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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칭기즈칸을 중국인으로 우기면 발생하는 모순

by 신진상
마르코 폴로.png

넷플릭스 드라마 중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쓴 드라마는 엘리자베스 현 영국 여왕을 중심으로 대영제국의 본격적인 몰락인 20세기 영국을 그리는 ‘더 크라운’과 마르코 폴로라는 이방인의 눈으로 본 13세기 중국(몽골이라고 해야 할지 중국이라고 해야 할지 저도 망설여지네요.) 이야기 ‘마크코 폴로’입니다. 크라운이 시리즈 당 1억 2천만 달러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면 마르코 풀로도 9000만 달러로 어마어마합니다. 이 비용은 HBO 대작 ‘왕좌의 게임’과 엇비슷한 수준이거나 그보다 약간 높습니다. 그런데 시청자들의 평가는 어땠을까요? 더 크라운은 넷플릭스의 대표작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고 예정대로 시즌 6까지 무사히 촬영될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마크코 폴로’는 폭망 했습니다. 2014년 시즌 1, 2016년 시즌 2로 종영됐습니다. 넷플릭스는 시청자들의 시청 기록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돈이 될지 야부를 판단한 뒤 시즌 3 이후 투자를 결정하죠. 이 두 드라마 못지않게 돈을 많이 쓴 리처드 모건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SF 대작 ‘올터드 카본’도 시리즈 2로 끝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시즌 2가 시청률이 너무 안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드라마 리뷰를 하자면 전체적으로 흥미진진하면서 새로운 사실도 배우는 역사 드라마로 보기에는 아주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시즌 1은 마르코 폴로의 중국 도착과 송나라의 멸망을 다뤘고 시즌2는 아흐마드(실제 페르시아인 출신으로 요즘으로 치면 기획재정부 장관을 한)가 쿠빌라이의 사촌이자 칭기즈 칸의 후계자인 둘째 아들 오고타이의 아들 카이두와 나얀 왕자화 함께 반란을 꾸몄다가 쿠빌라이에게 진압당하는 내용을 다뤘습니다. 참고로 아흐마드는 외국인으로는 몽골 제국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이었는데 드라마처럼 반역을 일으켜서 처형당한 게 아니라 부정부패가 극심했고 칸이 분노해 그에게 사형을 명했습니다.

대영제국은 역사 상 가장 넓은 지역을 다스렸던 나라로 18~19세기 세계 최강이었고 20세기 최강국인 미국을 만든 나라죠. 몽골제국은 중국 전체를 포함해 러시아 상당수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대부분을 지배했던 역사 상 두 번째로 큰 제국입니다. 사람들은 칭기즈 칸과 그의 아들 손자들이 이룬 몽골제국이 역사상 가장 큰 제국으로 알고 있는데 영국이 다스렸던 땅은 미국을 빼더라도 몽골 제국의 1.5배 정도입니다. 인도 캐나다 호주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제일 큰 나이지리아 남아공까지 실로 해가 지지 않는 유일한 나라였죠. 영국은 몽골보다 훨씬 적은 피를 흘리고도 이 어마어마한 제국의 통치를 20세기 중반까지 이어 온 정말 대단한 나라죠. 영국은 10만 명의 군인으로 5억 인도(당시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포함)를 지배했는데 이는 철저하게 디바이드 앤 룰 정책으로 인도인들의 분열을 이용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 미드는 82년도 국내에선 아마 83년 KBS2에서 방영된 시리즈 물 ‘마르코 폴로’와 여러모로 비견되는데요, 동방견문록에 충실했던 82년작에 비해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허구적 요소를 과감하게 삽입해 드라마적 재미를 높인 점이 특징입니다.

