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작가이며 노벨 문학상 단골 후보(저는 2016년 밥 딜런이 아닌 필립 로스가 노벨상을 받을 거라 예상했었습니다.)로 결국 수상에 실패하고 2018년 영면에 들어간 유대인 소설가 필립 로스의 2004년작 ‘미국을 노린 음모’가 출간 19년 만에 한국에서 출간됐습니다. 일종의 대체역사 소설로 40년 미국 대산에 미국의 영웅이자 파시스트 찰스 린드버그가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3선에 도전하는 루스벨트 대통령을 꺾고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면 역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SF소설입니다.
찰스 린드버그는 당시 출마가 유력했지만 결국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출마했으면 정권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시 미국은 히틀러를 반대하는 유대인과 앵글로 색슨 연합에 린드버그 같은 독일계를 중심으로 유럽 전쟁에 중립을 취하자는 고립주의 진영으로 나눠 극심한 대립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린드버그는 히틀러에게 훈장을 받은 사실상의 나치였으며 루스벹트 직전까지 세 번 연속으로 정권을 잡았던 공화당의 하버트 후버 대통령 역시 독일계였습니다. 이전까지 미국 공화당 정부는 일본과 더 가까운 나라였죠. 린드버크는 대통령이 되고 소련을 침공한 히틀러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며 중국과 전쟁을 벌이는 일본도 공산당(당시 국민당도 실은 레닌주의 정당으로 소련의 후원을 받았습니다.)과 싸우는 정의의 군대로 묘사했습니다. 린드버그가 대통령이었다면 일본의 석유 수출 금지를 할 이유도 없고 중국은 미국이 돕지 않는 상태에서 일본에 의해 파상공세로 무너졌을 겁니다. 히틀러의 군대는 미국의 지원을 받지 못한 소련군을 쉽게 우랄 산맥 바깥으로 몰아 내 일본과 샌드위치 작전으로 세게를 일본과 함께 나누었을 가능성이 있죠. 만약에 린드버그 같은 독실한 인종주의자가 미국을 지배했다면 히틀러와 싸울 일도 없었을 겁니다. 일본은 여전히 아시아의 패자일 것이고 우리의 독립은 불가능했겠죠.
소설에서는 히틀러와 린드버그가 반 유대인 협약을 아이슬란드에서 체결하고 SS 일인자로 히틀러의 충견이었던 히믈러는 미국을 방문해 미국에서도 최종 해결책이 가능한지 총통의 밀서를 갖고 방문합니다. 반유대주의자이며 히틀러 빠인 그도 미국은 정치 지형 상 그것만큼은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죠. 당시 루스벨트가 이끄는 민주당이 야당으로 버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힘러는 그를 ‘새 가슴을 가진 외로운 독수리’로 묘사합니다. 결국 국제 유대인 테러 조직이 힌드버그를 납치하면서 42년 미국에 계엄령이 깔리는 일이 터집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린드버그가 비행기를 몰고 단독으로 히틀러를 만나러 간 것이 밝혀졌죠. 그리고 미국에서도 아우슈비츠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주인공 유대인 가족은 탈출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1943년 이후에는 역사는 어떻게 전개됐을까요? 미국은 극단적으로 분열하여 어쩌면 내전이 벌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소련을 점령한 히틀러와 중국을 굴복시킨 일본이 린드버그 정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개입해 미국의 내전이 국재적인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었겠죠. 어쩌면 필립 K 딕의 소설처럼 미국을 일본과 독일이 절반씩 나눠 미국이 분단되는 일도 벌어질 수 있었을 겁니다. 역사는 결국 히틀러의 편이 아닌 게 드러났지만, 필립 로스나 필립 K 딕의 상상력이 실현되었다면 인류의 미래는 정말 암울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소설 1984 못지않은 어두운 정치 디스토피아 소설로 필립 로스의 상상력과 글쓰기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미국의 목가’와 함께 그의 소설 중에서 가장 정치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책이라 정치 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