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키가 돌아왔다. 이번엔 인공지능 메간이다

by 신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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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사탄의 인형이라는 B급 영화가 대 히트했었죠. 시리즈가 9편까지 나왔죠. 사탄이 든 인형이 사람을 마구 죽이는 슬래셔 무비로 13일의 금요일의 당당한 후예였죠. 그런데 챗 GPT 시대에 맞게 처키가 새로운 얼굴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등장했습니다. 바로 120cm 인형으로 인간을 압도하는 이성과 괴력을 소유한 AF(인공 친구) 메간입니다.

메간은 딥 러닝과 인공지능이 알아서 학습하는 비지도 학습이 얼마나 위험한지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에서 탄생한 디스토파아 SF물을 잔인한 슬래셔 무비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데스티네이션 시리즈로 유명한 제임스 완이 각본을 썼죠.

메간이라는 인공지능은 처음에는 영화에서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어린 여자 아이에게 친구와 때로는 보호자 역할을 하며 다정다감한 존재로 탄생했습니다. 거의 인간과 같은 외모와 거의 양자 컴퓨터 수준의 연산 능력과 판단력 그리고 육체적 능력은 아직 먼 이야기지만 가즈오 이시구로가 쓴 소설 ‘클라라와 태양’처럼 조만간 휴머노이드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해 외동이들에게 형제와 친구 역할을 대신할 가능성은 얼마든 있습니다.

메간은 대화형 인공지능의 세상이 온 지금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일단 인공지능의 딜레마입니다. 일단 메간은 부모를 잃은 여자 아이를 끝까지 보호하라는 목적을 부여받습니다. 그 목적을 위해 어떤 수단을 써야 할지 판단은 스스로 내리게 되는 거죠. 그러자 메간은 그녀를 지킨다는 명복 아래 처음에는 이웃집 강아지를 죽이고 그 주인과 학교의 못된 친구 등 연이어 살인을 저지릅니다. 물론 인공지능의 코딩 시 인간이나 생물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코딩을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자의식이 비지도학습을 통해 생긴 인공지능이라면 얼마든지 사람을 속일 수도 있기에 목적을 위해 어떤 수단이든 사용하는 게 AI의 속성이고 이를 막을 방법이 있는가라는 문제는 좋은 토론 거리입니다.

메간은 킬러 로봇으로 개발되지 않은 인공지능도 결정권이 주어지면 얼마든지 킬러로봇으로 돌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의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설정하고 있죠. 인공지능에게 목표와 목적은 가르쳐도 도덕은 얼마나 가르치기 어려운지에서 이 영화는 근본적으로 회의적입니다. 도덕성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통제할 때는 통하지만 인공지능에게는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죠. 인간이 스스로 학습하는 지적 존재를 만들고 그 존재를 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환상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킬러 로봇을 예언한 사람은 이미 50년대 SF 소설에서 시작됐습니다. 필립 K 딕이죠. 그의 소설 ‘스크리머스’는 미소 냉전 시 미국은 어린아이 등의 외모를 한 로봇을 만들어내 소련 군 쪽에 보냅니다. 동정심을 이용하는 거죠. 사람들 사이에 섞인 이 아이는 갑자기 살상로봇으로 변해 모든 적을 죽인 뒤 결국 미군까지 공격하게 됩니다. 기술은 개발 당시에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대비책을 생각하지 않으면 언제든 양날의 칼이 되어 인간 자체를 파멸시킬 수도 있음을 이미 50년대 SF 소설에서 생생하게 드러낸 바 있죠. 그런 의미에서 메간은 80년대 공포 영화 처키의 화려한 부활을 선언하면서 동시에 인공지능의 어떤 부문을 인간들이 걱정해야 하는지 선견지명을 보여준 좋은 슬래셔 무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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