마음 속에서 꾸역꾸역 머리를 들었다.

‘야, 너 이제 곧 서른이야. 진짜 이대로 만족해? 괜찮아?”



더 늦기 전에 도전해야 한다는 마음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선배들로부터 공무원 호봉처럼 근속 연수에 따라 차곡차곡 오르는 연봉과 쌓이는 퇴직금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적당히 좋은 연봉 받으며 경력을 더 쌓는게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고민을 털어 놓으면 복에 겨운 소리라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었고, 대학시절부터 함께했던 남자친구는 현재의 안정적이고 여성 친화적인 직장을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


한 때 국제 미팅을 준비하는 컨벤션 기획사의 꿈을 키운 적이 있었다. 크고 작은 국제 회의에서 인턴도 하고, 컨벤션 기획사 선배님들을 따라 다니며 나의 대학 시절 전부를 바쳤다. 그러나 어느 날, 내가 원하는 것은 미팅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미팅의 자리에 앉는 것임을 깨달았다. 결국 대학시절의 전부였던 그 꿈을 과감히 내려 놓고 뒤 늦게 취업 전선에 뛰어 들었었다.


이 회사의 주인공인 의사와 약사들을 보면서,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경영학을 전공한 나는 빛나는 조연은 될 수 있지만 결코 주연은 하지 못할 것이라는 현타가 왔다. 무엇보다 그들과 나를 비교하는 못난 감정이 매일 나의 자존감을 조금씩 갉아 먹기 시작했다.



‘서른에는…’으로 시작하는 나이 상자에 슬슬 갇히고 있었다.

여자 나이 서른에는 연봉은 이 정도 되는 직업에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능력있는 남자 친구가 있어야 한다는 둥, 슬슬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에 귀가 거슬리고, 마음은 조급해졌다. 반면, 해외에서 대학을 졸업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어를 현지인만큼 유창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 갓 입사해서 내세울 경력은 없는 내가 당장 해외에서 일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현실을 직시하라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내 안에서 들려왔지만, 아 모르겠고, 난 해외에서 꼭 일하고 싶어!!


  

“그래, 여기서 1등이 될 수 없다면 판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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