우선 쿠빌라이 칸의 서자로 나오는 비얌바와 쿠빌라이 칸의 무술 선생으로 나오는 한족 맹인 도사 백안은 거의 완전히 창조된 인물입니다. 물론 백안은 모델이 된 인물이 존재하기는 하는데요, 눈이 없는 상태에서도 1 당백으로 싸우는 무술의 고수는 실제 역사에서는 존재할 수가 없죠. 이 두 사람을 제외한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나 사건들이 실제 있었던 게 맞더라고요. 물론 극적 재미를 위해 몇 가지 역사적 변형을 가한 흔적들이 있지만 12~13세기 세게를 지배했던 몽골 제국의 실체를 정확히 보여주는 데 제작진이 노력했음은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가의 상상력은 우선 주인공 마르코 폴로의 역할에서 정점을 달합니다. 기록에 따르면 마르코 폴로는 쿠빌라이 칸의 명령에 따라 몽골이 정복한 지역들을 돌아보면서 보고서를 남겼다고 합니다. 즉 대도라고 불린 베이징의 황실보다 드 넓은 영토를 돌아다니느라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부은 거죠. 그러나 미드에서 마르코 폴로는 쿠빌라이 칸의 총애를 받으며 그의 지근거리에서 그를 늘 보좌하는 인물로 나오면서 중요한 임무를 맡습니다. 송의 마지막 황제 조현을 데려오는 일, 자신의 암살 모의 사건의 배후를 밝히는 일, 송나라의 마지막 본거지를 공격할 때 공성전에 활용될 투석기를 개발하는 일 등 막중한 일들을 도맡아 처리하면서 절대적 신뢰를 얻는 것으로 나옵니다. 심지어 반란을 한 카이두를 죽인 것도 마르코폴로였죠. 단 둘이 떠난 산행에서 쿠빌라이가 늑대에게 공격당하자 그의 목숨을 화살로 구한 이도 마르코 폴로입니다. 역사에 따르면 마르코 폴로가 송나라의 멸망을 지켜본 유일한 서양인인 것은 맞지만 투석기 개발이라든지, 송나라 성벽이 무너지자 가장 먼저 성 안에 진입해 당시 송나라의 권력을 장악했던 실제 정치인이자 군인인 가사도와 1대 1로 대결한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설정입니다. 마르코 폴로는 여행가가 아니라 슈퍼 히어로에 가깝습니다. 영화적 상상력은 쿠빌라이 칸의 장자 진금의 아내 코쿠친(실존 인물이었지만 실제 나이는 마르코 폴로와 비슷한 연령대가 아니었고 쿠빌라이 칸의 아들과 결혼한 게 아니라 페르시아 지역에 몽골이 세운 일 한국이 몽골 혈통으로 왕위를 계승하기 위해 몽골 공주 중에 한 명을 보내달라고 했을 때 추천한 사람이 코쿠친 공주입니다. 공주 일행이 페르시아로 갈 때 마로크 폴로 일행도 한께 이동해 공주가 먼저 일 한국에 도착하고 마르코폴로 일행은 베네치아까지 귀환을 성공적으로 합니다.) 사랑에 빠져 실제 씨 없는 수박인 왕세자 대신 쿠빌라이 칸의 뒤를 이은(진금은 쿠빌라이 칸보다 먼저 죽습니다.) 2대 황제(원 성종)의 아버지일 수도 있다는 황당한 암시를 주면서 시즌 2를 끝내죠. 넷플릭스가 중국에서 방영이 안 되어서 그렇지, 만약에 넷플릭스가 중국에 상륙한다면 이 드라마는 100% 방송 금지될 것 같습니다. 만주족이 몽골 지역에 새로 세워진 후원 제국을 멸망시키고 내몽골을 청나라의 땅으로 편입한 이후 중국은 몽골의 역사 즉 칭기즈 칸 역시 중국인으로 중국의 역사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중국인을 싫어하고 증오했던 인물이 칭기즈 칸이죠. 몽골제국에서 계급으로 봤을 때 가장 낮은 지위가 중국인들이었습니다. 유대인을 증오해 유대인 전체를 말살하려 했던 히틀러처럼 칭기즈 칸 역시 중국의 다수 민족인 한족을 인종 청소하려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전 중국인은 다 죽이지 못한다면 장 씨 왕 씨 등 6대 대표성을 가진 모든 인물을 죽이려고 실제 계획도 했습니다. 그를 뜯어말린 사림, 한족을 살려두고 세금을 받아 넓은 영토를 통치하는 데 비용으로 쓰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거란족 출신 재상 야율초재의 설득으로 칼을 거뒀죠. 그의 손자 쿠빌라이도 자신은 죽어도 송나라는 망해야 한다며 송나라의 숨통을 끊기 위해 거의 40년의 세월을 투자합니다. 물론 쿠빌라이는 중국 한자를 배우고 중국 문화도 공부한 인물이었지만 당시 몽골인들은 자신들은 중국인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사도를 비롯해 결사 행전 했던 송나라 선조들과 송나라가 멸망하자 수많은 사람이 바다에 빠져 죽었던 항저우 송나라 백성들을 떠올리면 시진핑이 생각하는 중국사(현재 중국 땅에서 벌어진 일은 모두 중국의 역사)는 모순적이면서 선조가 흘린 그 많은 피에 대한 예의도 아닙니다. 아무리 역사는 현재의 관점에서 재구성된다고 해도 그렇지, 이건 좀 너무합니다. 우리가 우리나라 땅에서 벌어진 역사가 다 우리나라 일이니 조선을 정복한 일본 제국주의도 우리 역사라고 생각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영화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은 쿠빌라이가 송나라 마지막 황제 조현(6살 정도)을 포옹하는 척하면서 강력한 힘으로 질식사시키는 모습입니다. 뼈가 으깨지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송나라는 가사도와 마지막 황제의 죽음으로 끝났으니 한족은 더 이상 저항을 말라는 신호로 송나라 백성들에게 본보기를 보이려는 의도였죠. 그의 품 안에 안긴 6세짜리 아이는 엉엉 울지만 이를 외면하고 쿠빌라이는 잔인하게 스스로 직접 손에 피를 묻히는데 이 장면은 역사적 팩트에서 틀립니다. 조현은 포로로 잡힌 뒤 나중에 원나라 공주와 혼인까지 하면서 나름 인간적으로 대접받은 인물입니다. 조현은 쿠빌라이에게는 포용을 보여주는 사례로 목숨을 건진 거죠. 물론 쿠빌라이가 죽자 새로 왕의 자리에 오른 성종 때 그는 승려가 되었다가 처형당하지만 실제 드라마에서와 같은 끔찍하면서도 참담한 죽음은 맞지 않았죠.

