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날, 비와 함께 시작된 하루
새벽 04 : 54분 첫 알람이 울렸다.
새벽 04 : 59분 두 번째 알람이 울렸다.
새벽 05 : 03분 세 번째 알람도 울렸다.
의식이 있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꺼버리고
다시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다 느껴진 이상한 불길한 고요한 정적.
문득 깨서 시계를 확인해 보니 5시 13분.
다행히 아직 여유가 있었다.
꾸역꾸역 몸을 일으켜 엉금엉금 걸어가며 잠을 깨웠다.
주방으로 달려가 육개장을 끓이고 남편의 아침밥을 챙겼다.
따뜻한 육개장의 맛에 정신이 돌아오는 나를 보며,
"왜 오늘따라 이렇게 일어나기 힘들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내 몸이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은 빨간 날이었다.
게다가 오랜만에 비가 내리는 날.
비가 오는 날은 이상할 만큼 몸이 무겁고,
침대가 더 달콤하다. 요즘 비 오는 날을 보는 일이
드문 만큼, 오늘 내리는 비는 반가웠다.
빗소리는 마음을 차분히 만들어주고,
도로는 깨끗하게 씻겨 내려간다.
예전에는 비가 싫었는데,
이제는 그 정화되는 느낌이 좋아졌다.
비 오는 날 특유의 분위기와 감성은
어쩐지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하지만 빨간 날이든 비가 오든 해야 할 일은 있다.
오늘은 쉬고 싶다는 나의 육체를 설득하며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다.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뻣뻣해진 몸을 위해 요가까지 할 계획이다.
빨간 날이라고 루틴을 놓을 순 없다.
며칠 전에는 창작 활동에 행복을 느낀다고 했는데,
막상 빨간 날이 오면 게을러지는 이 육체라니.
그래도 나는 내가 세운 규칙대로 움직인다.
비 내리는 오늘, 감성을 가득 품으면서도
부지런히 하루를 살아내기로 다짐한다.
비와 함께 시작된 빨간 날.
오늘도 내 하루는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