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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진상 Oct 27. 2023

바이오 벤처에게 속지 않는 10가지 방법 :드롭아웃

얼마 전 외신을 보니까 한 때 여자 스티브 잡스로 불리던 엘리자베스 홈스가 11년 형이 확정되고 감옥에 수감되었다는 뉴스가 보였습니다. 2034년 10월에 나온다고 하네요. 홈스는 혈액 한 방울이면 암 등 250개 병을 진단해 준다는 키트를 발명해 사진에서 보듯이 포브스 포춘지 등에 대서특필되고 올해의 여성 기업인으로 선정된 인물이기도 합니다. 디즈니플러스는 맘마 미아의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주연으로 그녀의 삶을 드라마로 반들었는데요, 볼만합니다. 특히 저처럼 바이오에 크게 물려 본 사람들은 투자 전에 이 드라마는 꼭 보라고 조언드리고 싶어요. 8부작 드라마에서 10개의 교훈을 만들어보았습니다.

1) 기술 개발은 연구진 마케팅은 CEO가 담당하는 회사를 조심하라

엘리자베스 홈즈는 학력이 스탠퍼드대 중퇴인데 대학 시절에는 공부를 잘했습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을 거론하며 부모에게 창업을 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러고 나서 드라마에서 그녀는 암이든 유전자든 자신이 주도하는 기술을 위해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기술진에게 기술을 맡겨 놓고 자신은 투자 및 마케팅을 책임지겠다는 건데 이런 회사는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연구를 잘하고 기술을 위해 고민에 고민을 하는 CEO가 벤처인 곳에 투자하는 게 맞습니다. 

2) 유명 정치인이 고문으로 있는 곳을 조심하라

홈즈는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와 쇼 맨 십을 갖춘 인물입니다. 그는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유명인물에게 척척 다가서죠. 그중에서는 레이건 때 국무부장관으로 냉전을 끝낸 조지 슐츠 전 장관도 있었습니다. 슐츠가 소련의 군사력은 잘 알겠지만 인간의 몸과 병에 대해서는 뭘 알고 있었을까요? 도대체 어떤 지식으로 그녀의 말을 검증했을까요? 그러나 그나마 테라노스의 인턴사원으로 근무했던 슐츠의 친 손자가 양심선언을 하는 바람에 최악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홈즈는 월 스트리트 저널이 자신을 저격하는 기사를 준비 중이자 월 스트리트 저널의 소유자 루퍼트 머독을 찾아가 1억 25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해 냅니다. 대단한 능력이죠. 

3) CEO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저 세상을 바꾸고 싶었을 뿐이었이라고 말하면 조심해라 

사실 연구는 뒷전이고 CEO가 연구 자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를 때 위기는 수시로 찾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CEO도 잘 모르는 기술이 성공할지 가장 의심하는 사람들은 사내 연구진일 겁니다. 그들이 숱하게 회사를 이직하면 당연히 회사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퍼질 겁니다. 그때마다 홈즈는 울면서 이렇게 항변합니다. “저는 그저 세상을 바꾸고 싶었을 뿐입니다.” 동정에 호소하는 이 전략에 넘어가면 절대 좋은 바이오를 고를 수 없습니다.

4) 인류가 아니라 애국심을 강조하면 그 또한 조심하라

조지 슐츠에 공화당의 거물 헨리 키신저를 영입하려고 한 홈즈는 회사 로고에 성조기를 깔면서 미국인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전략을 펼칩니다. 마치 과학에는 조국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는 황우석을 생각나게 만드는 애국심 마케팅입니다. 바이오 특히 암이나 당뇨 등의 질병은 인간을 괴롭히는 거지, 특정 국가의 국민을 괴롭히는 게 아닙니다. 이런 노이즈에 투자하는 CEO는 당연히 피해야 합니다. 

5) 여성 사회적 약자 소수자임을 강조하면 의심라라

홈즈는 미모의 백인 여성이라는 점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여성을 언론 인터뷰 등에서 수시로 활용하며 자신을 사회적 약자와 동일시하는 전략을 펼쳤습니다. 바이오가 만약 소수자만을 위해 일한다면 1억 명 당 한 명이 걸리는 그런 희귀 질환 정복에 큰돈을 쓰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소수가 치르는 유전 질환보다 더 시급한 게 많은 이가 처한 건강의 위협입니다. 소수자를 너무 강조하면 정치를 했어야지, 생명공학 벤처 CEO로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6) 신기술이 뭐냐고 물을 때 코카콜라 이야기 꺼내면 일단 의심하라

의심이 많은 벤처 개피탈은 이런 질문들을 합니다. 사실 테라노스에게는 아무 기술이 없이 계획만 있었을 뿐 직원을 채용하고 실험 도구 등을 만들고 이사진이 호화 생활을 하기 위해 투자금이 필요했습니다. 벤처 캐피털이 묻죠. 당신들의 신 기술이 뭐냐고? 그러자 홈즈는 코카콜라가 제조법 공개하는 것 봤냐고 따집니다. 이런 이야기 꺼내는 사람들은 진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고 앞으로도 가질 수 없는 사람입니다. 무조건 피해야 합니다.

7) 하버드를 팔면 무조건 의심라라

기술의 원리와 난관 등에 대해서 자유자재로 말할 수 있는 CEO가 아니라면 결국은 연구 대신 정치를 하려고 합니다. 홈즈도 미모와 유명세를 활용해 하버드의대 이사회에 진입을 시도합니다. 바이오가 하버드를 팔면 일단 의심부터 하는 게 맞습니다. 권위에 호소가 어찌 보면 바이오에서 가장 위험한 전략이죠.

8) 기사 한 방에 무너질 회사라면 절대 투자하지 말라

결국 월 스트리트 저널 기사 한 방에 테라노스는 무너졌습니다. 마치 PD수첩 한 방에 황우석이 날아갔던 것처럼 말이지요. 기사 한 방에 무너질 실력 없는 회사라면 절대 투자해서는 안 됩니다. 테라노스에게는 최고의 변호사(수임료 대신 지분을 요구한)가 있었지만 진실이 담긴 기사를 이기지는 못했습니다. 악재 한 방에 무너질 회사라면 몇 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9) 기밀 유지 서약서로 양심을 팔도록 유도하는 회사를 조심하라

결국 테라노스가 6년 간 사기 행각을 벌일 수 있었던 비결은 직원들의 기밀 유지 서약서로 철저하게 양심을 봉쇄했기 때문입니다. 연구 책임자는 그 부담 때문에 즉 양심과 서약 사이 갈등 때문에 자살을 했죠. 절대 양심이란 두 글자를 잃지 않는 그런 회사를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합니다.

10) 유리 천장 옆에 철의 여인이 있다고 말하면 믿지 말라

홈즈가 남긴 명언 중에 하나가 유리 천장 옆에 언제나 철의 여인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나온 말이죠. 그리고 마가렛 대처를 예로 듭니다. 그렇다면 홈즈는 정치를 하거나 로비스트를 했어야 합니다. CEO가 정치인처럼 굴 때 그것도 연구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바이오 기업에서 그런 CEO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면 무조건 피하는 게 큰 손실을 막는 방법입니다. 바이오는 정말 위험한 투자입니다. 정말 많이 공부해도 테라노스처럼 직원들이 양심선언하지 않는 이상 꼼짝업이 속아 넘어갈 수 있는 위험한 업종이라는 걸 디즈니의 ‘드롭아웃’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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