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레이 달리오가 예상하는 미중 전쟁의 승자는?

by 신진상
변화하는 세계 질서.jpeg

레이 달리오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투자자이자 명저자죠. 그는 세상이 움직이는 원리를 파악해서 법칙을 발견하고 이에 따른 투자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보는 시장은 성장률, 물가 상승률, 리스크 프리미엄 그리고 할인율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가 쓴 새 책 ‘변화하는 세계 질서’는 그의 저서들이 보여준 그동안의 장점 사이클 부채 시각화라는 세 키워드로 그가 거시 경제를 여전히 이해하고 있으며 그의 최신 관심사가 지정학으로까지 촉수를 넓혔다는 사실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바로 그 이유는 미중 전쟁 때문이죠. 그는 원래 사이클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이번 책에서 중국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역대 촤강대국의 흥망사를 연구하면서 사이클의 정점을 지난 기존 최강대국이 신흥 강대국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2차 세계 대전으로 결국 영국이 미국에 양보한 왕좌가 지금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을 설명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역사는 말해주고 있죠. 모든 제국은 쇠퇴하고 오래된 제국을 대체할 새로운 제국이 부상해 왔음을.

84년 중국을 처음 방문한 뒤 수많은 중국인들을 사귀며 그는 중국을 연구했죠. 그는 이데올로기에는 관심이 없는 실용주의자입니다. 중국의 2인자 왕치산의 오랜 친구이며 중국 정치국 회의에서 벌어지는 토론을 직접 체험한(제 생각에는 레이 달리오이니까 주어졌던 특혜였겠죠.) 그는 월 스트리트에서 소문난 친중파입니다. 70대에 자녀의 중국어 교육을 위해 싱가포르로 이민을 결심했던 짐 로저스보다 빨리 95년 아들을 중국으로 보내 중국어 공부를 시키기도 했죠. 전통적으로 월 스트리는 친중, 실리콘밸리는 반중의 정서가 강한 편인데 달리오는 그중에서도 노골적으로 친중입니다. 그는 그 사회의 맥락에서 모든 현상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상대 주의자입니다.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그도 인간의 기본권으로 옹호하지만 이와는 다른 정치체제와 문화 가치관이 중국을 지배한다고 해도 미국이 이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중국과 미국이 역사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서로의 것을 강요하면 그 결론은 갈등과 파국 끝에 전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이 벌일 갈등을 무역/경제전쟁, 기술전쟁, 지정학적 전쟁, 자본 전쟁, 군사 전쟁, 문화전쟁 등으로 구분했습니다. 이미 진행된 전쟁도 있고 앞으로 벌어질지도 모르는 전쟁도 있습니다. 기술전쟁과 무역전쟁 자본전쟁은 이미 시작했고 나머지는 가능성으로만 열려 있습니다. 일단 그는 기술전쟁의 승자가 군사 전쟁 지정학적 전쟁까지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전쟁이 기술전쟁임을 주장합니다. 그는 현재 스코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현재 미국은 기술 유형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부 영역에서 주도권을 잃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더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달리오가 중국이 앞서는 기술로 지정한 것이 바로 5G, 슈퍼컴퓨터, 암호화 기술, 양자컴퓨터 그리고 핀테크 등을 꼽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빅 데이터와 빅 AI, 빅 컴퓨팅을 결합하면 우수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지므로 중국은 관련 기술과 의사결정의 질을 미국보다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결국 시진핑의 독재 시스템이 빅 데이터와 만나면 AI에서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는 중국이 그동안 미국의 빅 태크에 의존했던 중국의 기술이 미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디커플링이 오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그는 기술전쟁에서 적어도 미국의 일방적 승리를 예견하지는 않는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가장 관심 있어하는 군사 전쟁은 어떻게 될까요? 중국은 대만을 공격하고 미국은 이 전쟁에 참전할까요?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는 게 달리오의 견해입니다. 그러나 대만이 중국을 침공하면 미국은 참전할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생각이 굳어져가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 참전하지 잃을 경우 잃는 게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완전히 잃고 한국이나 인도처럼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국가들이 대부분 중국 쪽으로 넘어갈 게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대만도 못 지키면서 우리는 어떻게 지켜주겠냐고 생각하겠죠. 미국은 절대 아시아에서 패권을 버리고 떠날 의지가 없기 때문에 결국은 개입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했습니다. 이를 아는 중국도 쉽게 대만 침공을 결정하지는 못하리라는 전망이죠. 미국이 가진 힘을 중국이 추월한다고 해도 중국이 반드시 미국을 이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국가는 덜 강력할지라도 집단적으로 더 강력한 국가 동맹에 무너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동맹이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결국 중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처럼 쉽게 대만을 치지는 못할 거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겠습니다. 미국이 가진 동맹의 힘을 중국은 여전히 무서워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대만 외에도 북한 인도 베트남 등에서도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대만 침공 가능성보다는 적지만 충분히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변수는 러시아입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정권일 때 상대적으로 미국과 가깝죠. 공화당은 일단 중국이 더 큰 적이니 러시아와 협력하고 중국 견제에 국력을 쏟아붓자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은 러시아의 침략주의를 절대 인정하지 못한다는 입장입니다. 그에 따라 민주당 정권일 때 러시아는 미국과 갈등이 증폭되죠. 그러면 역으로 러시아는 중국과 더 가까워집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일 뿐 동맹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만약에 미국에 민주당 정권이 장기 집권한다면(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0이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더욱 끈끈해지면서 국제적 힘의 균형은 반대추로 기울 수도 있게 해 줌은 분명한 삭실이죠.

책의 부록에는 컴퓨터로 향후 국력의 흐름을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이 탑재되어 있는데요, 컴퓨터는 미국은 사이클 상 퇴조기에 접어들었고 중국은 오름세에 있다는 점을 정확히 짚어 냅니다. 미국은 내부 무질서라는 강력한 위험에 처해 있지만 중국은 상대적으로 지방 정부의 부채가 문제가 되지는 내부 갈등에서 중국은 미국보다 유리한 입장입니다. 레이 달리오는 미국에서 내전이 일어날 확률을 30%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약점도 중국이 미국보다 적은 거죠. 짧으면 5년 길게는 10년 되면 지금의 미중이 중미로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컴퓨터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달리오는 어쩌면 미국은 중국과 전쟁하기 전에 먼저 내전에 돌입해 두 극단 간에 지독한 유혈 사태를 겪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달리오의 책을 읽으면 그가 경제로 시작해서 결국은 정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돈이 없으면 권력도 없고 권력이 없는 곳에 돈도 없기 마련입니다. 진정한 투자자라면 정치와 경제의 관계를 파악해서 세계가 돌아가는 작동 원리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응전략을 수시로 펴는 유연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조지 소로스 이후 최고의 매크로 투자자인 그는 몸소 보여주고 있죠.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삼국지 유비 조조 손권의 승률을 비교해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