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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 시장은 여전히 세력주가 판을 치는가?

by 신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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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특히 코스닥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자신이 사는 주식이 테마주를 넘어 세력주, 즉 작전이 들어간 주식이기를 바라는 경우가 솔직히 있으실 거예요. 급등주 따라가는 뇌동매매를 한 번도 안 해보신 분이 없으실 것이고 우리 모두가 솔직해진다면 정말 많은 개미 특히 고전에서 물려 비자발적 장기 투자를 하시는 많은 분들이 간절히 원하실 겁니다. 주식 시장에 지금도 작전 세력이 있을까요? ‘주가 급등 사유 없음’의 저자이며 오랜 기간 M&A 활동을 해온 주식 전문가 장지웅 씨의 답은 예스입니다. 그에 따르면 코스피 기업 중에서 1년에 5곳, 코스닥은 1년에 100여 개 정도의 세력이 아직도 활동 중이랍니다. 금감원이 아무리 촘촘히 감시하고 때로는 검찰까지 나서서 철저히 색출하려고 해도 탐욕의 아수라장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아마 서학 개미 중에 상당수는 여전히 작전 세력이 판을 치는 국내 주식 시장, 특히 바이오, 을 못 믿어 좀 더 투명하고 페어 한 미국 시장으로 가자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유튜버이자 성공한 개인 투자자 와조스키는 자신의 두 번째 책 ‘세력주 매매 공식;에서 세력주 가치 투자가 답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세력주는 몸통이 드러 니기는커녕 꼬리가 잡히는 일도 거의 없고 잡혀 봐야 증권사 직원 몇 명이 구속되는 경우가 전부이니까 실제 현재 세력이 진입해 작업에 들어갔다고 해도 내부자가 아니면 어떤 주식이 세력주인지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차트를 아무리 뚫어지게 본다고 해도 그 차트 속에 주식을 매집해서 올리는 세력들이 진짜 있는 건지, 아니면 호재와 기대감과 군중심리 때문에 올라가는 것인지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도 없죠.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주식 투자로 하루에도 199억씩 벌겠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죠.

다만 그동안 세력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이 가는 종목들의 차트를 보면서 세력의 습성을 연구하면 승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주식은 전쟁터로 승률을 높이는 일이 관건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력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죠. 우선 그들은 주식을 다량으로 매집해야 합니다. 지난해 엔씨소프트 주식을 하루에 5000억 원어치 산 개미처럼 티가 나게 할 리는 없죠. 사기를 치면서 내가 사기꾼 이하고 큰 소리를 외칠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매집할 때 세력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기란 거의 불가능하죠. 그들이 바보가 아니라 선수들인 이상 지금 보합 중인 주식이 그들이 조용히 매집 중인 주식일 겁니다. 와조스키는 말합니다. “장기 이평선이 수렴 단계일 때 급등이 나오는 주식은 세력의 매집 신호라고 보면 된다.” 또 한 가지 지지선이 분명히 있는 주식은 세력이 받쳐주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세력의 냄새를 따라 추격해 매수하는 단타 개미들을 세력이 어떻게 흔드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개미들이 따라 매집해 오면 차트를 깊게 누르고 망가뜨려 마치 회사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처럼 불안감을 조성합니다. 회사에 대한 악소문도 찌라시를 통해 퍼뜨리는 경우도 있죠. 조금씩 오르다가 가파란 하락이 오면 이는 세력의 장난이 있을 것이다라고 의심하는 게 좋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이런 추세를 보인다고 다 세력주는 아니겠죠. 하지만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세력주를 알아내는 또 한 가지 방법은 검색식을 만들어 수시로 확인해보는 겁니다. 아무 주식이나 세력이 개미들 털어 먹겠다고 달려들지는 않을 겁니다. 그 조건이 있겠지요. 와조스키는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합니다. 주당 가격 800~2만 원, 시가총액 700억~2000억입니다. 시총이 너무 큰 삼성전자 주식은 불가능하고 시총이 너무 작아도(500억 이하) 역시 대주주 비율과 기존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싸게 매집하기가 어렵습니다. 때로는 시총이 1조가 넘는 바이오 주식에도 세력은 붙지만 대부분은 이런 중소형주에 세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지요. 와조스키가 검색창에 수시로 입력하는 검색어는 시가총액 1000억 이상, 당일 20% 이상 급등, 전날 대비 거래량 700% 발생 순으로 넣어보면서 열심히 세력주를 찾습니다.

