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인 그림책에서 못 다룰 이야기는 없다. 어린이문학은 어린이들이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과 관계를 좌우하는 감정들을 어떻게 조율하는 가에 대한 소중한 정보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결코 반갑지 않은, 예민하고 신중하게 다뤄져야 할 주제인 어린이 성폭력에 대한 그림책에 주목해 본다.
"어린이는 작은 실수를 한다. 커다란 잘못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어른이다."
그림책 "나의 소중한 보물"에서 발췌한 인용문이다. 그림책 "나의 소중한 보물"은 크리스틴 노만 빌맹이 글을 쓰고 시빌 들라크르 와가 그림을 그려 2024년 3월에 출판사 클레이도스코프에서 발행했다.
이 그림책은 루,라는 여자 아이의 이야기이다. 곡예사인 엄마, 아빠와 함께 루,는 서커스단에서 산다. 사실상 서커스단은 대가족으로 광대인 알도 아저씨, 마술사인 통통 아저씨 등 여러 단원들이 있다. 루는 서커스단에서 사는 것이 좋다. 연습 중인 단원들이 있는 곳 여기저기를 둘러보기며 참여하기도 하는데, 늘 자신의 소중의 보물이 들어있는 작은 가방을 지니고 다닌다. 루의 부모는 루에게 루의 소중한 보물에 대해서, 루의 보물은 루만의 것이고, 누구도 그것을 보거나 만질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어느 날, 마술사 아저씨인 통통은 루에게 자신이 새로운 마술을 발명했는데, 먼저, 루에게만 보여주겠다고 제안한다. 그 새로운 마술이 굉장한 것은 마술사의 모자를 머플러로 덮었다가 열면, 모자 속에 루가 가지고 싶은 것이 들어있을 것이라는 거다. 마술사는 루에게 뭘 가지고 싶은지를 묻는다. 루는 강아지를 생각하며 행복에 겨워한다. 루의 부모는 서커스단에서는 강아지를 돌보는 게 어렵다고 거절했던 차였다. 마술사 아저씨 통통은 머플러로 모자를 덮는다. 그때, 잠시 마술을 멈추고 루에게 제안한다. 특별한 마술을 루에게만 보여주는 대신, 루도 소중한 것을 자신에게 보여달라는 것이다. 그래야 이치에 맞다는 것이다. 그리곤, 루가 깊숙이 숨겨둔 소중한 보물을 보고, 그리고 만진다. 그리고 또 덧붙인다. 이건 우리만의 비밀이라고 말이다.
루는 몹시 불편하다. 배도 아프고 슬프고 수치스럽기까지 하다. 루의 엄마는 평소와 다른 루가 이상해, 루에게 아빠와 같이 산책을 하자고 제안한다. 루의 엄마 아빠는 루를 따뜻하게 안으며 무슨 일이 있는지 묻는다. 루는 "커다란 실수였다"며 망설인다. 그때 아빠는 루에게 아이들은 작은 실수를 하지만, 정작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어른들이라고 설명한다.
마술사, 사실상 어떤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나쁜 짓을 할 권리는 없다. 때문에 나쁜 짓을 저지른 마술사는 "아주 오래된 우리에 가두어져 숲의 깊숙한 곳에 있는 버려지는" 벌을 받는다. 서커스단의 법이 그러하다고 그림책은 말한다.
루는 예상치 못한 아주 나쁜 일을 겪었다. 그러나 모두들 루가 잘 못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루에게 큰 위로가 되어, 차츰 회복한다. 루는 아마도, 어느 날, 자신이 원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원할 때, 자신의 보물을 보여줄 것이다. 그 또한 스스로 결정할 것이다.
언제든,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이런 종류의 나쁜 일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다. 루처럼 말이다. 그것은 바로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강요된 "비밀"을 말하는 게, 어린이에게 사실상 쉽지 않다.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그림책이 있다. 그림책 "특히 밤에"는 디디에 장과 자드가 공동으로 글을 쓰고, 로라 지로가 그림을 그려 유토피아 출판사에서 2023년 2월에 발행했다. 이 그림책은 7살의 여자 아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여자 아이는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고 주변의 사람들 특히 가족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아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밤이다. 밤이 단지 어두워서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밤마다 누군가 소리 없이 아이의 방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아이를 만지고, 아이가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게 하고, 아이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게 한다. 그리곤 말한다.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라고 말이다. 아이는 자신에게 속한 무엇인가를 도둑맞은 느낌을 받는다. 아이는 게다가 저항하지 않았다는 죄의식마저 느낀다. 아이는 정말이지 그런 상황들을 견디는 게 너무 힘들다.
