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오늘도 하락했네요. 장중에서 하 때 올해 신저가와 타이기록을 기록하기도 했죠. 6만 4500원에서 그 후 700원이 올라 6만 5200원으로 끝냈지만 700원 올라 신저가를 면했다고 하면 기존 삼전 주주들은 화가 발칵 날 겁니다. 삼전 주주들의 고통은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코스피가 떨어진 날은 여지없이 하락하고 코스피가 상승한 날도 삼성전자만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기관은 샀는데 외국인은 계속해서 팔고 있습니다. 거의 매일 개미와 외국인의 전쟁이 벌어지는 셈인데, 누구 말 대로 개미들이 지쳐서 포기하고 타월을 던질 때 그 순간부터 외국인들이 삼전 두식을 사기 시작해 주가가 오를 수도 있겠죠. 이 세상에 동학 개미만큼 불쌍한 이들도 없습니다. 대형주는 외국인들 때문에 중소형주는 세력과 승산 없는 싸움을 펼치며 악전고투하고 있죠.
저는 존 리 대표와 언론이 지어준 동학 개미라는 별명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애국을 강조할 수는 있겠지만 동학 개미는 실패한 농민 운동으로 당시 일본군 기관총에 30만 명가까운 농민군이 학살됐습니다. 저는 국뽕으로 위장한 돈에 대한 욕망을 대단히 경계하는 사람으로서 차라리 이름을 애국적으로 지으려면 명량 개미나 한산도 개미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수치상으로 삼성전자는 정말 좋은 기업이죠. 대차대조표나 현금흐름표나 EPS로나 PBR로나 PER이나 그 무슨 지표로도 지금 주가는 설명이 안 됩니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숫자를 중시하지만 스토리를 중시하기도 하죠. 현금을 120조 원이나 쌓아 놓고 있으면서 지금까지 새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실패한 것은 앞으로도 실패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즉 삼성전자에서 성장을 읽지 못한다는 이야기죠.
대한민국 국민이 삼성전자에 갖고 있는 애정과 믿음 또한 눈에 보이는 수치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우리들은 생각하는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그런 정성적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합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보면 영국의 위대한 투자자 짐 슐레이터가 한 이 말이 생각나요. 그는 자신의 투자법을 정리한 ‘줄루 주식 투자법’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코끼리는 빨리 달리지 않으며, 작은 기업이 아주 큰 기업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PEG가 1 이하인 기업을 선호한 짐 슐레이터는 중소형주로 큰돈을 번 사람입니다. 실제 그의 말 대로 삼성전자 주식은 코끼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주변에서 국장으로 돈 번 사람들은 삼성전자 주식으로 돈 번 게 아니라 바이오 게임 에너지 등 변동성이 심한 종목으로 돈을 번 경향이 있거든요. 제가 올린 포스팅 중에 유목민이 호재가 생길 때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사람들은 호구 개미뿐이라는 주장을 올렸는데 조회수가 많더라고요. 삼성전자에 물리신 분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았죠.
정말 삼성전자는 문제가 없는데도 외국인들 때문에 주가가 안 올라가는 걸까요? 여기서 다시 짐 슐레이터의 말을 인용해보죠.
“상대적 주가 실적이 열악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주식을 버려서는 안 되지만, 주가의 약세는 뭔가 잘못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걱정입니다. 삼성전자가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삼전 주식 보유자나 보유하지 않으신 분들이나 대부분 동의하시는데 뭔가 잘못된 게 아니라 잘못될 가능성이 앞으로 있다는 게 더 큰 걱정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유럽 방문 결과가 호재로 작용해 코끼리도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시원하게 증명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짐 슐레이터는 존 템플턴과 함께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투자자입니다. 노숙자를 멘토링해 줘서 그가 주식으로 노숙자 신세를 탈출하게 해 준 일화로도 유명하죠. 우리나라도 그와 같은 선행을 말로만 베풀지 말고 실제로도 행하는 투자자가 나왔으면 더더욱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