세력은 사기꾼들입니다. 차트를 속이는 일도 서슴지 않죠. 이른바 정배열되어 이평선이 단기부터 차근차근 장기까지 올라가면 매수 기회라는 사실은 차트를 조금이라도 공부하는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입니다. 정배열을 보면 개미들이 달려들겠죠. 그러면 이때다 싶은 세력들은 개미들에게 고점에서 주식을 넘기고 조용히 빠져나갑니다. 세력이 떠나는 시점을 아는 정확한 방법은 없지만 저자는 특히 롱바디 음봉을 조심하라고 합니다. 고점에서 물린 개미들은 물량 받이가 되어본 후에 “다시는 급등주 투자 안 한다”며 가치투자가 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저자는 세력에게 속지 않고 그들을 이용하라고 조언합니다. 세력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이 가치투자자들이죠. 그들은 주가가 떨어질 때 오히려 주식을 삽니다. 그래서 다시 주가가 올라가 세력들의 애초의 의도를 흔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세력주 가치 투자라는 독특한 투자법을 제시하는 듯합니다. 기치 투자를 하면서 세력주를 이용하라는 거죠. 세력주와 가치투자는 마치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형용모순으로 느껴지지만 한국 주식 시장이 특히 코스닥이 여전히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이 정말 급등주에 물려 본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런 걱정도 들어요. 한국 주식 시장이 커지고 선진국 시장에 가까워지면서 세력들이 개미들 뽕을 뽑을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드는 것 아닌가 라는 의문이죠. 그래서 이 책과 병행해서 앞에서 소개한 ‘주가 급등 사유 없음’을 읽으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저자는 가치투자 그것도 결코 쉬운 길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기술적 분석과 기본적 분석 대신 다른 해법을 제시합니다. “차트와 이동평균선 이전에 공시를 봐라.” 공시에 세력이 뒤에 있는지 없는지를 훤히 꿸 수 있다는 게 책의 요지입니다. 공시 분석을 통해 투자의 큰 그림을 기룰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목적으로 책을 쓴 것 같습니다. 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공시 외에도 익명의 차트와 재무제표 등을 함께 보여줍니다. 공시를 열심히 보면서 M&A 최대 주주 변경 CB BW 등의 메자닌 채권의 발행 이슈 등을 따라가다 보면 무엇이 세력인지 감별할 수 있는 분별력이 자연스레 키워진다는 거죠,

세력주에 편승하고 싶지만 물량받이로 장렬히 전사하고 싶은 개미는 이 세상에 없을 거예요, 한 번 크게 당한 개미는 정신을 차리고 외국인들이 주로 들어오는 대형주에 투자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일 겁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이 또한 세력이 파고들 수 있다고 하네요. 저자는 2000억 미만의 종목이 갑자기 외국인 보유량이 늘어나면 외국인의 순수한 자금이 투입된 게 아니라 신탁 계약을 맺은 외국계 창구를 통해서 세력이 매수 주문을 넣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도 사기죠. “봐 외국인이 들어와 안전해 어서 들어와.”

두 책의 차이는 또 있습니다. ‘세력주 매매 공식’은 세력주는 반드시 간다며 그들이 손해 보고 물러나는 일이 결코 없다고 주장하죠. 그러나 ‘주가 급등 사유 없음’의 저자에 따르면 세력이라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보통 100건의 세력이 들어간 작전주가 성공하는 확률은 15% 내외라고 하네요. 시장이 그만큼 커질수록 상황을 예측하고 통제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저는 증권사 친구들로부터 최소 이런 이야기를 한 번 이상은 들어본 것 같습니다. 작전에 참여해볼 생각 없냐는 유혹이죠. 물론 제 친구들은 대부분은 거절했지만 이 말은 정말 많은 세력, 명동 사채업자와 주식시장의 큰 손 그리고 M&A 전문가들은 빠지지 않죠, 들이 대한민국에 존재하고 그들이 한국 주식 특히 코스닥을 여전히 주도하고 있음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죠. 15%라는 낮은 수익률로 대한민국에 이 많은 세력들이 존재할 리가 없죠. 저는 이보다는 승률이 훨씬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두 권의 책은 국뽕으로 우리 주식 시장은 무조건 상향한다고 꿈과 기대만 키워주는 그런 이야기와는 결이 다릅니다. 그런 책들이나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 찬 유튜브만 봐서는 안 되고 이런 책도 사람들이 찾아 읽고 똑똑해져야 합니다. 개미들이 많이 읽고 똑똑해지면 세력의 성공확률은 점점 더 떨어질 것이고 우리 시장도 미국 시장처럼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이 될 수 있겠지요. 그러면 서학 개미들도 다시 돌아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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