그러나, 이 그림책은 특히 아이가 밤마다 겪는 상상하지 못할 상황에 처해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가족에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는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나, 이야기했을 때 본인이 겪어야 할 일을 예상하니 그게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와 결국 입을 닫는다. 주변인들에 의한 2차 피해를 말하고 있다. 상상하기 조차 힘든 어려움을 이야기했는데 그로 인해 가족에게 내쳐질 두려움 말이다. 성폭력을 겪었는데, 반대로 죄의식을 느끼고, 게다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거라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 이중 삼중의 고통과 두려움에 떤다. 그림책 속의 아이의 상황인데, 이런 상황이 꾸며낸 상황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에 가슴이 조여 온다. 우리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을 때, 누구에게라도 말할 수 없다면 그게 지옥이지 달리 지옥이 있을까 싶다.
그림책 "나의 소중한 보물"에서, 루는 애초 엄마에게 마술사의 악행을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망설이게 된 이유가 있다. 평소 루가 강아지를 갖고 싶다고 말했을 때, 엄마는 서커스단에서 강아지를 돌보는 게 쉽지 않다며, "안돼"라고 했다. 아이와 대화하는 방법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이다. 이 단호한 거절의 표현은 아이를 불안과 혼란에 빠트린다.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도 질문하는 것을 망설이게 하고,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섣불리 속내 이야기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바로 트라우마이다. 루는 엄마의 단호한 거절의 경험으로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해도 엄마가 자신을 야단칠 것이라고 예상한다. 부모가 평소 단호하게 "안돼!"라고 거절하는 표현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다.
그림책 "특히 밤에"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사람이 더 이상 오지 않자 아이는 조금씩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어느 날 밤, 화장실 가려고 방을 나섰을 때 아이는 그 가해자가 자신의 여동생 방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한다. 강요된 "비밀"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아이는 용기를 낸다. 그다음 날 먼저 학교 선생님에게 이 모든 상황을 이야기하겠노라고.
루의 아빠가 이야기했듯이, 아이는 작은 실수를 할 수 있다. 아이가 사람들의 마음을 모두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나쁜 짓을 할 거라는 상상을 어찌할 수 있을까. 두 그림책에서 특이하게 아이들이 잘 아는 사람인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나쁜 짓을 한다. 그림책 "나의 소중한 보물"에서는 평소에 너무나 친절한 마술사 아저씨가, 그림책 "특히 밤에"에서는 같은 집에 사는 사람이다.
루는 자기 잘못이라고, 자기가 받아들였고, 비밀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고 자책한다. 사실상 아이들의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서 어른들은 범죄를 저지른다. 두 그림책은 이러한 지점들을 잘 묘사하고 있다.
두 그림책 모두 마지막 장면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림책 "나의 소중한 보물"에서는 루가 엄마 아빠와 함께 공중 곡예를 펼친다. 공중그네를 타는 엄마 아빠 사이에서 루는 아빠와 두 팔을 맞잡고 있고, 엄마는 루의 두 다리를 잡고 있다. 이 위험한 장면은 서로가 서로에 대한 그리고 자신에 대한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림책 "특히 밤에" 역시 마지막 장면은, 아이가 입을 열고 말을 하니 그 말들이 새가 되어 훨훨 날아가고 있다. 우리가 모든 것에 대해서 용기를 내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위 두 그림책은 어른으로서의 역할인 아이들에게 신뢰의 환경을 만드는 것, 그리고 아이와 함께 행동해야 할 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프랑스에서는 서커스단의 공연이 활발하다. 파리엔 드물지만, 지방에서는 일 년에 한두 번은 서커스단이 동네를 찾아 멋진 공연을 펼친다. 가족단위로 긴 줄을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림책의 배경이 되는 루의 서커스단의 삶이 프랑스에서는 낯설지 않다. 아동 성폭행이 불행히도 특정분야의 삶에서만 저질러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해도 없다. 특히 잘못을 저지른 마술사를 서커스단의 법률에 의해 오래된 우리에 가두고 숲 속 깊숙한 곳에 버린다는 장면은 '교도소'라는 건조한 표현을 뛰어넘고 있다. 또한 부모와 자녀사이의 신뢰 관계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의 중요성을 공중 곡예를 하는 장면인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신뢰관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글, 그림작가의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어린이가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길 바라는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