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개발자며 20대에 조만 장자로 올라선 비탈릭 부테린이 직접 쓴 책 ‘비탈릭 부테린 지분 증명’이 출간됐습니다. 저는 이더리움에 굉장히 관심이 많습니다. 속도를 비롯해 스마트 콘트랙트 등 기능면에서 비트코인보다 한 단계 진일보한 코인임이 분명해 보이죠. 책 속에서도 NFT(사실상 이더리움의 자식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곳곳에 드러나는데요. 그는 코인 자체에 계약 기능을 내재한 스마트 콘트랙트의 아이디어를 놀랍게도 닉 재보에게서 받았다고 합니다. 닉 재보는 현재 사토시 나카모토 후보 1순위이며 아예 일론 머스크가 당신 사토시 맞지?라고 공개 지목한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런 궁금증이 드네요. 아니 닉 재보가 스마트 콘트랙트의 알고리즘을 알았다면 왜 자기가 개발한 비트코인에 왜 그 좋은 기능을 담지 않았을까요? 닉 재보가 정말 사토시 맞을까요? 정말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궁금한 게 너무 많습니다. 반면 이더리움은 부테린이 수시로 트윗을 하고 장문의 글을 블록체인 커뮤니티에 올라며 정보가 공개된 투명한 가상 화폐입니다.
책을 통해 제가 파악한 부테린은 컴퓨터 천재이면서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도 굉장히 성숙한 사람이었습니다. 평등의 문제, 표현의 자유 문제, 지니 계수 문제 등 사회적 이슈 특히 불평등과 억압 그리고 거버넌스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의 책에서 살펴본 그의 생각들을 알아보도록 하지요. 14년 비트코인 매거진에 이더리움을 만들겠다는 발표를 한 글부터 시작해 2022년 초반 비트코인이 정점을 찍고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을 때까지 글을 모았습니다. 이 한 권이 세계 2위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산 역사라고 할 수 있겠죠. 비트코인과 관련된 네 가지 쟁점을 살펴보았습니다.
!) 탈중앙화에 대한 믿음은 여전하다. 다만 맹신하지 않는다.
암호화폐는 태생이 민주주의적입니다. 탈중앙화라는 한 마디로 설명될 수 있죠. 그는 탈중앙화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압축 설명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결함 허용성입니다. 중앙은행 한 곳에 장부를 모아놓은 것보다 분산해 놓는 것이 문제가 터졌을 때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공격 저항성 때문입니다. 시스템이 분산되면 한 곳을 공격하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들고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공모 저항성입니다. 중국의 은행들은 공산당의 포켓 머니라는 말이 있지요. 중앙화 된 권력은 필연적으로 리더나 엘리트들이 작당모의를 해서 일반인을 속이기 쉽습니다. 탈중앙화 된 금융 권력이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최악의 경우라도 시스템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게 부테린의 생각입니다. 그는 블록체인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두 가지 선결 조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작업 증명으로 블록체인 채굴자의 70%가 한 국가에 속해 있는 것을 막아야 하고 지분 증명으로 유통 코인의 70%가 한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것을 막는 일이죠. 그가 이 글을 쓴 게 2017년인데 5년이 지난 지금 신뢰도의 위기를 겪고 있는 비트코인에게 정말 필요한 조치로 보입니다. 그는 탈중앙화에 대한 신념은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탈중앙화가 100% 안전한 것은 아니니 끝없이 기술 혁신으로 이를 보완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2) 그는 평등보다 협력에 더 관심이 많다
94년 생인 그는 평등을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는 공산주의 러시아를 경험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유산은 남아 있었죠. 그는 현재 캐나다 시민인데 가치로서 평등에 대해서 그는 여전히 긍정적입니다. 그는 평등보다 더 좋아하는 말이 정당성입니다. 그는 정당성을 힘에 의한 정당성, 연속성에 의한 정당성, 평등에 의한 정당성, 과정에 의한 정당성, 성과에 의한 정당성, 참여애 의한 정당성으로 구분합니다. 그는 이 중에서 과정에 의한 정당성과 참여에 의한 정당성을 강조합니다. 이 둘이 바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모든 암호화폐가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본질적 이유죠. 그는 말합니다. 정당성은 항상 불변하는 것은 아니므로 언제든 사람들이 협의로 정의를 바꿀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나이에 비해 무척 유연하고 성숙한 사고를 하고 있죠.
