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에 관심이 많다면 스타트 업에 관심이 없을 수 없습니다. 진짜 선수들은 9시 개장해 3시 30분에 유통 시장에서 마감할 때 거래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 단계에서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과 기업이 속한 업종이 얼마나 커질지 파이를 예측한 뒤 IPO 전에 미리 들어가죠. 바이오 게임 메타버스 우주 등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예측되는 스타트업에는 주식 투자와 선물 옵션 투자로 떼돈을 번 슈퍼 개미들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 중에서 5년 뒤까지 살아남을 기업은 몇 군데나 될까요? 제 생각에 1% 미만일 겁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나 저처럼 스타트업에 대주주로 투자해본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쿠팡 플레이에서 만든 ‘유니콘’을 꼭 보셨으면 합니다. 대본을 쓴 유병재는 재테크부터 영화 벤처 비즈니스까지 모르는 게 없습니다. 그 많은 지식과 정보를 MZ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천재 작가입니다. 재미있으면서도 차별화되는 이 드라마를 통해 좋은 스타트업을 고르는 세 가지 기준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1)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비즈니스 모델이다
12부작인 이 드라마는 메콩이라는 작은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메콩의 CEO는 원래 더 큰 스타트업의 CEO였지만 동업자인 친한 선배로부터 배신을 당해 회사에서 쫓겨나고 또 다른 스타트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회사는 몇 번의 피보팅을 통해 드디어 오체투지 할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하는대요. 그것은 바로 노인 대상 매치업 서비스인 어게인이었습니다. 드라마는 이 비즈니스 모델로 투자를 받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온갖 해프닝들을 정말 유머러스하면서도 훈훈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기업이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바로 돈을 벌기 위해서죠.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의 저자 알베르트 사바이아는 사실 사업은 아이디어 단계에서 될 아이템과 그렇지 못한 아이템이 결정된다고 주장합니다. 안 될 아이디어가 돈과 실행력을 만나 되는 경우는 없다는 거지요. 즉 돈이 될지 안 될지는 비즈니스 모델을 CEO와 이사회가 결정할 때 이미 결론이 난다는 이야기죠.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죠. 정말 노인들의 이성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매치 업 서비스가 돈이 될까요? 정말 드라마 속 에피소드처럼 남자 노인들이 같이 나이를 먹는 다른 할머니들을 앱을 통해 만나고 싶을까요? 다른 드라마에도 부부 중 한쪽이 먼저 죽고 사별한 채 살던 노인들이 결국 상대를 만나 다시 사랑하게 될 때 대상은 비슷한 연배의 이성입니다. 이게 상식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주인공 신하균처럼 이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는 확신이 없습니다. 정말 우리가 봐온 대중문화 속 장면처럼 노인의 심리가 그렇다면 이런 서비스는 벌써 나와 벌써 히트했을 겁니다. 그런데 시장에는 없죠. 재가 생각할 때 이 비즈니스 모델은 두 가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조 회사 광고를 거부하는 모습으로 보아 신하균이 그리는 비즈니스 모델은 광고 모델이 아닌 구독 모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선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로 높습니다. 정말 그들이 나이가 들어 외로워서 다른 노인을 만나기 위해 돈을 쓸 여력이 있을까요? 그러기에는 그동안 써온 자녀 사교육비가 너무나 많지 않을까요. 일단 생각보다 시장이 적을 수 있다는 뜻이죠. 또 한지 의문점은 그중에 여유 있는 돈 있는 노인이 정말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여성을 만나고 싶을까요? 이건 편견일 수도 있지만 결국 모든 돈 있는 남성은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여성을 위해 돈을 쓰고 싶지 않을까요?
작품이 너무 재미있다 보니 정말 이런 서비스가 나오면 대박이 날 것 같은 개연성이 느껴집니다. 재미라는 측면에서 한 발 물러나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란 관점에서 보면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벤처 투자자는 딱 두 가지만 보거든요. 돈 될까? 그 시장에서 점유율은 얼마나 될까? 저라면 이 두 가지 질문을 먼저 던져 놓고 일단은 회의적으로 사업을 볼 것 같습니다. 노인 매칭 서비스는 보이지 않는 리스크가 분명 있습니다.
