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총 3위 2021년까지는 부동의 2위였던 SK하이닉스 자소서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SK는 장학퀴즈를 만든 주인공으로 원래부터 인재에 관심이 많았죠. 교육과 투자 그리고 성장의 결실을 공유한다는 원칙을 선대 최종현 회장 때부터 지금까지 죽 지켜오고 있는 기업입니다. 우선 자소서 항목을 봐야죠. 결국은 내 경험과 생각을 말하는 거지만 그 경험과 사고의 범위는 자소서 항목이 정해주기 때문이죠. 물론 다른 지원자와 차별되는 자소서를 쓰려면 스토리텔링을 잘해야 하는 거고 이 부분은 아직까지는 챗 GTP보다 인간 컨설턴트가 경쟁력이 있을 겁니다. 모름지기 자소서에서는 3대 실, 진실, 성실, 절실이 드러나야 하는데 절실이라는 관점에서 인공지능은 아직 인간을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지원자는 꼭 붙고 싶다는 절실함을 가질수록 좋은 자소서를 쓰기 마련입니다. 모두 네 항목 4000자의 분량입니다.
1. 자발적으로 최고 수준의 목표를 세우고 끈질기게 성취한 경험에 대해 서술해 주십시오. (본인이 설정한 목표/ 목표의 수립과정/ 처음에 생각했던 목표 달성 가능성/ 수행과정에서 부딪힌 장애물 및 그때의 감정(생각)/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 노력/ 실제결과/ 경험의 진실성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잘 드러나도록 기술)(1000자)
2. 새로운 것을 접목하거나 남다른 아이디어를 통해 문제를 개선했던 경험에 대해 서술해 주십시오. (기존 방식과 본인이 시도한 방식의 차이/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계기/ 새로운 시도를 했을 때의 주변 반응/ 새로운 시도를 위해 감수해야 했던 점/ 구체적인 실행 과정 및 결과/ 경험의 진실성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잘 드러나도록 기술)(1000자)
3. 지원 분야와 관련하여 특정 영역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경험에 대해 서술해 주십시오. (전문성의 구체적 영역(예. 통계 분석)/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학습 과정/ 전문성 획득을 위해 투입한 시간 및 방법/ 습득한 지식 및 기술을 실전적으로 적용해 본 사례/ 전문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한 경험/ 전문성 향상을 위해 교류하고 있는 네트워크/ 경험의 진실성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잘 드러나도록 기술) (1000자)
4. 혼자 하기 어려운 일에서 다양한 자원 활용, 타인의 협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 내며, Teamwork를 발휘하여 공동의 목표 달성에 기여한 경험에 대해 서술해 주십시오. (관련된 사람들의 관계(예. 친구, 직장 동료) 및 역할/ 혼자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유/ 목표 설정 과정/ 자원(예. 사람, 자료 등) 활용 계획 및 행동/ 구성원들의 참여도 및 의견 차이/ 그에 대한 대응 및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한 구체적 행동/ 목표 달성 정도 및 본인의 기여도/ 경험의 진실성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잘 드러나도록 기술) (1000자)
키워드는 바로 나옵니다. 자발성, 창의성, 전문성, 팀워크입니다. 이 네 덕목은 사실 모든 기업에 필요한 거라 딱히 SK 하이닉스에만 해당하는 전문적인 문항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자소서에는 증거 즉 사례들만 담고 그저 열심히 일하겠다는 포부만 밝히면 될까요? 저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만 보면 SK하이닉스만의 고유의 문항이 있습니다. 바로 1번입니다. 가장 중요하니까 1번으로 배치했겠죠. 자발적으로 목표 세운 경험을 묻는 기업도 드문데 이를 끈질기게 성취한 과정까지 묻습니다. 사실 SK하이닉스는 이 1번 문항이 가장 까다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SK가 원하는 자발성이 장기적인 시계열을 가지라는 말로 이해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즉 1년 이하로 회사에 다닐 생각이 있다면 지원을 하지 말라는 뜻이죠. 서로가 서로에게 투자하는 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자는 일종의 계약서를 지원자에게 들이밀고 있는 겁니다. 자발성에서 장기지속적인 투자라는 관점을 이해해야 회사는 인재의 숲을 키우는 곳이고 여러분들은 인재임을 증명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자발성을 보여주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셈이죠. 자발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능동적이며 목표를 제대로 세우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단계별로 노력하는 끈기를 갖출 수밖에 없습니다. 목표는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를 나눠 단기는 실행 장기는 설계가 중요함을 깨닫고 하루하루 앞으로 전진하는 인재이죠. 이런 인재가 전공과 대학을 불문하고 믿고 뽑을 수 있는 인재라는 사실을 SK는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는 셈입니다. SK의 인재상도 제 분석을 뒷받침합니다.
“SK는 스스로의 행복을 바탕으로 자발적이고 의욕적으로 도전하는 패기 있는 인재를 찾습니다.”
결국 오래 일하는 지원자가 필요조건이고 창의성과 전문성은 충분조건임을 알 수 있죠. 그리고 팀워크는 대학 입시에서 보려는 인성과 같은 것으로 인성은 객관적인 하한선만 넘으면 모두가 만족하는 것으로 보겠다는 대학과 비슷한 견해를 SK도 갖고 있을 겁니다. 즉 팀워크는 팀워크를 보여주는 사례로 충분히 설득력이 있으면 넘어가고 그렇지 않을 경우 면접을 통해 거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셈이죠.
스스로의 행복을 강조하는 문화도 사실은 SK만의 문화입니다. 회사를 위해 일하지 말고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일하라는 뜻이니 이는 어찌 보면 상당히 센 표현이기도 합니다. 돈 벌기 위해, 대기업이라는 후광효과 때문이 아니라 회사와 일을 선택하는 기준이 본인의 행복일 때가 회사의 생산성도 가장 높아질 수 있음을 SK는 잘 알고 있다는 증거죠.
2~3번은 창의성과 전문성을 보여주는 경험 그 자체를 평가하려고 할 겁니다. 창의성은 결국 지원 분야에 맞는 창의성일 겁니다. 반도체 연구원의 창의성과 마케팅 업종의 창의성은 문명 다르죠. 전문성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당학과와 지원 분야가 일치하면 쓰기가 쉽고 그렇지 안다면 쓰기가 정말 괴로운 문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항을 쓰기가 괴롭다면 이렇게 생각하는 게 맞습니다. SK가 그룹 차원에서 제시한 인재상 과연 내가 이 회사를 다니면서 스스로 행복해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본인 스스로 회의적인 답변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심을 스스로 가져 볼 만하죠. 전공과 전혀 결이 다른 분야를 지원한다면 자소서를 쓰기 전에 미리 2~3학년 때부터 동아리 인턴십 공모전 등을 통해 필요한 경험들을 갖추어 나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할 겁니다. 그런데 자소서를 쓸 때 이를 후회한다면 이미 늦은 셈이죠. 그럼에도 꼭 써야 한다면 대학 시절 수업 때 들은 과목 중에서 지원 분야와 제일 가까운 과목을 골라 그 내용을 쓰는 게 그나마 유리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