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가 총액 기준 6위, 삼성 3사를 제외하면 4위에 이르는 국내 넘버 1 자동차 기업 현대자동차의 자소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현대자동차는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를 합치면 시가총액이 88조 원으로 SK 하이닉스(64조 원) 보다 많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3년째 18만 원대로 삼성전자 주식처럼 고전 중입니다. 27만 원에서 18만 원으로 빠진 거니까 9만 6800원에서 6만 3천 원 대로 빠진 삼전과 상황이 비슷합니다. 왜 실적은 좋은데 주가는 안 좋은 건지 동학개미는 물론 애널리스트들도 갸우뚱합니다. 기아차를 합칠 경우 내연차로는 세게 5위권, 전기차로는 세계 3위권인 실적에 비해 주가는 너무나 부진합니다. 결국은 많은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성장성에 의문을 품는다는 증거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는 대졸자와 취준생에게는 구원의 땅입니다. 자동차 산업이 워낙 중후 장대하고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곳이기에 선발 인원도 가장 많죠.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은 인력을 뽑죠.
현대자동차는 자소서를 직종 별로 다르기 쓰기 때문에 항목이 많습니다만 보통 3개입니다. 어떤 직종에서는 두 항목만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요. 이 세 항목이 가장 많이 쓰이지만 장단점을 물어보는 항목도 있고, 협업의 어려움을 쓰라는 직종, 관심 있게 들은 전공과목을 묻는 직종도 있습니다. 앞에 1번 대신에 아주 독특한 문항을 쓰는 직무도 있습니다.
What Makes You Move? 무엇이 당신을 움직이게 하는지 기술해 주십시오.
너를 움직이는 게 뭐냐고 노골적으로 묻는데 여기에 돈이라고 답할 지원자는 없을 겁니다. 우리는 돈이 모든 것을 움직이는 사회인 건 맞지만 노골적으로 돈을 밝히는 사회는 아닙니다. 겉과 속이 다르다고 할 수 있죠. 자소서나 면접 때는 사실 돈 이야기를 안 하는 게 좋습니다. 대신 도전이나 창의성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가 가장 걱정하는 인간관계를 키워드로 제시해야 합니다. 저라면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곳에 원서를 쓰게 됐다는 지원자도 회사는 좋아할 것 같습니다. 현대자동차보다 더 환경에 신경을 쓰는 기업이 있을까요? 전기차에 UAM에 로봇까지 다 탄소중립 녹색 성장과 연관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1번부터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고 쓰는 전략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표준적인 문항부터 살펴볼까요?
Q1,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대비하여 현대자동차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해 주십시오.
이 질문을 챗 GPT에 넣어 보았더니 다음과 같이 답변하네요.
“자동차 산업은 현재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등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의 자동차 산업에서는 생각도 못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자동차는 미래를 대비하여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과 혁신을 추구해야 합니다. 특히, 환경문제가 더욱 중요해지면서 친환경적이며 효율적인 자동차 개발이 필요합니다. 또한, 모빌리티 서비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등장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력도 필요합니다.”
변화라는 키워드로 시작해 그 변화의 구체적 양상 전기차 자율차 수소차 그리고 UAM까지 하나로 묶어 모빌리티라고 답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 정도는 챗GPT가 척척 답해줄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너무 뻔한 자소서가 된다는 게 문제죠. 저는 이런 뻔한 이야기를 특이하게 하려면 키워드를 연결 이런 식으로 인문학적으로 잡아가되 내용은 IT와 과학 기술을 담는 문이과 융합 전략이 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본인의 전공에 따라 다르게 가기 전략도 좋습니다. 로봇 전공이면 보스턴 타이내믹스, 항공우주공학이면 UAM 이런 식으로요.
두 번째 질문을 보면 묘하게 첫 번째 질문과 오버랩됩니다. 본인의 직무를 키워드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겠다는 거죠.
Q2. 본인이 지원한 직무를 한 가지 키워드로 설명하고, 직무에 지원한 동기 및 본인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서술해 주십시오.
써야 할 것은 직무를 키워드 하나로 설명하고, 동기 쓰고 차별화 포인트를 적으면 되니까 모두 세 단락 구성이네요. 얼마나 직무 이해도가 있는지를 보겠다는 거죠. 1번에서 회사 인재상과 비전에 맞는지를 따지겠다면 2번에서는 직무 적합성을 보겠다는 겁니다. 해당 직무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거기에 필요한 역량을 쓴 뒤 그 증거를 쓰면 됩니다. 가장 좋은 건 지원하는 부서에서 현업으로 일하는 사람의 말을 직접 들어보는 겁니다. 다행히 인터넷 블로그에 올려 있다면 그것을 참조하면 되지만 아닐 경우에는 줄을 대서 인터뷰를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Q3. 본인의 경험 중에 가장 효과적으로 구매한 경험을 기술해 주십시오. (자동차와 연관될수록 좋습니다.)
3번에 포르셰 타 본 경험, 테슬라 모델 S 타본 경험을 쓰는 건 어떨까요? 안 좋아할 것 같은데 실제 이들을 추격하는 현대자동차 입장에서는 이런 경험을 쓴 지원자를 마다할 리가 없습니다. 오너 자체가 새로운 것에 열려 있고 배우려고 하는 마인드가 강한데 왜 직원들에게서 귀중한 경험들을 숨기도록 하겠습니까? 꼭 자동차라고 해서 현대 자동차 경험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제가 볼 때는 과유불급입니다. 자동차 마니아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이 현대자동차이기 때문에 이 항목에서는 매니아틱 한 지원자들이 유리할 겁니다.
현대자동차는 현대차에 대한 로열티보다 자동차를 포함한 모빌리티에 대한 미래지향적 관심을 더 좋아하고, 무엇보다 직무 적합성을 중시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협업이 필수적인 직종에서는 협력의 경험을 물어보며 중요한 변별력의 도구로 보고 있죠. 하지만 인간관계가 조금 약해 보여도 자동차를 좋아하고 미래 모빌리티에 꽂혀 있는 공대생이라면 특별한 글솜씨 없이도 마음껏 필력을 자랑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현대자동차라는 사실은 자소서를 본 사람이면 누구나 느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