2) 능력 있는 직원들은 월급이 아니라 스톡 옵션으로 유혹해야 한다
이 드라마의 백미는 12회입니다. 회사를 빼앗으려는 이근호와 신하균의 운명을 건 지분 싸움을 통해 스타트업의 지분 구조가 어떤지에 대해서 일반인들도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대주주가 보통 30% 지분을 갖고 있고 가족과 교수(스타트 업 CEO들은 카이스트나 포항공대 서울공대 출신들이 많으니까요.)들의 우호 지분을 합치면 대략 50% 선입니다. 시리즈 A 투자를 받기 전에 이 구조가 투자를 받을 때마다 희석되면서 대주주의 지분은 줄어들고 그에 따라 기업의 통제력도 상실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신하균은 첫 번째 투자를 받은 뒤 22%로 지분이 희석됐습니다. 이 틈을 타고 앙숙이었던 동업자 이근호가 적대적 M&A를 시대해 오죠. 49.8%대 49.8% 동수의 상황에서 0.4%가 남습니다. 그때 혜성 같이 등장해 상황을 바꾼 게임 체인저 애슐리(원진아 분)입니다. 직원 중에 월급을 적게 받고 대신 지분을 받은 이는 그녀가 유일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시청자들은 스톡 옵션이 지분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는 거죠. 물론 주식 중에서도 의결권이 있는 주식과 없는 주식이 있듯이 스톡 옵션에도 있어 원진아가 갖고 있던 주식은 의결권이 있던 주식이었겠죠. 애슐리는 극 중에서 신하균에 대놓고 직언을 해대는 가장 열정적인 직원으로 나오는데 그녀가 두 발로 회사를 나가게 된 계기도 속이 시커먼 이근호와 합병하려는 신하균의 어리석음을 말리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 대한민국 스타트업에서 과연 애슐리 정도로 직장을 사랑하고 직장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이런 직원이 많은 스타트업은 좋은 비즈니스 모델만 갖추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스타트업의 현실을 보여주면서 그와 동시에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3) CEO에게 딱 두 가지만 있으면 된다. 직원과 타인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개인적 매력
유병재와 연출을 맡은 이병헌 감독이 처음부터 드라마의 중심축으로 잡은 것은 신하균을 통해 스타트업의 CEO가 어떤 모습으로 직원과 대중에 기억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입니다. 성찰이라는 말을 들으면 유병재는 ‘웃기는 소리’라고 받아칠지 모르지만 이 드라마는 꽤나 성찰적입니다.
신하균은 스타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 못지않은 관종입니다. 초 단위로 인스타를 체크하며 좋아요와 팔로워 숫자를 세는 사람입니다. 아직 돈도 못 버는 상황에서 홍보팀을 두고 끝없이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에 배포하며 모든 화제를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인물이죠. 스타 CEO는 스톡 옵션을 월급보다 더 원하는 능력 있는 직원들 그리고 좋은 비즈니스 모델과 함께 좋은 스타트업의 3대 구성요소입니다. 신하균은 관종이며 허세 덩어리이가도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는 공감 능력이 있는 따뜻한 CEO이기도 합니다. 노인 직원이 치매로 밝혀지자 그동안 연을 끊고 살았던 아들을 다시 만나 따뜻하게 연결시켜주고 앙숙이 보낸 스파이가 나중에 산업 스파이로 밝혀졌음에도 그의 사정을 알고 비트코인으로 번 돈으로 그 직원이 있던 전 회사(자기가 창업했던 회사)로부터 그 팀 전체를 사 왔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따뜻함과 섬새함 그리고 관종은 양립하기 어렵지만 사실 좋은 CEO에게는 이 셋이 모두 있어야 합니다. 결국 CEO의 개인적 매력이 비즈니스 모델이나 좋은 직원만큼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좋고 재미있고 유익한 드라마였는데 넷플릭스나 공중파나 TVN이 아니어서 그런지 드라마 애호가들로부터 덜 회자되는 느낌이 들어 이렇게 리뷰를 올려 봅니다. 스타트업에 계시거나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으시거나 유병재의 입담과 천재적인 글재주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