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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프리카부자언니 Aug 29. 2022

100일 후 만날 내가 너무 기대돼.

책과강연 백백7기 글쓰기에 도전합니다.

출처: 네이버 국어 사전



꾸준하다: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끈기가 있다.

그러면 <끈기>는 어떤 뜻일까. 


네이버 국어사전

1. 물건의 끈끈한 기운

2. 쉽게 단념하지 아니하고 끈질기게 견디어 나가는 기운


문득 내게 <너무도 먼 당신> 처럼 다가오는 끈기라는 단어의 뜻. 


내년에 마흔을 앞둔 39년 내 인생은, <끈기>와는 서먹서먹했다. 

<작심삼일>이 나의 불알친구였다면, 끈기는 전교 1등 하는 엄마친구딸 정도였을까? 

왜 있잖아. 늘 부럽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나서 아예 시도조차 못 하겠는 그런 존재. 


내 인생은 늘 <시험 공부 많이 안 하고 점수 잘 받는 학생>이었다. 

상황 판단이 빠르고 머리가 제법 잘 돌아가는 덕에 맨날 노는 것 같은데 수업만 잘 듣고 시험 며칠 전에 공부만 해도 웬만한 친구들보다 점수가 잘 나와 의아해하던. 

물론 그 며칠간은 온 우주의 에너지를 끌어 쓰는 <초인적 벼락치기>를 견디어 냈지만 말이다.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인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보고서, 프레젠테이션, 미팅 준비나 웬만한 모든 것 들도 벼락치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나는 결혼도, 가정도 그렇게 꾸린 것 같다.  


그러다 문득, 지금에서 내 인생을 돌아보니 

벼락치기로 순간순간을 버티며 살아온 내 삶의 흔적은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트로피는 있어도 

나 스스로가 인정할 만한 단단함이 없었다. 


타인이 부러워했던 명함 쪼가리, 고액 연봉... So what? 

스스로가 인정하는 멋지고 단단한 나는 없었다. 

그리고 그 가장 큰 원인이 바로 끈끈한 기운이 없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남은 4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은 이제 조금 다른 사람으로 살고 싶다. 

갑자기 만든 우락부락한 비대칭 근육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상처를 내며 만드는 작지만 단단한 잔근육을 가진 사람으로 말이다. 


새벽 기상. 

독서. 

달리기.

운동. 

일기 쓰기


그동안 누구나 한 번쯤은 다 해 봤을 작심삼일 프로젝트들. 

시도했으나 단 한 번도 성공해 본 적 없고, 아니, 사실 왜 중간에 쉬지 않고 그것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했던 나였다. 아니 5일 했으면 이틀은 쉬어야지, 어떻게 매일 해? 그걸 왜 해야 하는데? 


그랬던 내가 글쓰기 100일 도전한단다. 

불과 몇 달 전의 나 라면 감히 엄두도 못 내었을 일인데. 


한 달 전쯤 공저로 발간한 <좋은 엄마도 나로사는 여자가 좋다>를 쓰면서 불과 20여 페이지의 분량을 뽑아내는데 150장의 글을 썼다. 물론 중간중간 중복된 내용도 많았겠지만, 10포인트 글자 크기를 생각하면 책 한 권의 양이다. 


"너 책 같이 쓸래?" 했을 때 "오케이!" 했지만, 

사실 블로그 포스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글 쓰는 것을 두려워했었다.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글이라는 녀석이 평생 나와 친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글을 완전히 못 쓰는 것은 또 아니었다. 학창 시절 누구나 그랬듯 글짓기 상도 받았고, 가끔 쓰는 일기나 SNS 포스팅도 있었으나, 내 생각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나 컸었다. 


물론 나는 그 과정 동안 수 없이 울었다. 나처럼 단순하고 복잡한 것을 싫어하며 노는 것을 좋아하는 날라리가 글이라니. 어느덧 약속했던 시간을 넘기고 대부분이 글을 마무리했을 때, 난 여전히 총 8장 중 앞 3장 만을 쓴 상황이었다. 그것도 처음 2주의 글쓰기가 다 였다. 두려움과 걱정은 나를 잡아먹었고, "난 여기서 그만할게요. 여러분끼리만 하세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 올랐었다. 


나의 어린 시절,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 그리고 지금의 남편과 아이들... 잊었다 생각했던 아픈 기억들까지 죄다 끄집어내서 그때의 사람과 상황을 마주하고, 인정하고 용서하는 과정들은 내 가슴 깊이깊이 묻어두었던 상처를 후벼 파서 피를 철철 흘리게 만들었다. 그 과정이 너무도 괴롭고 힘들었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호되게 아프고 나니, 이제는 비로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겠더라. 

그리고 그 자체로 나를 마주하고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겠더라. 


아. 왜 나는 진지하지 못 하지. 아 왜 나는 이렇게 웃음이 많지. 아 왜 난 자꾸 벼락치기 인생만 사는 것 같지. 아 왜 난 껍데기만 있는 사람 같지. 아 왜 난... 


<아왜난> 병에 걸려서 허우적대던 나를 꺼내서 안아주고 인정해 주었다. 


넌 그냥 그대로 멋진 사람이야. 

네가 웃는 모습 하나로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고, 기분 좋게 만드는 넌 참 사랑스러운 사람이야. 

어떤 상황이든 유머를 찾아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넌 참 똑똑해. 

어느 곳이든 금방 상황을 파악하고 뭘 해야 하는지 척척 찾아내는 넌 참 영리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따지느라 현재만 보는 것 같지만, 이제는 미래의 비전도 함께 보려고 노력하는 넌 참 멋지다. 

너무 잘하려고 하다 보니까 부담이 일을 최후의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게 되지만, 그 시간 동안 노는 대신 머리로 항상 거기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하고 마지막에 에너지를 쏟아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너는 집중력이 있는 사람이야. 

사람에 대한 정이 많아서 원리 원칙을 떠나 엉뚱한 결정을 내리고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람을 사랑하는 너는 참 사랑이 많은 사람이야. 

아이들과 함께 노는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한 번 놀아줄 때 배꼽을 잡게 만들어 주고 엄마랑 노는 게 제일 재밌다는 소리를 듣는 넌 특별한 엄마야. 

월급을 집어던지고 사업을 하려고 머릿속에서 매일 전쟁을 치르는 넌 참 용감한 사람이야. 

항상 어깨를 반듯하게 펴고 웃으면서 당당하게 걷는 내 모습이 참 근사해. 

넌 뭘 하든 잘 해낼 사람이야. 난 그런 나를 믿고, 자랑스러워. 


이번에는 100일간 진한 나와의 만남을 통해 세상을 다시 새롭게 보고, 그 안에서 또 어떤 이야기를 쏟아낼지 너무나 기대된다. 


그 기간 동안 

우리 아이들과 함께했던 지난 35일간의 말레이시아와 호주 여행기를 털어놓고 

재미난 아프리카 사람들 이야기도 함께 풀어 보자. 

무엇보다 나만의 특별한 '사랑과 애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본 이야기 말이야. 


이 시간을 지나면 난 얼마나 더 성장해 있을지, 참 기대된다. 



#책강대학 #백백7기 #책과강연 #아프리카부자언니 #최지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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