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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진상 Jun 23. 2023

인간에서 동물로 강등되려는 조폭의 칼빵 이야기 '강릉'

처음에 저는 강등이라고 잘못 읽었습니다. 그런데 틀어 보니 강릉이더군요. 그런데 강등으로 읽어도 무방한 영화였습니다. 2021년 개봉했을 때는 개봉 사실조차 몰랐던 영화가 넷플릭스 영화 차트 대한민국 2위입니다. 토르가 출연한 ‘익스트랙션 2’ 나오기 전에는 1위였습니다. 강릉은 강릉이 배경인 주제가 강등인 영화 맞더군요. 한국 영화는 극장에서 PC로 강등됐습니다. 필름 누아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배우이며 조폭 외에 다른 역을 맡으면 모든 게 어색해지는 배우 유오성과 주로 선역을 맡았던 장혁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이 드라마는 인간에서 살기 위해 동물로 스스로 강등한 채권 추김 및 살인 대행업자 장혁과 아무리 이익이 중요해도 그래도 우리는 인간이라며 동물로 강등을 거부하는 유오성이 선명한 선 악 구도를 보입니다. 

극장에서는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 영화가 넷플릭스에서 흥행 1위라는 건 현재 넷플릭스에는 영화가 볼 게 별로 없다는 뜻이 됩니다. 넷플릭스는 리밸런싱에 들어가 포트폴리오를 영화에서 드라마로 재편하는 중이죠. 넷플릭스는 콘텐츠 투자의 중심을 드라마에 두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누적 시간이 길수록 구독을 유지할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죠.

강릉의 옛 이름이 아스라라는 사실도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됐고 강릉이 정철이 이야기했듯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런 미향에서 칼로 죽고 죽이는 조폭들의 삶은 필름 누아르 그 자체죠. 누아르 하면 비열한 거리 아니면 친구 아니겠습니까? 유오성은 누아르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죠. 친구에서 물론 유오성은 가장 친한 친구 장동건을 죽입니다. 반면 비열한 거리의 조인성은 자신을 키운 윤제문을 죽이고 자신이 키운 진구에 의해 죽죠. 모두 칼로 벌어진 죽음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기도의 막이 내릴 때’에서는 어쩔 수 없이 딸을 위해 자신을 죽은 존재로 만들려는 아버지가 딸에게 죽여달라고 부탁하는 사례가 나옵니다. 자살을 위장해 죽으려는 그가 그녀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그래도 자신은 타 죽고 싶지는 않다는 말을 합니다. 사람들은 태어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없지만 죽는 방식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사실 어느 누구도 뼈와 살이 타는 고통을 숨아 넘어가지 전까지 느끼며 죽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익사도 그에 못지않게 끔찍한데, 익사와 타 죽는 것 중에 하나 선택하라면 그래도 익사일 겁니다. 

그런데 영화 ‘강릉’이나 ‘사냥개들’을 보면 정말 칼 맞아 죽는 것도 고통스럽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우리나라 조폭들이 쓰는 회칼은 사라믈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인마살상용 무기가 아닙니다. 회칼을 사용해 ‘킬러 : 죽어도 되는 어이’의 장혁이 했듯이 총으로 한 방에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칼로 죽을 때까지 찌르면서 죽이는 사람도 힘들도 죽어가는 사람은 더 힘들고 고통은 그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려울 겁니다. 이른바 칼빵이란 누아르 영화에서는, 특히 우리처럼 총기 소유가 허용 안 되는 나라에서는, 범죄자들 사이에서 흔히 보는 죽음이겠지만 보는 사람도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칼로 배를 찔리고 또 찔리는 영화 속 장면들은 정말 체험하고 싶지 않은 고통입니다. 

한국 조폭 영화는 이 칼빵과 칼빵의 근본적 이유인 배신을 빼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복수를 이익보다 먼저 생각한 유오성은 의리파로 끝까지 남으려고 하지만 유오성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장혁의 이 말 “너도 언젠가는 칼 맞아 죽을 거야”라는 말의 진리성이 사라지지 않죠. 프리츠 랑 감독이 히틀러를 피해 미국으로 도망 가 찍은 영화 제목처럼 “사형집행인도 언젠가는 죽습니.” 기요틴을 만든 기요틴도 기요틴에 의해 죽었듯 그리고 로마 시대 거의 모든 검투사가 콜로세움에서 죽은 것처럼 대한민국의 조폭은 실제 칼빵으로 죽거나 칼빵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살아갑니다. 내가 어느 순간 칼침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불안은 사실 실제 죽음만큼 긴 고통의 시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영화 마니아들이 특히 조폭, 누아르물에 빠져드는 이유는 이들이 본인은 필름 누아르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공포영화를 즐기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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