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만든 드라마는 아닌데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로 시간 여행이나 이론 물리학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이 보면 아주 재미있을 미드가 있어 추천드립니다. 미국의 3대 공중파 방송 중 하나인 NBC사가 2016년과 2018년에 만든 타임리스 1, 2입니다. 저는 이 시리즈를 미국 AP 시험 중에서 가장 어렵기로 소문난 아메리칸 히스토리 교재용으로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익했습니다. 워싱턴 존 에프 케네디 우드로 윌슨 링컨 닉슨 레이건 대통령은 저도 잘 알지만 쾌걸 조로의 모델인 호아킨 무리에타, 미국 여권 운동가로 여성 참정권을 따낸 결정적인 인물 앨리스 폴, 미국 서부 시대 연방 보안관 시리즈 론 레인저스의 롤 모델이 흑인이었다는 사실까지는 모르고 있었거든요. 미국에도 이완용이 있었으니 그는 조지 워싱턴 장군의 오른팔인 베네딕트 아널드였다는 점도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조세핀 베이커라는 흑인 여가수가 20년대 황금시대에 파리에서 지내던 헤밍웨이 피카소 피츠제럴드 거투르드 슈타인 등에게 영감의 원천 인지도 몰랐습니다. 사실 저도 친미 파이고 미국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죠. 1~2권 합쳐 2000 페이자가 넘는 폴 존슨의 대작 ‘미국인의 역사’를 읽었지만 미국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았습니다. 특히 엘비스 비틀스 레드 제플린 등 록 앤 롤의 선조가 1934년에 블루스로 첫 앨범을 제작한 로버트 존스라는 사실은 락앤롤에 영혼을 바친 저도 전혀 몰랐던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은 1950년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로 이어지는 625 전쟁의 한 복판에서 끝납니다. 정원의 20배를 태운 이 배에 문재인 전 대통형의 아버지가 타지 않았다면 한반도의 역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었겠죠.
왜 이들은 칭기즈칸이나 알렉산더나 네로를 만나러 가지 않았을까요? 주인공들이 할 수 있는 언어가 영어이다 보니 이들은 딱 한 번(1944년 나치 점령 하 벨기에)을 제외하면 모두 미국 영토나 영어가 통하는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 갔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죠. 우선 미국 시청자들은 미국 외에 다른 나라 역사에 관심이 없습니다. 히틀러 정도가 예외죠. 그리고 마리 앙토와네트, 칭기즈칸 등이 영어를 쓴다면 정말 말이 안 된다는 걸 요즘 시청자들도 알 겁니다. 그래서 그들은 시간여행을 미국 과거로의 여행으로 한정 지었습니다.
누가 봐도 일루미나티를 연상케 하는 비밀조직 리튼하우스가 미국 역사를 바꾸려 하고 한쪽에서는 이를 막아 역사를 지킨다는 내용입니다. 리튼하우스는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부터 존재해온 가상의 비밀조직으로 대통령 선거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재벌(록펠러 카네기 등 대부분 리튼하우스 회원)들의 결정들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비밀조직입니다. 이들이 케네디 암살에 관여하고 닉슨처럼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인물을 대통령 자리에 계속 머물게 하도록 워터 게이트 사건을 조작하려고 들죠.
이 드라마를 보면서 한 가지 궁금한 사실이 생각났습니다. 왜 모든 SF물(영화 소설)들은 시간여행이 가능해지면 미래가 아닌 과거로 가는 이야기를 그릴까요? 미국 최고의 과학 전문 작가 제임스 글릭의 ‘타임 트래블’에 보면 모든 SF 소설 중에서 시간여행은 UFO보다 더 많이 다뤄진 가장 인기 있는 장르입니다. 왜 사람들은 시간 여행 특히 과거로 가는 여행에 열광할까요?
그 이유는 인간이 후회의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정체성을 논할 때 후회하는 인간은 정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닉네임입니다. 후회는 과거에 내가 하지 않은 행위일 수도 있지만 역시 가장 많은 후회는 자신이 했던 선택에 대한 후회입니다. 결국 자신의 모든 잘못은 시간 차이가 있을 뿐 언젠가는 그때 다른 선택을 했어야 한다는 깨달음의 순간으로 이어집니다. 그게 바로 피할 수 없는 후회의 숙명이죠. 그 후회 때문에 너무나 괴롭고 그 후회를 아예 없애고 싶은 마음에 인간은 물리적으로는 영원히 불가능할 수 있는 시간여행이라는 아이디어를 발견해낸 거죠.
시간여행은 정말 가능할까요? 이론물리학자 미치오 카쿠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장치라고 말합니다. 이 우주에서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이를 되돌려 단 1초의 시간만 되돌리려고 해도 거의 지구 만한 크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하다는 거죠. 즉 동력 문제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거죠. 그리고 논리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시간여행이 가능한 장치를 만들면 그 만들어진 순간부터 적용이 되니 시간여행은 타임머신이 없던 시절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97년 영화 ‘레트로 액티브’처럼 타임머신이 만들어진 이후의 시간대만 이동이 가능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아직 우리가 미래에서 온 사람을 만나지 못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직 타임머신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이동하려면 정말 지구만 한 크기의 원자로를 본체에 달고 움직여도 턱 없이 부족하죠.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사실상 영원히 작동하는 영구동력 장치가 개발되어야 하는데 이건 정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F작가들은 상상력을 극한으로 밀어붙이죠. 이 작품에도 시간여행의 규칙이 있습니다. 일단 자신이 태어난 이후의 시대로는 가지 못합니다. 자기가 살던 시대로 가면 거의 뇌졸중 수준의 타격이 오고 곧 생명을 잃는 것으로 나옵니다. 실제 많은 물리학자들은 과거로 가서 자신의 과거와 만나는 사점에서 두 사람은 즉사하고 우주 자체가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추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행선에는 모두 세 명만 탑승 가능합니다.
