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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진상 Oct 31. 2023

펜타닐은 어떻게 세계 최악의 암 진통제가 되었나?

넷플릭스의 화제작 ‘페인 허슬러’는 회사명과 사람명은 바뀌었지만 실제 있었던 사건을 기반의 유사 다큐 형식으로 미국을 망치는 펜타닐의 탄생과 확산을 다룬 작품입니다. 펜타닐은 죽음을 앞둔 말기 암 환자들은 그 고통 때문에 아편이나 헤로인이 무력하기에 즉 내성이 생겨버려서 그들에게만 처방됐던 약입니다. 한국 영화에서는 펜타닐을 뛰어넘는 마약이 자주 등장하지만 아직 펜타닐보다 중독성이 강한 마약은 없습니다. 필로폰보다 코카인, 코카인보다는 헤로인이 중독성이 강한데 펜타닐은 헤로인보다 중독성이 200배 강한 약으로 화학자들이 개발해 처음에는 메이요 클리닉 등 큰 병워에서 죽음을 앞두고 완화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제공됐죠. 그런데 영화애 등장하는 잔나(실제는 인시스라는 회사입니다.) 임상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미국 남부의 개업의(주로 중년 남성)를 영업 사원들에게 유혹을 시켜 처방전을 남발케 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사건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남 주인공은 캡틴 아메리카의 크리스 에반스 제약회사 사장은 앤디 가르시아 싱글 맘으로 의대는커녕 문턱에 가본 적이 없으면서 암 환자의 고통 운운하던 영업사원 역은 에밀리 블런트가 맡았습니다. 에밀리는 약력을 허위로 만들어 의료계 종사자로 이야기했지만 실은 고졸에 스트리퍼로 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녀가 결국 양삼을 택해 내부 고발자가 되어 FBI에 협조해 이 사기극의 전모가 밝혀집니다. 


이 영화에서 펜타닐은 혀에 뿌리는 분무제 진통제로 이름은 로나펜입니다. 앤디 가르시아가 경영하는 잔나 테라퓨틱스는 남성 의사들의 성적 취향(대부분은 젊은 여성들 선호, 5% 정도는 동성애남성)에 맞는 영업 사원을 고용해 수시로 설명회를 열며 스트레스에 절은 의사들을 쾌락과 욕망의 도가니에 빠드려버립니다. 구속된 게이 의사를 위해 남자 영업 사원을 같은 경찰서에 수감하게 해 오럴 섹스로 달래 주는 장면은 충격 그 자체죠. 모든 중년 남성들이 젊은 여성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어서 일부는 나이가 든 여성과 이야기가 통하는 걸 좋아할 수도 있어 50~60대 여성들도 영업 사원으로 선발했습니다. 이 여성들이 설명회 때마다 외치는 구호가 있었으니 “이 구역은 내 구역이다. 이 의사는 내 의사다”라고 합창하는 장면은 정말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정도였습니다. 의사에게 도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영화가 잘 보여주고 있죠. 애초에 스트레스에 약하고 쾌락과 유혹에 빠지기 쉬운 사람은 의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 결과 죽기 직전 아편에도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만 적용되어야 할 펜타닐이 편두통 환자에게까지 처방이 됐습니다. 그 약을 먹으면 말기 암 환자가 벌떡 일어나 가족과 같이 해변을 뜁니다. 영화는 환자 및 배우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이 삽입됐는데 이라크에 파견된 군인 어었던 말기 암 환자가 이제 살았다며 달리는 장면은 정말 웃픈 장면이었습니다. 회사는 이 장면까지만 촬영하죠. 그런데 조금 지나면 두뇌의 폭주로 그 자리에서 사망합니다. 진실은 감추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준 결과죠. 도대체 임상도 제대로 거치지 못한 이 약이 어떻게 이리 널리 유포돼 미국을 병들게 만들었을까요? 임상이 있기는 했습니다. 2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 1명만이 중독 현상을 보인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임상 대상자가 모두 4기 말기암 환자였다는 거죠. 이미 이들은 6개월 안에 죽을 운명이었고 중독을 보이기 전에 이미 암 때문에 죽은 상태였습니다. 이건 말이 안 되죠. 암 환자가 고통을 잠시 잊었다고 암이 정복된 것은 아닌데 잔나는 암을 정복했다고 과장 광고합니다. 의사들과 제약회사가의 모럴 해저드의 끝판왕인 셈이죠. 어떤 의사는 처방전 대상을 확대해서 일반인에게도 처방전을 써줄 테니 대신 약값의 25%를 리베이트 달라고 요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외운 의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건 정말 심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지난번 옥시코돈의 탐욕적 이면을 정면으로 비판한 시리즈물 ‘페인 킬러’에 이어 이번 ‘페인 허슬러’까지 미국에서 마약과 전쟁을 펼치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 약물 중독의 해답은 또 다른 약물이 아닙니다. 해답은 고통을 무조건 피하려고 하지 말고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미국인들이 깨닫는 길입니다. 무조건 힘들고 아프다고 병원에서 진통제를 처방받으려는 수요가 더 큰 문제죠. 언제나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는 겁니다. 특히 나쁜 것일수록 수요가 공급을 창출합니다. 그런데 세계에서 통제력이 가장 약하고 참을성이 가장 적은 미국인들을 그 길까지 넷플릭스가 인도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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