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진상 Oct 23. 2023

왜 요즘 일본인가? '일본이 온다' vs'위험한 일본책

올해 삼프로TV애서 가장 조회수가 높았던 동영상은 일본 경제 전문가이며 문재인 정부 비서실 중에 유일한 일본 전문가였던 서울대 국제 대학원 김현철 교수의 일본 관련 동영상입니다. 샘 앤 파커스에서 9월 출간된 ‘일본이 온다’의 광고 카피는 삼프로 TV 288 만 조회수입니다. 그는 일본에서 일본 경제 연구로 경영학 박사를 받았고 일본 대학에서 교편을 잡은 일본 전문가지만 일본에 대해서 대단히 비판적입니다. 그는 심지어 미중 갈등 뒤에 일본의 간계가 숨어 있다고까지 말하는 사람이죠. 그가 일본에 원래 비판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정확히는 2012년 아베 집권 이후 급속히 우경화하고 있는 현재의 일본을 비판합니다. 그는 ‘눈 떠보니 선진국’을 쓴 박태웅 저자와 서울대 경영대 동기생으로 그 당시 남들이 다 하는 미국 유학 대신 일본 유학을 선택했을 정도로 일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책을 보며 반일을 넘어 혐일을 지향하는 책으로 생각했는데 이는 오해였습니다. 

그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처음 시작한 곳도 일본, 20세기까지는 혁신하면 일본의 소니를 떠올릴 정도로 앞서갔던 일본 경제가 30년 동안 0%대의 경제 성장률을 보이며 사실상 나락으로 떨어진 이유를 허약한 리더십과 도전을 피하고 안정을 택한 일본 기업들의 판단 실수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저도 IT 기자 시절에 보도했던 NTT 도코모의 아이모드 서비스는 걸어 다니면서 휴대폰을 할 수 있는 서비스로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선보이기 5년도 전에 일보에서 시행되고 있던 서비스였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앞서가는 기술을 새계에 알리고 보급하는 데 서툴렀습니다. 그냥 내수 시장이 커서 만족해 버린 게 수출 아니면 모두가 굶어 죽는다는 위기 인식으로 죽을 각오로 달려든 한국 가업들에게 밀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죠. 

그리고 우리가 ADSL로 인터넷 속도 혁명을 추구할 때 일본은 충분한 기술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깔아 둔 ISDN에 만족해 초고속망으로 국가 전체를 인터넷 화 하는 데 한국에 밀렸습니다. 이른바 메몰비용의 오류와 갈라파고스 효과 때문에 일본 경제는 혁신의 기회에서 번번이 밀려난 것이 잃어버린 30년의 근본적 이유죠. 그러면서 사람들은 일본 하면 지는 해로 생각하며 미국 그리고 14억 시장에서 젓가락 한 세트만 팔아도 얼마냐라는 시각으로 중국에만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권이 바뀌면서 노 재팬 운동도 사라지고 소프트뱅크 소니 도요타 닌텐도느 물론 일본의 소부장 기업들에게까지 투자하는 일학 개미들은 물론 일본 채권 투자자 그리고 미국 주식을 일본 옌으로 사는 ETF 투자자들까지 크게 늘어 일본 다시 보기 운동이 다시 한번 일어나는 듯했습니다. 올해 한국 증시 미국 증시 동반 하락할 때 니케이는 그럭저럭 버텼죠. 그리고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ARM이라는 초대형 IPO를 이뤄내면서 일본이 밀리던 IT에서도 반격이 일어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지입니다. ARM은 IPO 가격인 50달러 대에서 헤어져 나오지 못하고 있고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마법도 여기까지인가라는 느낌을 줍니다. 일본 주식과 부동산이 올랐던 건 그동안 너무나 떨어졌기 때문에 일어나는 데드 캣 바운스라고 봐야죠. 

일본 경제가 정말 좋아진다는 증거가 없는데 왜 김현철 교수는 ‘일본이 온다;라는 책을 썼을까요? 책에도 그런 내용이 없고 저도 본 적이 없는데요. 그리고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와 갈등은 미국 정부가 결정하고 일본과 손을 잡는 모양새지, 미국이 일본 때문에 반중 노선을 걷는다는 증거 또한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같은 일본 전문가인 박훈 서울대 역사학부 교수가 쓴 ‘위험한 일본책’을 같이 보시는 게 좋습니다. 그 역시 일본사 전문가로 일본 유학파로 일본 대학에서 교편을 잡은 인물입니다. 그런데 그는 586 세대의 반일 선동에 대해서 극단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보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옹호하는 친일파의 길을 걷는 건 아니죠. 일본을 비판은 하되 일본의 장점 또한 베대로 봐야 하며 근거 없이 일본이 몰락할 것처럼 말하는 이들의 정치적 의도를 조심해야 한다는 거죠, 

그는 역사 학자로서 일본사는 나름대로 스캐일이 큰 역사로서 일본의 메이지 유신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일본이 분명 존재한다는 입장을 보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식민지 지배를 받던 나라가 식민지 국가에게 사과를 받거나 금전적 배상을 받은 사례는 한국 외에는 없다는 점을 근거로 일본을 과거사를 반성 못하는 비양심의 나라로 보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합니다. 사실 영국은 인도에게 프랑스는 베트남에게 미국은 필리핀에게 스페인은 멕시코에게 어떤 사과를 한 적도 없고 경제적으로 보상한 적도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알본이 온다 ‘의 저자인 김현철 교수도 박정희 정부가 한 일 수교 조건으로 받았던 3억 달러 그리고 전두환 정부 때 우리가 일본에게서 받았던 연 20억 달러의 차관은 실제로 우리가 날개를 다는 데 도움을 받았던 게 사실이니까요.

저도 일본에 관심이 많지만 20세기 같은 혁신이 일본에서 나와 일본이 기적적으로 재기하는 일은 쉽지 않을 거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일본 자체의 폐쇄성도 문제지만(일본인보다 한국인이 더 많은 숫자가 해외여행을 떠납니다.)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초고령 사회인 일본의 현실이 바뀔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는 70대가 가장 힘들다는 외환 딜러를 하는 경우가 있죠. 일본의 교육 시스템 인구 구조 기업의 체질 상 포스트 손정의가 나올 확률은 대단히 낮습니다. 한국도 벤처가 씨가 말랐지만 일본은 한국의 22개에 비해 단 한 곳의 유니콘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나라 20~30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반일 갑정이 약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일본은 귀여운 아날로그의 나라일 뿐입니다. 아날로그 속에서는 양자 컴퓨터 AI 등 미래를 끌고 갈 혁신이 나올 수가 없죠. 제가 볼 때 이미 일본은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꺾고 세계 관광 1위 대국이 되었죠. 그냥 일본은 여행하기 좋은 나라 그러나 일금이 너무 낮아 일하기에는 두담스러운 그런 나라가 되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이팔 전쟁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