리튼하우스와 리튼하우스를 막으려는 두 세력의 시간 여행 싸움은 바꾸고 싶은 역사의 출발지 찾기 게임입니다. 누가 먼저 뿌리로 가서 뿌리를 제거하려는 시간 싸움이 됩니다. 리튼하우스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마음에 안 들어 미국 민주주의의 출발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어머니를 벤저민을 낳기 14년 전의 세일럼의 마녀 사건으로 소환시켜 처형하고자 합니다. 리튼하우스는 미국을 러시아나 중국 같은 독재국가로 만들고 싶어 하고 주인공들은 이걸 막아 역사를 보존하는 식입니다.
드라마는 엎치락뒤치락하며 등장인물 간의 로맨스가 섞이면서 극적 재미를 갈수록 높여주는데요,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왜 사람들은 타임머신이 발명되면 미래가 아닌 과거로 갈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톺아보았습니다.
저라면 미래로 가서 발달된 미래의 기술들을 몸에 익히고 현재로 와서 돈 버는 데 써먹겠죠. 당뇨나 알츠하이머 같은 불치병이 있는 사람이라면 몸까지 치료한 상태에서 다시 현재로 돌아와 지금부터 주식 선물 옵션 스포츠 복권 등을 사서 부를 늘리겠습니다. 어차피 미래에서 현재는 과거로서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고 인터넷 덕분에 모든 게 기록되어 있을 테니 이들 자료를 들고 과거로 돌아와 돈을 번다면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를 모두 합친 부자보다 더 부자가 되는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미래행이 아닌 과거행을 선택하는 이유는 과거는 확실히 알지만 미래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기에 미래에 배운 지식들(예컨대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팀을 10월에 미리 아는 일 따위)으 그래도 반복될지를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불확실성을 피하고 싶은 존재죠.
그런데 이렇게 매력적인 미래로의 여행이 아닌 과거로의 여행을 선택한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겁니다. 그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바로 지금 자신을 괴롭히는 후회를 제거해 지금의 자신이 행복해진 게 가장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돈은 그다음의 문제죠. 사실 과거로 가서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바꾸거나 죽은 자식을 살리고 올 수는 없죠. 시간여행의 규칙 1을 위반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타임리스’에서는 자신의 과거를 만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아버지의 젊은 모습은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편지를 전해주면서 98년 10월부터 가진 돈을 전부 달러로 환전하시고 그 돈으로 전부 풋 옵션을 산 뒤 12월 IMF가 터지면 폭락하는 장세에서 옵션을 행사한 뒤 99년 1월 3억 원 대로 추락한 압구정 현대 아파트를 있는 대로 다 사라고 쪽지 한 통 드리면 모든 게 해결이 되겠죠. 사람들이 타임머신이 발명되면 미래를 다녀와 현재에서 그 미래를 그대로 써먹으면 부자 되기는 쉬운데 그걸 알아도 과거로만 가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지금 당장의 고통 후회를 줄이려면 과거를 바꾸는 게 선결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통찰력은 그렇게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시 현재로 돌아온 나는 여전히 가난합니다. 어찌 된 일인가요?
여기서 타임머신의 모순이 등장합니다. 타임머신은 물리학에서 말하는 또 하나의 영원한 가설 평행우주와 정면충돌하기 때문입니다. 과거를 바꾼 뒤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돌아오면 바뀐 과거에 따라 나 자신에게 어떤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을 영화 ‘백 투 더 퓨처’, 드라마 ‘타임리스’, 영화 ‘나비 효과’ 등은 모무 말해주고 있습니다. 멀쩡히 방금 전까지 존재했던 사람이 사라지는 걸 타임머신 속에서 타임라인 상 공백기(타임머신과 과거)에 있었던 자신만 빼고는 아무도 모르게 되죠. 그런데 평행우주에 따르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즉 아인슈타인-로젠 다리가 실제로 존재하고 그 다리를 건널 수 있는 수준으로 우주여행 기술이 발전해 웜 홀을 통과해 과거로 간다고 해도 그 과거는 다른 우주로서 자신이 버꾼 과거는 과거의 시간부터 다른 지류로 흘러 즉 다른 우주가 되기 때문에 현재 돌아온 자신의 현재 우주에는 어떤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게 평행 우주의 결론입니다. 즉 내가 부자가 되는 현재는 다른 우주에서 다른 나에 의해 실현되는 거죠.
그러니까 타임머신과 평행 우주는 상충하는 이론인 거죠. 둘은 양립할 수가 없습니다.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타임머신보다는 평행 우주를 좀 더 현실과 가까운 쪽으로 전제하고 있습니다. 미치오 카쿠 역시 타임머신 평행우주 외계인 중에서 가장 먼저 현실로 증명이 될 이론은 평행우주라고 주장합니다. 스티븐 호킹이 역설했던 할아버지 역설은 과거로 가 할아버지를 죽인다고 내가 현실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우주에서만 사라지고 지금 내가 있는 우주에서는 여전히 내가 존재하고 과거는 전혀 바뀌지 않고 현재는 전과 똑같은 현재라는 점에서 카쿠의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타임머신이 평행우주론을 만나면 그 달콤한 매력(과거를 바꿔 현재의 후회를 없애려는 시도)이 영원히 사라지는 거죠. 마블 세계관의 원조, 원래는 SF 소설의 대가 필립 K 딕이 시작했던 평행 우주 담론은 SF뮬에서 서서히 타임머신을 대체하고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