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는 억울한 상황이나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감정이다. 자연스러운 감정이기에 화내지 않으려 참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참아야 하며 만일 화가 일어나게 되면 이를 잘 통제해야 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요즘은 ‘참을 인(忍) 세 번이면 오히려 호구 잡힌다’라며 더 이상 참지 않으려 한다. 자칫 화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물질적 심리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입는데도 말이다.
골프에서도 “분노는 골프의 최대의 적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지만, 골퍼들 가운데서도 미스 샷이나 실수했을 때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심한 욕설을 하거나, 골프채를 던지거나 땅을 패대기쳐서 부러뜨리거나. 오죽했으면 미국골프협회(PGA)에서는 클럽을 고의로 파손하는 행위에 벌금을 부여하기로 했을까. 화를 내면 효과적인 플레이를 제대로 할 수 없고, 흥분된 상태라 다음 샷에 제대로 집중도 안 되며 화가 난 근육은 경직되어 샷을 쉽게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도 뻔히 알면서 그 순간 분노의 감정을 제대로 주체하지 못한다. 물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 완벽한 준비를 하면 된다. 우리는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완벽한 연습은 화를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안은 분명한 것 같다.
골퍼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심리학적으로 자신의 실수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바보같이 이런 실수를 반복하다니…’ 실수와 실패의 반복. 한심한 자신을 참지 못한다. 누구든지 실수할 수 있음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강한 자존심 때문에 쉽게 그러지 못한다.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도 알지 못하게 된다. 실수 자체에 화를 못 참고, 다음 샷에서 만회하려고 또 무리한 행위가 반복될 수 있다. 결국 화가 화를 낳는다. 그러다 보면 연속해서 또 실수가 나오게 된다. 이는 더 큰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
2021년 US 오픈에서 디샘보, 로리 매킬로이, 브룩스 켑 카 등 쟁쟁한 스타들을 물리치고 우승한 욘람(스페인)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탁월한 재능을 보였지만, 코스에서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했다. 평소에는 수줍음이 많고 사려가 깊지만,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욕설은 물론 골프채를 패대기치기 일쑤였다. 그런 그가 캐디와 갓 태어난 아들에게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은가, 아버지의 그런 행동을 아들이 봐도 정말 괜찮은가 하는 대화를 깊게 나눈 끝에 심리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한다.
“여태까지 우승하는 데 분노가 도움이 된다고 변명해 왔다. 하지만 삶은 원래 좌절로 가득하고, 잘 극복하면 좋은 순간들로 이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좌절감을 크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최고의 경기를 할 수 있다. 실수해도 예전만큼 괴롭지 않다.” 그는 우승 소감에서 그렇게 말했다.
즉문즉설로 유명한 법륜스님은 일순간 화가 일어날 때는 우선 화가 일어나는 줄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고 말한다. 화가 계속 사라지지 않을 때는 화를 계속 지켜보아야 하고, 자신이 이를 알아차리기만 해도 화는 더 이상 커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화』의 저자 틱낫한 스님은 그 어느 것도 화를 푸는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했다. 함부로 떼어낼 수 없는 우리의 신체 장기처럼 화도 우리의 일부이므로 억지로 참거나 제거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고 한다. 오히려 화를 울고 있는 아기라고 생각하고 보듬고 달래라고 충고한다.
화가 났을 때는 남을 탓하거나 스스로 자책하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어떠한 자극에도 감정의 동요를 받지 않고 늘 평상심을 유지하는 방법은 쉽지는 않겠지만 나름 찾아야 한다. 마음도 훈련이 되면 어느 정도는 통제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 치미는 화는 분명 감당하기는 어려워도 빨리 잠재울 수는 있다. 우는 아기도 다른 데로 관심을 돌리면 금방 울음을 멈추듯이 화도 다른 데로 일단 관심을 돌리면 순간 차분해질 수 있다.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기, 명상,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뿜는 호흡법, 무심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마음을 추스르거나 평소 좋아하는 명언을 떠올려보거나 마음속으로 기도하기... 시간이 있다면 음악감상이나 운동, 목욕, 취침, 맛있는 음식 먹기, 절친과 수다 떨기 등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자신만의 루틴을 통해 마음의 평정을 찾아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불평불만만 계속 쏟아내게 되면 될 일도 안 풀릴 수 있다. 투덜대는 것도 습관이 되면 고치기 어려워진다. 이런 나쁜 습관은 살아가는데 일종의 악성 바이러스다. 몸에 배면 화를 자초하는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인생도 꼬일 수 있다.
말에도 각인효과(刻印效果)가 있다고 한다.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면 그대로 된다는 것이다. 자나 깨나 “감사합니다”를 반복한 말기암 환자에게서 한순간 암세포가 사라졌다는 좋은 사례도 있다. 불평불만이나 습관적 욕설, 상대에 대한 비난을 삼가고 평소 감사한 마음을 자주 표현하다 보면 화를 내는 습관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골퍼들도 매번 자신의 샷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만족하지 못할 때마다 화를 불같이 내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런 숱한 순간들을 잘 극복하여 마침내 우승하는 선수에게 관중은 아낌없는 찬사와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골프나 인생에서나 마음에서 일어나는 불같은 화를 쉽게 막기는 어렵겠지만, 그런 순간들을 마주할 때면 충분히 빨리 진정시켜야 한다. 무릇 화가 잘 풀려야 골프도 인생도 잘 풀리는 법이다. 그렇게 계속 씩씩거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만 징징대고 화 좀 풀어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