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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 Dragon Mar 07. 2023

실수에 너그러워야 성공한다

 

가끔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면 실수했던 창피한 순간들이 생생하게 떠오를 때가 있다. 당시에는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도망치고 싶었던 한심한 기억이다.     

 

경험이 미숙하던 초급장교(중위) 시절. 어느 날 사단에서 연대장을 포함한 대대장과 가족 합창경연대회가 열린다고 했다. 모시던 대대장님이 다른 대대장들보다 선임이라 인사장교였던 나는 그분들을 대상으로 당시 유행하던 ‘아름다운 우리 강산’ 노래에 맞춰 예전 생도 시절 응원부 경험을 살려 허슬(hustle) 춤동작을 보태서 다들 바쁜 시간에 틈틈이 지도하고 도와드린 적이 있었다.    

 

마침내 대회 당일. 누군가 평소 연습할 때 사용하던 소형 카세트 대신 야외에서도 크게 들리도록 처음 보는 대형 신장비로 바꿔놓았다. 휴대용 전축 같았다. 버튼만 누르면 된다고 했다. 확인했어야 했다. 우리 순서가 되어 모두가 긴장된 상태에서 버튼을 눌렀다. 아뿔싸! 작동이 안 된다. 연거푸 눌렀다. 도대체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수많은 시선이 나를 향했다. 결국 장비 탓만 하다가 반주 없이 생음악으로 노래하며 허접하게 끝났다. 그간 숱한 시간과 노력이 도로 아미타불 되었다. 행사가 끝난 후 다시 장비를 확인해 보니 눈에 띄지 않는 밑바닥 구석진 곳에 아주 작은 전원 차단 장치가 오프(off) 상태로 볼썽사납게 숨어 있었다. 그것까지 미처 사전에 확인하지 못한 나의 불찰이었다.     


나는 평소 까칠하기로 유명한 대대장님으로부터 불같은 질책을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일?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그 대형 사고에 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어느 편안한 회식 시간에 대대장님께 여쭤보았다. 왜 아무런 꾸중을 하지 않으시냐고. 대대장의 상급자였던 연대장님께서 “젊은 장교 혼내거나, 기죽이지 말라. 실수한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을 테니까.”라고 특별히 당부하셔서 가까스로 참았단다.    

  

이 사건은 내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이후로 어떤 일이든지 사전에 세밀하게 점검하고 다시 한번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고, 연대장님처럼 포용과 용서의 리더십을 배우고 실천하고자 노력하였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의 저자 김혜남 작가는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며 살고 싶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더 많은 도전을 하고 웬만한 일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쌓인 경험들이 얼마나 값진지를 알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물론 단순 실수라도 누군가에게 큰 아픔과 고통을 주는 실수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미필적 고의에는 책임도 따른다지독하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게 또 인간인 모양이다아직도 여전히 실수하며 살고 있다실수하는 자신을 명확하게 알게 해주는 것 중 하나가 스포츠가 아닌가 싶다테니스나 골프 등 때로 실수를 만회하려다 더 큰 실수도 한다실수가 너무 잦으면 자칫 자신감도 위축된다실수했다고 인생마저 실패하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창피해서 그냥 집에 가고 싶다     


공부할 때도 오답 노트가 중요하다. 자신이 왜 틀렸는지, 무엇을 잘 몰랐는지 실수를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앞으로 틀리지 않으려 애쓴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를 바로 인정하고 오답 노트를 쓴다. 더 이상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똑똑한 사람은 자신의 실수로부터 배우지만, 현명한 사람은 타인의 실수로부터도 배운다. 삶의 과정에서 만나는 숱한 고수들도 그러하다이들은 실수에 너그러운 자들이다실수하면서도 우승하고 인생에서 성공한다결국 주요 국면에서 시행착오를 절실하게 겪으면서도 남보다 나은 실수를 얼마나 적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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