우리는 칭기즈 칸을 위대한 정복자로만 알지만 그와 그의 후손들이 정복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양민들을 학살했는지는 잘 모릅니다. 기록에 따르면 바그다드를 함락할 때는 거의 도시 인구 전원인 200만 명이 몰살당했습니다. 우리는 몽골이 러시아를 정복하고 유럽도 초토화시켰던 힘센 존재. 같은 동양인인 우리에게는 자랑스러운 영웅처럼 생각하지만 실제 역사는 가해자만이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도 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몽골 제국이 서아시아 즉 이슬람 문명권을 정복할 때 벌인 잔인함은 스탈린그라드나 레닌그라드 전투에서 독일군, 남경 함락 시 보여준 일본군의 잔인함을 압도합니다.

특히 몽골군은 자신들을 여러 번 패배시키면서 수많은 희생자를 만든 송나라 군인들에게 잔인했는데요, 드라마에 보면 송나라 군인들을 마치 시장에서 생선 자르듯이 몸을 잘라 잘린 신체 부위를 거대한 솥에 넣고 끓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건 100% 사실입니다. 사람들을 끓여서 만든 기름으로 성을 공격하는 데 활용했던 것은 트루입니다. 우리 조상인 고려 군인들도 똑같이 당했죠.

반면 저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칭기즈 칸의 아들(실제는 아들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드라마에서는 쿠빌라이 칸이 그를 숙부라고 부릅니다.) 중에 네스토리우스파 신도인 나얀 왕자가 있고 그가 교황과 결탁해서 쿠빌라이의 사촌으로 쿠빌라이와 권력 투쟁을 벌였던 카이두(재미교포 릭 윤이 맡았죠. 카이두가 반란을 일으키고 정식으로 쿠릴타이를 개최해 투표로서 쿠빌라이 칸을 자리에서 몰아내려는 의도는 쿠빌라이가 상도에서 대도로 천도한 점, 몽골의 혼을 버리고 중국인들의 삶을 따라 하면서 몸고인의 정체성을 잃고 만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와 손을 잡아 쿠빌라이에 반란을 일으켰다는 내용입니다. 당시 교황은 쿠빌라이가 중국을 정말 통일하면 그다음에는 결국 유럽을 정복하려고 할 거라며 나얀 왕자를 도와줄 기사단과 폭약까지 몽골 지역으로 후송했다는데 이 역시 사실에 기반을 둔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건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쿠빌라이는 자신의 어머니 소르칵타니 베키가 천주교인이라 특히 기독교에 우호적이었죠. 절대 자신은 유럽을 정복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사신을 통해 여러 번 밝혔는데 당시 이슬람 문명이 몽골 제국의 군대 앞에서 무너지는 것을 보며 두려움을 느낀 교황 그레고리우스 10세가 나얀 왕자에게 쿠빌라이 칸을 제거해달라는, 즉 믿음을 위해 혈육을 배반해 달라는 어려운 부탁을 합니다. 나얀 왕자는 이 부탁을 따랐다가 마르코 폴로의 놀라운 대처에 의해 사전에 적발당한 뒤 스스로 십자가형을 선택해 최후를 맞죠. 나얀의 군대를 진압할 때 쿠빌라이는 자신의 말들에 불을 붙여 고통으로 공포에 떨며 울부짖는 말들이 화약 저장고로 향해 달려가도록 유도해서 대폭발을 일으키는 엄청난 잔인함을 보여줍니다.

