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입을 중심으로 영재고와 특목고 그리고 로스쿨 의전원과 대학원 대학 편입 및 대기업까지 실로 모든 유형의 자소서를 지도해 온 자기소개서 전문가입니다. 이제부터 브런치를 통해 취업 자소서를 잘 쓰는 방법에 대해서 연재를 하고자 합니다. 먼저 대한민국 국민기업 삼성전자입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자소서 항목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모두 네 항목입니다.
1. 삼성전자를 지원한 이유와 입사 후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꿈을 기술하십시오. (700자 이내)
2. 본인의 성장과정을 간략히 기술하되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 인물 등을 포함하여 기술하시기 바랍니다. (※작품 속 가상인물도 가능) ㅣ 1500자 이내
3. 최근 사회이슈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한 가지를 선택하고 이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1000자 이내)
4. 지원 직무 관련 경험 또는 리더십을 발휘하여 주어진 성과를 달성한 경험에 대해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당시 상황, 본인의 해결방법, 결과 포함) ; 1000자 이내
모두 4200자를 써야 합니다. 적지 않은 분량이죠. 지원동기 성장과정 직무 경험을 묻는 건 다른 기업들과 차이가 없는데 삼성전자 자소서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항목이 바로 3번입니다. 신문기자를 뽑는 시험도 아닌데 사회 이슈를 묻고 있죠. 왜일까요? 자기소개서는 일종의 시험으로서 모든 시험에는 출제자의 의도가 있습니다. 그 의도를 찾아 의도에 맞는 글을 쓰면 1단계 통과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1번 지원동기와 2번 성장과정은 삼성전자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지원자를 원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4번 직무 경험은 대입 자소서의 2번 진로를 위해 기울인 노력을 쓰는 문항과 유사하죠. 그러나 3번은 다릅니다. 그래서 모든 지원자는 3번이 가장 쓰기 어렵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여기서 자소서의 본질에 대해서 톱아보죠. 재미있는 비유를 하겠습니다. 여러분 유튜브와 주식투자의 공통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바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성공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 성공한다는 점입니다. 자소서의 본질도 마찬가지입니다. 취업 자소서는 돈을 내고 대학을 다닐 고객을 고르는 대입 자소서와는 보는 사람의 입장이 전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차별화를 더 부각하려고 하기보다 지원하는 회사의 비전과 인재상에 내가 맞는 인재밈을 밝히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하죠. 그 이유는 기업은 돈을 주고 일을 시킬 사람을 뽑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아무리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해서 다른 직원들과 갈등을 빚고 제멋대로이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런 인재를 뽑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창의적이되 예외적이지 않은 그런 인재를 뽑고자 하는 거죠. 취업 자소서는 슬프지만 을의 마인드를 확실하게 가져야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을 내는 사람이 갑이고 돈을 받는 사람이 을입니다. 취업 자소서는 철저하게 회사가 갑이고 지원자는 을인 시험입니다.
물론 삼성전자가 대한민국의 갑 행세를 하려고 이 질문을 만든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선대 때부터 이어져 온 ‘사업보국’의 사념에 맞는 그런 인재를 찾고자 하는 의지의 투영으로 보입니다. 세상에 대한 관심, 그리고 최소한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관심은 직종 전공을 가리지 않고 이 나이의 연령대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회사 측은 한 거죠. 바로 이 문항에서 삼성전자가 뭘 기대하는지 아는 게 다른 자소서 항목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죠.
두 가지라고 보입니다. 즉 한 가지는 지원자의 기업에 대한 태도입니다. 사회 이슈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 지원자가 친기업적인지 반기업적인지 태도가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정치적으로 진보 좌파를 싫어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반기업 정서를 갖고 있는 지원자를 굳이 뽑도 싶지 않은 것은 인지상정일 겁니다. 국가의 역할을 부정하는 무정부주의자가 좋은 공무원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죠.
두 번째 보고자 하는 것은 삼성전자를 비롯해서 요즘 모든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지속가능 기업, 즉 기업이 오래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이 있는지를 보고자 하는 겁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뜻은 내가 그만큼 길고 오랜 시간 삼성전자에서 일할 각오가 되어 있음을 증명하는 거죠. 이 항목은 삼성전자가 원하는 인재상, 열정 창의성 도덕성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포함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바로 미래지향성이죠. ESG나 친환경을 쓰는 게 반드시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가장 무난한 선택입니다. 실제 많은 학생들이 지난 2021년부터 ESG를 이 항목에서 썼습니다. MZ 세대 사이에서 ESG는 제품의 선택만이 아니라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 중 하나가 되었다는 내용을 기술해 서류 통과는 물론 최종 합격한 사레도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삼성전자는 정말 비전과 인재상에 맞는 인재를 뽑는지 실제 삼성전자의 비전과 인재상을 자소서에 녹이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