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복잡한 코끼리”
그림책 “마음이 복잡한 코끼리”는 Jan De Kinder의 네덜란드 그림책으로 최근 프랑스어로 번역돼 발행되었다. 코끼리와 토끼는 친구다. 둘 사이의 우정을 그린 그림책이다. 많은 글, 그림 작가들이 친구사이의 우정을 이야기하는데, 이 그림책은 친구 사이의 우정을 둘 사이 시선을 나누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코끼리의 기분이 몹시 안 좋다. 그래서 제목이 마음이 복잡한 코끼리다. 슬프다고도 할 수 있고 기분이 나쁘다고도 할 수 있고, 혼란스럽기도 하고, 아무튼 코끼리의 크기나 체중만큼이나 마음이 아주 복잡해 무거운 것 같다. 그림책 표지에서부터 코끼리가 거꾸로 있다. 기분이 안 좋다는 거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거꾸로 있는 코끼리 얼굴에 딱 붙어서 눈을 맞추고 있는 토끼가 눈에 띈다. 같은 높이에서 같은 크기의 눈으로 코끼리와 눈을 맞추고 있다. 작가는 우정의 메시지를 그림책 겉표지에서 한 컷의 이미지로 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책 안으로 들어가 보면, 코끼리의 친구인 토끼는 코끼리를 찾는다. 코끼리는 나뭇가지 더미 아래 숨는다고 숨었는데 그게... 몸을 숨긴다고 숨겨질 체구가 아니다. 코끼리의 마음을 아는지, 토끼는 큰 소리로 코끼리를 부르면서 어디에 있냐고 묻는다. 근데 자세히 보면 토끼와 코끼리의 눈은 이미 마주쳐 있다. 겨우 찾았다는 듯 나뭇가지 더미를 헤쳐 코끼리에게 다가간다. 너 나랑 같이 놀래? 하면서.
그러나 코끼리는 고개를 흔든다. 그리곤 슬프다고 말한다. 슬프다는 친구의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할까? 그 말을 듣고 토끼는 눈이 커진다. 작은 토끼의 작은 눈이 커다란 코끼리의 동그랗고 큰 눈과 거의 같아졌다. 토끼는 여러 가지 궁리를 하면서 친구 코끼리가 슬픔을 걷어 내도록 애쓴다. 묘기를 부리기도 하고, 꽃을 한 아름 꺾어와 안기기도 하고, 악기를 연주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토끼는 계속 코끼리와 눈을 맞춘다. 코끼리 역시 한 시도 토끼에게서 눈을 안 떼는데, 토끼가 악기를 가지러 잠시 코끼리 앞에서 자리를 뜰 땐 슬픔이 극에 달했는지, 아예 몸통을 돌려버린다.
결국 토끼는 머리를 아래로 향하게 해서 코끼리와 같은 자세를 취한다. 그리곤 “난 늘 네 곁에 있다” 고 말한다. 코끼리는 차츰 기분이 좋아져서 머리를 다시 하늘로 돌리는데, 토끼는 덧붙인다. 네 마음이 다시 무겁고 복잡해져도 난 네 옆에 있을 거야. 내 두 팔 엔 자리가 넉넉해,라고 말을 이으면서. 코끼리는 "나도 알아"라며 편안하게 밤을 맞는다. 어느새 하루 해가 저문다. 곁에 있던 새들도 편안히 밤을 맞는다.
우리의 감정은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회적인 상호작용에 의한 외부나 기억 등 내부의 자극에 의해 나타나는 정서적인 현상이다. 감정들은 우리의 몸과 뇌가 그리고 그 둘 사이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부터 일어나는 일종의 표현인 것이다. 확실한 것은 어떤 감정도 그 자체로 나쁘지 않고 병도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감정을 우리 내면의 메신저라고도 한다. 그러나 때론 어떤 감정은 순조롭게 지나가기도 하지만, 어떤 감정들은 몸과 마음을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긴장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감정들은 모두, 우리가 필요한 것에 대해 우리에게 정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식하든 못하든, 우리가 원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 자신에게 필요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에게 적절하지 않은 상황을 변화시키도록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의 필요나 요구를 알리는 메신저들이다. 따라서 그 메시지를 잘 읽을 필요가 있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 메시지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밀어낸다면, 우리 내면은 더 강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만큼이나 나 자신과도 함께 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그림책 마음이 복잡한 코끼리는 코끼리에게 느닷없이 나타난 감정을 코끼리 자신도 그게 어떤 감정인지 파악하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마음이 복잡하다, 슬프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하고, 기타 등등...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왜 그런지 설명하기 더더욱 힘들다. 정말 복잡하다. 본인이 어쩌지 못하지만 그 복잡한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거부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지 더미에 자신을 숨어버렸다. 거꾸로 뒤집어져서 말이다. 그런 코끼리를 보고 있자니, 아 한숨이 나온다. 나도 이런 적 많은데... 하면서. 그런데, 코끼리에게 멋진 친구가 있다. 왜 그러냐고 묻지도 않고, "나도 그럴 때 있는데"라고 이해하면서 그럴 때 자신은 "이불을 머리 위까지 뒤집어쓰고 한 참을 있는다"라고 혹 그렇게 한 번 해보라고 넌 지지 알려준다. 그러나 코끼리는 토끼와 다르다. 코끼리의 혼란스러운 마음은 이불을 뒤집어쓴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코끼리가 원하는 것은 바로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 줄 친구와 눈을 맞추고 종일 함께 있는 것, 그것이 무겁고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코끼리의 감정이 간절히 요구하는 것이리라.
그림은 때론 텍스트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두 친구가 내내 눈 맞춤을 하고 있는 데, 백 마디 말보다 더 감동적이다. 시선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곧 온 맘을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리라. 쓸쓸함도 외로움도 멀리 달아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