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꾼 유병재가 각본을 쓰고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연출한 쿠팡 플레이의 ‘유니콘’에 보면 주인공 애슐리가 극심한 손해를 보는 주식 투자자로 마이너스의 손으로 등장합니다. 회사에서 PC로 HTS를 틀어놀고 장 시작하자마자 자신이 투자한 종목의 분봉을 보며 일희일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실 돈을 못 벌고 꿈으로 먹고 사는 스타트 업 기압이 아무리 기업문화가 널널하다고 해도 이건 좀 비현실적인 시추에이션이죠. 기업들이 근무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초가창을 직원들이 보는 것도 정말 싫어한다고 하는데 아예 대놓고 업무 시간에 HTS를 켜놓고 분 단위로 화면을 바라보도록 허락하는 회사는 증권사 외에는 없을 겁니다.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로 지각 심리학을 전공한 오성주 교수는 지각심리학(조금 쉽게 말하면 인지심리학입니다.)적 관점에서 주식 차트 보는 방법을 다룬 책 ‘차트의 유혹’을 2022년 초 출간했습니다. 사실 기술적 분석은 단타를 하는 개미들이 필수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의지하고 있는 매매 타이밍을 잡는 척도인데 그 문제점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빅 데이터에 의해서 철저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는 중이죠.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게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유가 반복되더라도 똑 같이 반복되는 일이 없는 데다 갈수록 참여자가 늘면서 주가 자체가 정말 예측 불가능하게 돌아가는 복잡계 시장이 되어버린 탓입니다. 그는 지각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착시로 수많은 기술적 차트의 패턴을 분석합니다. 장대 음봉 장대 양봉 데드 크로스 골든 크로스 등 모든 주식 차트 용어들이 사실상 착시에 기반한 것이라는 설명이죠.
수많은 사람들의 탐욕과 수많은 사람들의 착각이 몰려 오늘의 주가를 만들다 보니 주가는 정말 예측하기 어려워집니다. 특히 큰 PC 화면이 아니라 작은 스마트폰으로 거래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착시에 의해 시장이 왜곡되는 일은 더욱 다반사가 되었습니다.
오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에는 40% 대에 머물던 MTS 거래가 코로나 이후 시장 참여자가 폭증하고 그 다수가 MZ세대인 현상을 반영해 현재 MTS로 주식 거래를 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59%에 이르고 있습니다. 30%가 HTS, 10%가 증권사 객장에서 거래하는 상황입니다.
스마트폰으로 거래를 할 때 우리의 머릿속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그에 따르면 스마트폰으로 거래를 할 때는 PC로 거래할 때보다 충동적으로 거래하는 충동 매매의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사가 없지만 독일에서는 이런 거래가 있었습니다. 월평균 거래 빈도가 스마트폰으로 거래할 때 가장 높다는 거죠. 10% 정도 높습니다. 즉 주가가 오를 때는 빨리 팔아 도파민을 맛보고 싶은 마음이 크게 늘고 떨어질 때는 빨리 팔고 나와 고통을 최소화하는 욕구가 커진다는 거죠. 스마트폰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인내력이 떨어진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스마트폰으로 거래를 하는 사람들은 스마트폰 화면에 주의를 빼앗기고 이성이 마비되어 감정적으호 행동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거죠.
스마트폰으로 거래할 때는 매수 버튼보다 매도 버튼을 누르기가 더 쉽습니다. 그 이유는 편도체에 납치될 가능성이 스마트폰 화면에서 더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편도체는 인간의 공포를 관장하는 뇌의 기관입니다. 즉 스마트폰으로 호가창을 볼 때는 떨어질 때 평정심을 잃고 공포를 느낄 확률이 더욱 높아지는 거죠.
즉 스마트폰으로 거래를 할 때는 머리가 아니라 손가락에 의해서 거래를 하는 거래패턴이 몸에 익혀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머리로 생각하기보다 공포와 탐욕 사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거죠. 급등주는 추격 매수에 들어가고 폭락하면 주저 없이 도망가고 싶은 투자자들은 스마트폰 투자자들에게 좀 더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게 오교수의 분석입니다.
오교수는 지금처럼 약세장에서 감정은 이성만 아니라 주식도 잃게 만들 우려가 있으니 잠시 스마트폰의 증권 거래 앱을 지우고 시장을 떠나 있는 것도 좋은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는 영화 제목을 패러디해서 기다림에는 좋은 기다림 나쁜 기다림 이상한 기다림이 있을 수 있는데 인내력을 소진시키는 스마트폰은 좋은 기다림은 사라지게 만들여 이상한 기다림과 나쁜 기다림만 느끼게 해 줄 가능성이 높으니 만큼 주식 시장의 명언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투자를 쉬는 것도 가장 좋은 투자”라는 명언을 떠올릴 때가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