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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반대로 가면서 돈 벌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by 신진상
존 탬풀톤.jpeg

요즘 재테크에 대한 열기가 정말 식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입지 센스’라는 제목만 들어도 부동산 책인 줄 뻔히 알 수 있는 책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는 건 사람들의 관심이 부동산에는 여전하지만 주식과 특히 코인에는 싸늘하게 식었다는 뜻이겠죠. 지금 한국 주식과 미국 주식이 지난달보다는 나진 기미가 보이지만 이게 언제 고꾸라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분위기입니다. 바닥은 끝났고 이제는 오를 일만 남았다는 낙관론은 푸틴이 지금 하는 낌새로는 하반기에 더 큰 바닥이 올 수도 있다는 비관론을 절대 이기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부자가 되고 픈 욕망이 줄어들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여전하지요. 다만 지금의 하락장이 너무나 무서워서 두려움이 앞서기에 투자가 망설여지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한 마디로 정의하면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시장을 압도하는 분위기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시장의 역사를 보면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많은 사례가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우리가 세계 3대 투자자로 알고 있는 짐 로저스가 대표적인 예이고요, 그의 정신적 스승인 영국의 투자자 존 템플턴 경이 그렇습니다. 이른바 역발상 투자를 하라는 요구죠.

존 템플턴은 정말 개 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돈을 쓴 사람인데요, 템플턴 재단과 템플턴 상은 공익과 인류를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게 재정적인 후원을 합니다. 재테크에 관심이 없어도 템플턴 재단이 상에 대해서는 들어보신 분들이 적지 않으실 겁니다.

존 템플턴은 1912년 생으로 2008년에 죽었으니 96년을 지구 위에서 호흡했던 인물입니다. 지금 현재 97세인데도 현업에 있는 찰리 멍거를 비롯 92세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워런 버핏과 조지 소로스를 보시죠. 투자업계에서는 90대 현업 종사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지금은 부가 바로 권력이면서 부가 바로 건강인 세상입니다. 존 템플턴 역시 이를 증명하고 있죠. 제가 볼 때 세계적인 투자자 중에서 80 이전에 단명(이 표현도 참 역설적입니다.) 한 이는 78세에 죽은 마틴 츠바이크 정도일 겁니다. 그는 800 억 원이 넘는 아파트(어떻게 이럴게 비쌀 수가 있을까요? 단독 주택도 아닌 아파트가)에 살면서 호화스러운 삶을 살았는데요, 이런 방종 때문인지 비교적 일찍 죽었습니다.

착하고 도덕적인 삶을 일생 산 템플턴은 항상 시장과 반대로 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 사례를 보여주는 게 40년 2차 세계 대전이 절정일 때 그가 행한 투자입니다. 히틀러는 숙적 프랑스를 정복하고 거침없이 질주했죠. 미국은 그 당시 독일과 전쟁을 벌이는 걸 정말 두려워했습니다. 그런 분위기는 29년 대공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계속 쳐져 있던 당시 주식 시장을 더욱 위축시켰죠. 그런 그가 시도한 건 당시로서는 동전주에 가까운 1달러 주식을 골라 모든 종목을 100달러씩 투자한 일입니다. 이건 지금 우리 생각으로서는 대단히 위험한 일이죠. 그리고 장기 보유에 들어갔습니다. 시쳇말로 시장이 가장 큰 공포에 휩싸이는 전쟁 중에 주식을 사서 오를 때까지 기다려 본 거죠. 어차피 전쟁은 언젠가는 끝날 수밖에 없기에 그는 확신이 있었을 듯합니다. 그는 이런 선택을 할 때 종목 공부에 투자할 시간 같은 것은 필요 없었겠죠.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겁니다. 시장에서 가장 싼 주식을 골라 매입하는 건 말이죠.

당시는 도저히 질 것 같지 않던 히틀러의 군대는 43년 스탈린그라드에서 첫 패배를 맛본 후 후퇴하기 시작했고 연합군의 수치라고 여겨지던 미군도 패튼 장군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점점 강해지면서 전세가 역전되고 44년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노르망디 상륙 작전과 소련의 우크라이나 탈환으로 미국의 승리가 확실해졌습니다. 그때부터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고 그 추세를 이어간 결과 50년 즉 29년 대공황 이후 21년 만에 주가는 전고점을 돌파합니다. 그때 그는 가지고 있던 주식을 모두 팔았습니다.

이런 로또 복권 사기 같은 행동에 그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예상대로 싼 주식은 위험합니다. 망할 수 있기 때문이죠. 평균적으로 그가 산 100개 기업 중 37개가 망하면서 휴지 조각이 됐습니다. 그러나 63개의 주식은 어땠을까요? 살아남은 63%의 성장률은 100%를 크게 넘었고 이는 휴지가 된 주식의 손해율(최대 마이너스 100%를 넘을 수 없는)을 압도했습니다. 그는 총투자액의 4배를 벌었습니다.

제가 이 일화를 들려 드리는 건 지금 시점이 존 템플턴이 환생하면 주식을 살 때다고 희망론을 들려드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역으로 남들과 반대로 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말씀드리려고 하기 위함이죠. 일단 인간의 인내력은 43년 스탈린그라드에서 독일군이 질 때까지 3년 간 갖고 있던 주식을 들고 있도록 놔두지를 않습니다. 당시로서는 정말 독일이 전쟁에서 이기고 미국은 필립 K 딕의 상상력처럼 히틀러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앞서는데 어떻게 미래를 낙관하고 주식, 그것도 당시로서는 망해가는 것처럼 보이는 기업들의 주식을 장기 보유할 수 있겠습니까? 지나고 보니까 쉬워 보이지 당시로서는 어려운 일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한 일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존 템플턴은 IMF 위기 때 남들이 다 대한민국이 망할 거라고 예상하는 가운데 역발상으로 한국에 투자해서 재미를 본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시점이 존 템플턴이 맞을지 아니면 현재 분위기대로 흘러가 올 하반기에 더 큰 폭락장이 올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그럴 깜냥이 안 됩니다. 사실 이건 존 템플턴 정도의 능력자가 아니라 신이 되어야 맞힐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게도 다음과 같은 존 템플턴 경의 말은 엄청난 울림이 여전합니다. 저는 비관 속에서 희망을 놓고 싶지 않은 이유죠. 그의 말은 무엇일까요? 바로 이 말입니다.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자라며, 낙관 속에서 성숙해, 행복 속에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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