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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프리카부자언니 Jun 06. 2022

아스피린 대신 정글을 선택하다 (3)

3)    아스피린 대신 정글을 선택하다


3)    아스피린 대신 정글을 선택하다



비행기 안은 온통 흑인이었다.

검은 머리에 새치 올라 오듯 중간중간 백인이 앉아 있었고,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아저씨 세 분이 계셨다. 그리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끊임없이 주변을 두리 번 거리는 동양에서 온 어린 여자 한 명.

그 후로 딱 세 달, 난 카메룬의 두알라 국제 공항에 서 있었다.


공항 안과 밖이 똑같이 덥고 후텁지근한 것을 보니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에나 만들었을 법한 콘크리트에 작은 자갈이 섞인 누렇게 때가 낀 바닥이 중간 중간이 패여 있었고, 강연용으로 쓰일 법한 작은 단상 두 개 갖다 놓고 입국 심사를 하고 있었다. 입국 심사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니 화물 컨테이너 벨트가 딱 두개 뿐이었다. 어렵지 않게 짐을 찾아 걸어가는데 수많은 눈동자들이 나를 ‘원숭이’ 보듯, 그러나 매우 흥미로운 듯 구경하고 있었다.

마치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하는 노래 소리가 귓속에 들리는 듯 했다.

 

창 밖으로 펼쳐지는 키 큰 야자수들과 80년대에 생산 된 것 같은 낡은 차들이 풍경을 채우고 있었다. 한참을 달려 어느덧 두껍고 무거워 보이는 검은색 철문을 지나 페인트가 허옇게 바래고 군데 군데 칠이 벗겨진 낡은 공장에 들어섰다. 시멘트로 바른 바닥은 중간중간 패여 있고, 아귀가 맞는 앉는 삐걱거리는 문, 나무가 썩는 듯한 퀴퀴한 냄새가 나를 맞았다.


“그래, 여기가 아프리카지!”


그 날밤 나는 침대 하나만 간신히 들어가는 작은 방에서 가운데가 푹 꺼진 매트리스 위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배실 배실 웃음을 흘렸다. 나를 걱정하며 말리던 지인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뭐어, 아프리카?? 사자랑 기린 나오는 거기?? 미쳤어??”


탈출한다면 이런 기분일까. 어떤 일이 펼쳐질지, 너무 설레고 신나서 잠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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