3) 비트코인의 소수의 독점을 그는 정말 경계하고 있다
워털루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던 그는 수학 천재 컴퓨터 천재지만 경제학 등 사회과학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지니계수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만큼 사회의 불평등 부가 소수에 의해 독점된 상황을 염려한다는 뜻이죠. 그는 사고 실험을 제안합니다.
A 사회 : 그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일한 부를 갖고 있다.
B 사화 : 그 사회 구성원 중 한 명이 재산의 반을 갖고 있고 나머지가 절반을 갖고 있다.
이 두 디스토피아 중에서 그가 더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쪽은 A사회입니다. A 사회가 가고자 하는 목표는 유토피아지만 실제 도착하는 지점은 전 국민의 50%가 아사하는 현실을 그는 태어나기 작전에 끝난 소련의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거죠.
그렇지만 그는 비트코인이 소수의 고래들에 의해 독점되고 있어 북한 사회와 비슷하다는 애널리스트들의 비판에 특히 예민해집니다. 시티그룹의 외환전략가 스티븐 싱글랜더가 한 말입니다. 그는 15달러를 현실에서 갖고 있는 사람은 아사할 수도 있는 불안과 두려움에 떨며 살지만 15 달러를 암호화폐에 투자한 사람은 재미로 온라인 지갑을 개설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즉 커뮤니티에는 15달러라는 소량의 돈을 투자한 사람들은 재미를 느끼면서 미래에 관심을 계속 기울이는 것이 민주적으로도 좋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블록체인 기술은 사회를 디스토피아로 끌고 가지 않으며 그 이유는 15달러만 투자해 놓고 예의주시하면서 시장을 보고 있는 다수의 참여자들의 느긋한 심리 때문입니다.
4) 협의와 동의를 믿는 그는 암호화폐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
그는 거버넌스에도 관심이 많은데 그는 거버넌스의 탈중앙화를 위해 코인 기반의 투표 시스템만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민주적인 금융 시스템 운용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는 신뢰를 네 가지 차원으로 나눕니다.
① 당신이 기대하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② 전체 사람 수는 몇 명인가?
③ 사람들이 당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려면 어떤 종류의 동기부여가 필요한가? 그들은 이타적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단순히 자신의 이익만 추구해야 하는가? 그들은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야 하는가?
④ 위 가설이 증명되지 않을 경우, 시스템은 얼마나 심하게 실패할 것인가?
생각이 정치인 같죠? 거래 당사자가 늘어날수록 시스템이 혼란스러워지는 게 아니라 안전해지는 이유는 참가자들이 자신들이 게임 이론 속에 처해 있으며 자신이 살 길은 협력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21년까지 유효했던 비트코인의 집단 신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는 코인이 위기를 맞으면 NFT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역마다 코인을 발행하는 크립토 기반 도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처럼 강한 지방 정부가 아닌 지방 자치가 실현되는 그런 곳이 부테린의 꿈을 실현시키기 좋은 곳입니다. 지방 정부가 확실히 중앙 정부보다는 참여 지향적인 형태의 거버넌스가 이루어지기 쉽겠죠. 그에 따르면 크립토 시티는 바람직한 외부 효과를 더 만들어주며, 보조금을 통해 그러한 기여에 대한 효과적인 보상이 가능하며 지역 뉴스 또한 제곱 펀딩을 통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다분히 이상주의자로 보일 수 있는 주장이지만 책을 꼼꼼히 읽어보면 다양한 수식과 사회과학 지식을 동원해 자신의 주장의 설득력을 높이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부테인을 이더리움이라는 기업의 CEO로 비유하면 끝없이 공부하고 미래를 예측하려는 CEO입니다. 저는 이런 CEO에 높은 점수를 줍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두 암울한 한 해를 보냈지만 제가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부테린이 가진 좋은 생각 옳은 생각 때문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