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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버리고 시장을 떠나고 싶을 때 떠오르는 이름리버모어

by 신진상
제시 리버모어.jpg

세상에 제시 리버모어보다 극적인 삶을 산 투자자가 있을까요? 제시 리버모어는 소설 형식을 빌린 전기 ‘제시 리버모어의 회상’으로 지금도 여전히 인구에 회자되는 대공황 시절의 풍운아였는데요, 그는 1892년부터 대공황이 일어난 1929년까지 37년 동안 연복리 수익률로 무려 55%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버핏이 기록한 27%보다 두 배 가까이 높습니다.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가 하면 그가 처음 투자한 1달러가 37년이 지난 뒤에는 1천만 달러가 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에게 타임머신을 타고 1892년에 10달러를 빌려 준 뒤 이 돈으로 재산을 불려서 내게 돌려달라고 부탁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다시 한번 타임머신을 타고 29년 대공황 일어나기 전으로 가면 1억 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죠. 그는 29년 이후에는 투자를 하지 않았으니 그 후에는 은행 이자율만 따져야겠지요. 그러면 스무 배가 더 늘어납니다. 즉 2022년에는 50억 달러로 늘어나 있을 겁니다. 10 달러를 자식과 손주에게 50억 달러로 불려 물려줄 수 있다면 솔직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그냥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제시 리버모어에 대해서 놀라운 사실 한 가지 이런 세계 역사 최고의 투자자가 실은 자살로 인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죠. 일장춘몽, 구운몽에서 성진이 꾼 양소유의 꿈이 바로 리버모어의 삶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 최고의 투자자도 우울증의 최종 종착지 자살을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시 리버모어는 버핏처럼 장기 투자하는 가치 투자가 아니라 주식을 잠시 보유하고 빨리 파는 트레이더였습니다. 트레이더는 사실 도박이나 다름없죠. 그는 도박에도 끝내주는 실력을 발휘했는데요, 실제 그는 그가 방문한 모든 카지노로부터 출입 금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인생에서 했던 모든 내기에서 이겼습니다. 단 하나 자신의 생명에 대한 신과의 내기에서 진 거죠.

그는 월스트리트에서 돈 많이 번 사람이 흔히 갖는 두 가지 특성, 유대인이라는 혈통도 아니었고 좋은 대학이나 MBA 출신도 아니었습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흙수자로 고등학교 중퇴자였습니다.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너는 농장에서 내 일이나 도우라고 아버지가 등록금을 끊었죠. 농사가 끔찍이 싫어서 14살 때 주당 5달러를 받고 증권사에서 어깨너머 주식 브로커 영업을 배웁니다. 그는 비록 가방끈은 짧았지만 수학적 계산능력과 기억력은 정말 뛰어났습니다. 금방 주식의 메커니즘을 배웠죠, 그리고 그는 조지 소로스가 했듯이 거시 경제를 분석해 이를 주식의 수급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소위 단타를 꾸준히 했습니다. 원칙은 하나였습니다. 손실을 줄이고 수익은 최대한 오래 길게 끌고 가는 거죠. 그런 그도 두 번이나 깡통계좌를 찬 적이 있습니다. 깡통계좌가 인생의 끝은 아닌 거죠. 오늘 6억 투자 실패로 7명을 죽이고 체포된 슬픈 사건이 대구에서 일어났는데 그 범인이 리버모어를 읽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 궁금하네요. 사실 그는 투자의 지혜 말고 인생 자체에서 배울 것은 별로 없습니다. 그는 인생을 즐길 때는 한없이 한량 기질을 발휘하면서 폼생폼사로 살았죠. 당시 최고차의 대명사인 롤스 로이스를 여러 대 보유하고 있었으며 돈이 많은 남자들이 흔히 그렇듯 바람을 피우면서 두 번 이혼하고 세 번 결혼했죠. 포르노를 탐닉했던 그는 버핏 같은 도덕적인 부자와는 거리가 먼 20년대 광란의 시대에 맞는 부자로서 살았던 인물입니다. 그 시대엔 그와 같은 삶이 정답일 수 있었겠죠. 당시는 비행기가 대중화되기 전이어서 그는 기차로 여행을 했는데 그에게는 전용 기차와 선로가 있었을 정도입니다. 그는 수많은 명언을 남겼는데요, 그의 인생은 반면교사로 삼아야겠지만 투자자로서 촌철살인의 문구 몇 개는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저는 그가 남긴 수많은 명언 중에 이 두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투자자의 가장 큰 적은 내면에서 스며 나오는 지루함이다.”

“시장은 결코 틀리는 법이 없다. 틀리는 것은 사람의 의견이다.”

첫 번째 문장은 2021년 7월 이후 지루한 박스피 장세에서 고통받고 있는 대한민국 개미 특히 삼성전자 주식에 물리신 분들이 꼭 귀담아들으셔야 하는 내용입니다. 원래 코스피는 참을 수 없는 박스피의 지루함이었죠, 잠시 코로나 이후 변신하는 것 같더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함 때문에 다 던지고 지금 시장에서 나오시는 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결국 세력과 외국인들이 바라는 게 그거니까요. 시장과 맞서지 말고 지루함과 끝까지 싸울 것. 그것이 바로 인내심입니다. 인내심은 모든 위대한 투자자들이 강조하는 덕목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더 하면 바로 시장과 맞서지 말라는 가르침이죠. 지루함을 견뎌내는 것과 시장에 순응하는 것은 모순처럼 보이지만 사실 같은 이야기입니다. 시장과 맞서지 말고 시장의 흐름을 읽고 시장의 방향에 맞춰 갈 것. 일단 결정하면 자신을 믿고 항상 스릴을 느끼며 앞으로 죽죽 밀고 나아가라는 가르침입니다. 제시 리버모어처럼 살고 싶지는 않지만 제시 리버모어처럼 돈은 벌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그의 전기를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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