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만큼 어렵고 공부가 필요한 분야가 또 있을까요? 지난 7월부터 한국 증시는 확실히 반등한 듯한데 삼성전자는 여전히 헤매는 분위기입니다. 반도체 투자를 위해서는 반도체 업황이 어떤 사이클로 진행되고 반도체 공정이 어떻게 진행하며 각각의 업체들은 무엇이 강한지에 대한 업황 공부가 진지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반도체 자체에 대한 공부와 반도체를 투자 대상으로 공부하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채울 수 있는 그런 책을 고르는 게 좋죠.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에서 학석박을 모두 마친 우황제 작가의 ‘현명한 반도체 투자’는 그런 면에서 반도체와 반도체 투자를 동시에 공부하기에 가장 좋은 책이었습니다.
일단 반도체 하면 메모리 메모리 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생각하는 일반 투자자들의 편견이 문제였습니다. 반도체는 소재 설계 장비 등에 따라 다양한 업종이 존재하며 또 메모리 반도체 제조 회사만 해도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기업 중에서도 좋은 기업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잘 모르는 기업이었는데 동부 그룹에서 만든 DB하이텍은 코로나 기간이 한창으로 장이 크게 오르던 2020년 8월에도 1만 원 안팎이었던 주가가 2022년 삼성전자가 죽을 쑤는 동안에도 죽죽 올라 6만 원을 돌파해 6배나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저는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다 같이 죽 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더군요. 저자에 따르면 지금은 전체적으로 공급 과잉으로 재고가 쌓여 전체적인 반도체 특히 메모리 업황이 좋지 않은 시점인데 DB하이텍은 증설 없이 가격 인상만으로 증익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DB하이텍은 파운드리 업체이기 때문에 사물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때문에 과도하게 몰리는 수주에 따른 공급의 증가가 쉽지 않은 관계로, 즉 이례적인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던 것입니다.
결국 반도체 업종에 투자하려면 기술력만큼 따져봐야 할 일이 공급 과잉인지 아닌지부터 따져보는 시각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공급 과잉으로 재고 자산이 쌓이면 앞으로 수요가 반등할 때도 제품 가격이 오르는 시점도 당연히 늦춰질 가능성이 크죠. 그가 이 책을 낸 시기가 4월 말이니 책은 아마 올 초에 썼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후부터 거의 반년이 지났는데도 삼성전자 주가는 전혀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그의 진단이 맞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주문받고 만들어 파는 비메모리(대표적 업체는 대만의 TSMC)와 달리 미리 만들어 놓고 파는 메모리는 재고 자산 때문에 이처럼 실적과 주가가 느리게 움직이게 되어 있다고 봅니다.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재고자산을 소진하는 기간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 삼성전자가 그런 상황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죠.
결국 수요와 공급에 재고 자산까지 가세해 사이클에 따라 미친 듯이 움직이는 메모리 반도체로는 아무리 삼성전자라고 해도 경제적 해자를 갖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삼성전자 주식 사면 무조건 오르니 일단 떨어져서 걱정이면 수면제 먹고 몇 년 동안 잠이나 잔 뒤 일어나 보면 크게 오른 걸 그때 확인할 거라는 주장, 장기 투자가 대단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죠.
저자는 장기투자를 하려면 소재주에 투자하는 게 맞다고 주장합니다. 소재 기업은 사이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반도체 업체는 소제를 어지간해서는 바꾸지 않습니다. 일단 시작되면 꾸준한 공급이 발생할 수밖에 없죠. 한 마디로 안전성이 뛰어난 거죠. 안정성은 장기간 우상향을 보장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세계적으로 만들어지는 반도체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품목 수도 더욱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장기간의 꾸준한 이익 증가는 장기 투자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해 줄 가능성을 높인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저자는 소재 기업에 투자해서 실패하는 경우는 충분히 오랜 기간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 마디로 요약합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반도체 공정이 얼마나 복잡하며 반도체 업계의 주가가 왜 그리 예측이 어려운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반도체 특히 삼성전자에 물리신 많은 분들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