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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 Dragon Jan 22. 2024

작전참모처럼 일하라!

예비역인 모(某) 선배가 군부대 정책부서에서 근무할 때의 일화를 들러주었는데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 상관이 어떤 중요 사안에 대해 한번 검토해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1주일간 많은 정성을 들여 보고서를 만들어 갔더니, 상관은 “보고서는 나중에 볼 테니까 두고 가라.”면서 “앞으로는 작전참모처럼 일하라!”라고 주문했다. 공병 병과라 작전참모를 경험해보지 못한 선배는 그 의미를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 작전참모를 하고 있는 동기생에게 자초지종 설명하고 ‘작전참모처럼 일하라’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동기생은 “작전참모는 지시받으면 언제든지 가장 빠른 시간에 바로바로 보고한다. 임무를 부여받고 1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 보고했으니, 지연 보고를 지적한 것 같다.”라며 조언했다. 상관의 지시에 충실하기 위해 1주일 동안 충분히 준비하여 보고하려 했던 선배는 이후부터는 방법을 바꾸어 수시로 상관과 소통하며 그 임무를 성공적으로 잘 끝냈다고 한다.      


부대에서 작전은 단순히 작전 분야를 뛰어넘어 부대 운영의 모든 것이다. 작전참모가 관여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다. 인체의 중추신경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일반 기업이나 기관의 기획조정실이나 전략기획부서와 같다. 작전의 역할이 그만큼 막중하고 책임이 많이 따르다 보니 전·평시를 막론하고 작전참모는 모든 것을 파악하여 통합하고 통제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작전참모가 놓친 것은 고스란히 지휘관의 책임으로 연결된다. 과다한 업무로 인해 대부분 당직이 아님에도 야근할 때도 많다. 당면업무도 당연히 많지만, 지휘관으로부터 수시로 부여받는 지시도 많다. 이를 제때 소화하지 못하고 지체하다가 피드백(feedback)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업무가 마비되어 부대 전체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래서 작전참모는 늘 바쁘다.      


지휘관도 완벽할 수는 없다. 참모의 최초보고-중간보고-최종보고 과정을 통해 지침 변경, 결심 수정의 과정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간다. 지휘관의 최종 결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참모와 충분한 질문을 주고받으며 다양한 방책을 수시로 자유롭게 토의해야 좋은 산물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산적한 과업 가운데 우선순위가 높은 사안부터 진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이렇듯 긴박하게 과업을 수행해야 하는 부서는 군대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늘 존재한다.
 
 업무의 특성상 통상 작전참모는 유능한 선임 장교로 보직하게 된다. 작전참모를 잘하려면 무엇보다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지휘관의 까칠한 질문에도 언제든지 즉각 대응하려면  치밀한 업무 수행 능력도 필요하다. 상관의 질문에는 늘 정직하게 답변해야 하며, 순간 모면을 위한 어떠한 술수나 변명, 거짓은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다. 서로 믿음이 형성되어야 한다. 설혹 잘 알지 못하는 사실에 대해서는 바로 확인하여 보고하거나, 잘못된 보고는 빠른 시간 이내에 재보고 혹 정정 보고를 해야 한다.


 ‘소통, 소통, 또 소통이다. 사람의 마음을 모으고 움직이는 것이 소통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던 잭 웰치의 말처럼 일반 사회에서도 소통의 중요성을 느끼기는 매 마찬가지다. 기업이나 기관에서도 대표(CEO)가 비록 농담처럼 흘린 관심 사안조차 바로 관련 자료를 확인하여 신속하게 보고하고, 기업의 이윤 확대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적시 적절하게 제시하는 직원은 언제나 인정받을 수밖에 없다.     


의사소통은 상대방과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이해하는 과정이다. 의사소통을 잘하려면 무엇보다 상대방의 말을 잘 경청하며, 궁금하면 바로 질문하거나 표정이나 몸짓 등으로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야 한다. 상관이 참모의 건전한 건의를 무시하고 직위나 계급 등 자신의 권위만 앞세운다면 소통이 어렵게 된다. 또 SNS 같이 상대방을 보않고 문자로만 주고받다 보면 간혹 단순한 사실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상대방을 잘 배려해야 소통도 원활하게 잘 이루어진다. 생각이 다르다고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며, 합리적이고 사실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일 카네기의 『카네기의 인생론』에서도 의사소통을 잘하려면 ‘상대방을 비난하지 마라, 상대방의 자중감을 높여주어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군대나 일반 사회에서 모든 참모(직원)가 작전참모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근무 자세만은 작전참모처럼 한다면 그 조직은 매우 전투력(생산성)이 높아질 것이고, 상하 모두 의사소통까지 잘된다면 굳이 불필요한 야근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사기 충천한 강한 조직이 될 것이다. 우리 집에서 아내는 아들 딸들과 유능한 작전참모처럼 소통을 참 잘한다. 나는 예비역이지만 소통이 여전히 어렵고 어색하다. 나도 집이나 직장에서나 멋진 작전참모처럼 일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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