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이방원, 에로배우, 금반지. 작년부터 애널리스트들이 만들어낸 주식 시장의 신조어들입니다. 이방원에서 이는 아차전지, 애로배우에서 배는 배터리입니다. 올해 들어 새로 등장한 금반지는 금융 반도체 지주회사로 작년에 못 나갔던 주식들이 올해 잘 나간다는 전형적인 순환매매 장세의 특징을 보여주는 용어죠. 작년에는 정말 이차전지가 끝내줬습니다. 삼전에 투자했다면 손해를 보았지만 엘지엔솔에 작년 초에 들어가신 분들은 꽤 수익을 보셨을 겁니다. 코스닥 기업인 엘엔에프나 에코프로비엠에 들어가신 분들은 더 많이 버셨겠죠. 엘엔에프는 시계열을 3년으로 잡으면 거의 세 배 올랐습니다. 물론 작년 후반기 테슬라가 고전하는 시점부터 많이 조정을 받기는 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반도체에 여전히 있다고 믿는 사람들과 아니다, 2차 전지 혹은 배터리에 있다고 믿는 분들이 나뉘어 한 흐름은 반도체 주를 끌어올리고 다른 한쪽은 이차전지 주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저는 배터리 주식에 투자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관심은 있었는데 실은 잘 모르겠더라고요. 전기 화학의 지식 없이 음극재 양극제 전고체 배터리의 차이를 알기도 어렵고 알지 못하는 것에 투자해서 성공보다는 실패하기 쉽다는 경험 때문에 투자를 미뤘던 거죠. 저는 버핏의 말 중에서 자신의 능력 범위 바깥에 있는 기업에 투자해서 성공하는 투자자는 없다는 말을 맹신하거든요. 선공부 후투자론이죠. 이차 전지를 투자자의 관점에서 배경지식도 쌓고 세계 경제 흐름에서 파악할 책이 없을까 찾던 중 리튬 투데이라는 잡지의 편집장으로 미국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인 작가 루카스 베드나르스키의 책 ‘배터리 전쟁’을 발견했습니다. 정말 요긴한 책이었습니다. 사실 배터리 관련해서 단행본이 나온 건 이 책이 최초인 것 같아요.
책은 10장에 걸쳐 한중일(주로 중국) 그리고 리튬의 최대 생산국인 남미 세 국가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를 누비며 배터리 공급망을 철저하게 분석합니다. 역시 저의 최대 관심사 그리고 내가 한국 배터리 산업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결정적 이유 바로 중국의 굴기가 어느 정도 되는지 책을 통해 파악한 건 중요한 인사이트였습니다. 일본 파나소닉 제품을 베껴가며 오늘날 세계 정상에 오른 중국의 배터리 산업은 정말 앞으로도 계속 세계 1위를 기록할 수 있을까요? 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읽은 셈인데, 책을 읽다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리기 쉽습니다.
그 이유는 리튬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중국의 국유기업들이며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실패했지만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서는 반드시 1위를 차지하겠다는 의지로 투자를 아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장 제목이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걸 보면 책의 의도가 충분히 보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은 한때 혁신이 원친이었다. 종이와 화약, 인쇄기, 나침반이 이 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2012년 정권을 잡은 후 한 유명한 연설에서 중화 민족 부흥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부흥의 열쇠는 중국인들이 독창적으로 사고한다는 믿음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시진핑 체제 이후 중국 공산당원은 혁신과 생태를 두 단어를 마치 고장 난 엘피판처럼 되풀이했고 그 둘을 결합한 신 분야가 바로 2차 전지죠. 저자는 비야디와 CATL로 대변되는 중국 전기자동차와 배터리의 힘이 마오쩌둥 때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60년대부터 시작된 중앙계획경제에서 전지자전거는 석탄 시멘트 비료 철강 산업과 함께 중국 정부가 과감하게 투자했던 분야죠. 시장을 줄 게 기술을 달라는 합자 회사와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으로 중국은 후발 주자로 뛰어들어 금세 세계 1위가 되었죠. 중국 정부는 전기 자동차에 투자해 석탄으로 시작한 중국 택시 오염을 줄이고 이미 100년 앞서 시작한 미국과 일본 유럽의 내연차 업체들을 따라잡겠다는 원대한 구상을 가져왔습니다. 중국몽은 이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마오쩌둥이 시작하고 현대 중국을 설계한 덩샤오핑이 주도한 863 계획이 중국의 신에너지 산업의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후 2009년 중국은 10개 도시 1000대 전기자동차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2012년에는 민간 협력으로 베이징 시내에서 전기로 움직이는 택시 200대가 운행을 시작합니다. 저자는 비야디의 혁신애 높은 점수를 줍니다. 휴대전화용 배터리 생산에서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서 꽃을 피운 그들을 혁신이 아닌 뭐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가장 큰 배터리 물질 생산업체인 넝파삼삼은 원래 의류업체였습니다. 끝없이 변신을 시도하기가 오늘날 중국의 배터리와 전기 자동차 산업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죠.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리튬이 필요합니다. 중국에는 충분한 리튬이 있었을까요? 여기서 진장 위구르가 나옵니다. 이 지역에는 리튬이 충분히 있었고 리튬을 얻기 위해 마오쩌둥은 스탈린과 친했던 신장 위구르의 군벌 성스차이를 칩니다. 그가 장제쓰와 손잡는 것을 막으려고 했던 거죠. 리튬 외에 베릴륨 탄탈륨 니오븀 등의 희소금속을 자국 영토에서 충분히 확보할 수 없었던 소련은 중국과 협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소련이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한 50년대 후반부터 중국은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했고 이때도 리튬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렇게 중국의 신에너지 경제는 탄생합니다. 물론 이 과정은 중국 공산당이 설계하고 주도했지만 리량빈 같은 리튬 산업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민간 사업자들의 공도 적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리튬 광산을 갖고 있는 남미의 자원 민족주의가 중국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고 이제야 뛰어든 유럽이 리튬 화합물과 양극재에 집중하고 있는 현실에서 중국은 상당한 기술적 우위 그리고 시장의 우위를 갖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사실 책 본문에는 국내 배터리 신업 아야기가 별로 없습니다. 대신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자는 이 책이 가장 먼저 변역 된 나라가 한국이라는 사실에 기쁨을 갖추지 않았고 한국을 진정한 배터리의 나라로 칭찬하는 데 인색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미국의 IRA가 한국 배터리 산업에 큰 특혜를 줄 것으로 내다보았습니다. 미국은 배터리 산업에 약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함께 팔 파트너는 기존 미국과 FTA를 맺을 나라일 수밖에 없기에 한국의 미래는 밝다는 것이지요. 한국과 미국이 오바마 정부 때 셰일 혁명처럼 배터리 혁명을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는 역사를 통해 지금처럼 배터리 분야에 많은 인재와 자본이 투입된 적은 없었다며 배터리 산업의 미래는 확정된 미래로 기대감을 표시합니다. 저도 늦었지만 배터리 산업에 뛰어들어야 할까요? 좋은 투자서의 고민은 읽고 나서 시작됩니다. 즐거운 고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