시즌 1에서는 쿠빌라이는 형인 몽케가 죽고 왕위 계승을 놓고 막내 동생인 아라크와 직접 1대 1로 대결(일기투)을 벌여 동생을 칼로 벤 뒤 왕권을 다지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이 일은 마르코폴로가 원나라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일어난 일입니다. 드라마에서는 마르코폴로가 이 전투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허구죠. 그리고 쿠빌라이도 동생을 직접 죽이지 않고 가두었다가 나중에 독살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같은 역사의 주변부 국가에서도 권력을 놓고 형이 동생을 죽이는 일(반대로 김정은 같은 경우 동생이 형을)이 벌어졌는데 당시 세계 최강의 국가 원수 자리를 놓고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죠. 이 대목은 특별히 몽골이라고 잔인한 것은 아닙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중국계 배우들과 한국 배우들이 많이 나옵니다. 수현이 카이두의 딸이며 여전사로 웬만한 남자를 대부분 씨름으로 이겼다는 그 유명한 쿠툴룬으로 나오는데, 쿠툴론이 남동생을 제치고 아버지로부터 후계자 지명을 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카이두가 나얀 왕자와 반란을 일으켰다 실패한 후 죽게 되면서 실제로는 후계자 지명을 받지 못합니다. 시즌 2에서 진금 왕자에게 죽는 남동생은 실제 카이두의 뒤를 이어 후계자가 되어 몽골 지역에 남은 자신의 부족을 다스립니다. 몽골 같은 유목민 사회는 조금 더 남녀평등한 사회였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럼에도 여성이 칸으로 오르는 일은 용인되기 어려웠으리라고 봅니다. 재미있는 게 송나라 인들은 몽골인들을 야만인으로 부르고 멸시했지만 황후를 포함한 몽골 여인들은 전족을 하는 중국인들에게 역으로 야만인이라고 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중국 역사는 중원을 차지한 다수 한족과 한족을 증오하면서 서로 갈등했던 북방 민족들의 숱한 전쟁으로 점철된 피의 역사였는데 시진핑은 그런 어두운 역사를 지워버리고 원래부터 중국은 하나였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죠. 여하튼 이 쿠툴론은 칭기즈 칸이나 쿠빌라이 칸, 칭기즈 칸의 장손자로서 유럽 원정군 총사령관을 맡은 바투와 함께 유럽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죠. 푸치니의 그 유명한 오페라 투란도트의 여주인공이 바로 쿠툴론을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수현은 외모를 비롯, 실존인물과의 일치도라는 면에서 다른 배우들을 압도했습니다.

칭기즈 칸과 그의 아들 손자들이 이룬 정복의 이면에는 음지와 양지가 동시에 있습니다. 학살과 강간(실제 몽골은 강간보다는 사창가를 이용하라고 군인들에게 적극 권유했지만 이게 제대로 지켰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금 현재 전 세계 인구 6000만 명에게서 칭기즈 칸의 유전자가 발견된다고 하는데 이게 사창가 이용만으로 설명이 되겠습니까?)이 음지라면 양지는 동서양의 융합, 세계화의 본격적인 시작이 되겠죠. 특히 미국이 건국 초기에 많이 영향을 받은 연방제와 의회제도(쿠릴타이)가 몽골 제국에서 나왔죠. 시진핑의 논리대로라면 칭기즈 칸도 중국인이고 특히 중국과 대립했던 몽골 제국의 홀로 주체성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몽골 제국은 없었고 송을 계승한 원이라는 나라만이 있었다는 식으로 우기는 거죠. 송원 간의 전쟁도 시진핑이 좋아하는 말 중국인 내부의 문제일 뿐이죠. 말도 안 되는 궤변이고 명백한 역사 왜곡이죠. 그런데 현실의 힘이 과거의 기록을 결정합니다. 지금은 분단되어 한쪽은 자신들이 중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은 미국식 샐러드 보울이 아닌 용광로 즉 철저한 동화정책입니다. 시진핑은 초등학교 국어 수업을 몽골어가 아닌 중국어로 교육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언어를 잃으면 그 민족은 끝입니다. 네이멍 자치구의 몽골인들은 강력 반발하지만 580만이 13억 명을 어찌 대적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은 중국인에 정말 동화되어 존재 자체가 사라진 만주족이나 거란족의 운명을 몽골이 밟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독립국인 외몽골이 있으니 몽골이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은 적습니다.

쓸데없이 선정적인 장면들과 지나치게 잔혹한 몇몇 장면들, 그리고 베네치아인 마르코 폴로는 물론 모든 몽골인들까지 영어를 쓰면서 시청자를 배려했지만 리얼리티를 그만큼 줄인 결과가 된 점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잘 만든 역사 드라마였습니다. 끝까지 보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이 있죠. 하지만 미국 시청자들이나 2016년까지 넷플릭스를 주로 보던 유럽 시청자들로서는 몽골제국의 역사가 낯설기도 하겠지만 자신들의 선조인 유럽을 절체절명의 위기로 만든(사실 압도적으로 더 큰 피해는 이슬람 국가들이 입어서 교황은 한 때는 몽고를 동맹으로 생각하기도 했지요.) 야만인이라는 부정적 오리엔탈리즘 때문에 외면한 게 아닌가 합니다.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불편한 게 솔직한 이유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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