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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진상 Nov 03. 2023

공매도 금지 결국은 이루어지겠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은?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에서 밀리는 윤석열 정부가 포퓰리즘이라고 불리는 한이 있더라도 지지율만 끌어올린다면 가능한 모든 정책을 쓸 것으로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짐작된 바 있죠. 그때 저는 공매도 금지가 대표적인 수단이라고 보았습니다. 

공매도 금지는 1000만 개미들이 정말 강력하게 원하는 정책이었습니다. 동학개미들은 사실 이념성이 약하고 그냥 자기 이익 대로 움직이는 집단입니다. 지난 정권에서는 주가가 올라 야당을 지지했던 거고 원래부터 야성이 강한 건 아니었습니다. 부동산 투자자들이 지난 정부를 ㅁ비워하며 국힘을 지지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죠. 그래서 저는 코로나 이후 공매도 한시 금지가 해제된 2022년 6월 이후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것이 그동안 야당을 지지하던 20~30대 민심들이 돌아서게 된 결정적 이유라고 보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어차피 영끌로 대응하면 되지만 무너지는 시장에서 공매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개미들은 그냥 코스피 200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3배 ETF를 살뿐 종목별로 공매도를 실시할 수는 없었던 거죠. 현재 한국 시장에서 공매도의 경우 기관과 개미들의 비율이 99대 1입니다. 사실상 슈퍼 개미 외에 공매도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 정책이 발표되면 이념이고 나발이고 돈만 되면 무조건 찍겠다는 생각의 2030 투심을 움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20년 코로나 이후처럼 주가가 수직 상승할까요? 그건 속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때는 금리가 낮아 유동성 장세로 돈이 밀물처럼 주식 시장으로 들어왔지만 지금의 금리는 그럴 환경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한 가지 이유입니다. 즉 금리가 낮아지지 않는 한 빚을 내서라도 주식 시장에 뛰어들 개미가 더 이상 없다는 게 문제죠. 공매도가 금지되면 기관은 채권 외국 주식 선물 옵션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편성하면 됩니다. 공매도 금지 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간다고 생각하고 주가가 오히려 떨어지는 쪽에 베팅하면 12월 옵션 거래에서 풋 옵션을 대규모로 사면서 현물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러우 전쟁과 이팔 전쟁의 향배 등 지금의 주식은 실적 장세도 아니고 돌아가면서 오르고 떨어지는 순환매 장세도 아닌 매크로가 거의 모든 걸 결정하는 상황입니다. 지금 상황으로서 두 전쟁 모두 장기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내년 초 대만 선거에서 예상 대로 민진당이 승리할 경우 동아시아의 긴장 또한 높아져 피터 자이한이 예상한 인류 최악의 위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한국 증시는 전 말 나스닥에 영향을 받고 같은 날 1시간 늦게 열리는 홍콩 증시에 또 한 버 영향을 받아 내생변수보다 외생변수가 더욱더 주가를 많이 좌우한 지 오래됩니다. 외국 주식 시장이 안 좋은데 한국 증시만 공매도 금지라는 호재가 떴다고 해서 독야청정할 수는 없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 며칠 반짝이기만 하지만 추풍낙엽 그 자체였던 한국 증시에 일종의 가뭄의 단비처럼 공매도 한시적 규제는 주가 상승의 요인이 될 겁니다. 그런데 주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 전쟁이라는 초대형악재에 매파와 비둘기 파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미 연준의 불확실성, 연말 대주주들이 보유세를 줄이기 위해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현상 고객예탁금이 80조 원에서 50조 원에 조리복소니처럼 줄어들었다는 사실 등을 고려하면 주가는 오를 확률보다 떨어질 확률이 더 높아 보이는 건 진실입니다. 한국경제신문의 한시적 공매도 금지 단독 기사가 오늘 장세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으나 월요일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본 뒤 판단하시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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