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했는데, 가장 잘 살아낸 하루

by 글림

적막함은
고요한 음악으로 천천히 채워보고,


고독함은
문장으로 조용히 옮겨본다.


떠오르는 영감은
바로바로 발행해야
계속 살아 숨 쉬는 글이 된다.


저장된 글들은
방치되고 또 방치되어
결국 나올 생각을 안 한다.

꽁꽁 숨어버려
관심 을 받지 못한 채,
영원히 오래된 서랍장 속
편지처럼 남아버린다.


스쳐 지나가던 기억 하나,
그냥 쓰고 싶던 생각 하나.


풍선처럼 날아오르기 전
손끝으로 붙잡아
오늘의 글감으로 남긴다.


이 정도면
오늘은 충분히 잘 살아낸 거지.


주말엔 아무것도 안 하기로 했던 나였기에,
스스로를 칭찬해 본다.


아침 골든타임에
책과 함께했더니
몸은 조금 뻐근하지만

천천히 걸으며

산책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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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 차가운 바람,
그래서 더 시원하고
맑은 공기가
내 안을 순환한다.


뛰어볼까?
잠깐 운동선수에 빙의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짜 선수처럼 달려본다.


잠잠하던 심장이
마구 요동치고
뜨거워짐을 느낀다.


헥헥, 멈춰도
심장은 좀처럼 고요해질 생각이 없다.


휴, 정말 힘들다.
그렇지만 개운해.


차가운 바람 속에서
땀은 뜨겁게 삐질삐질.


집에 돌아와
간단히 식사를 하고

사우나를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목욕 가방을 챙겨 다시 나선다.


따뜻한 물에
몸과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물속에 멍하니 잠기다

차가운 물로 세수할 때의
그 개운함.


두 시간이 지나 손가락은 쭈글쭈글.

아,나이가 들면 이런 손이겠지.
잠시 슬퍼졌다가
지금의 젊음에
조용히 감사해 본다.


집에 돌아오니
입이 심심한 모양이다.

야금야금
먹다 남은 치킨을 클리어.


하나 더 먹고 싶었지만
꾹 참아본다.


벌써 늦은 밤.

게 한 건 없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산책을 하고,
음악을 듣고,
사우나를 다녀왔다.


큰돈을 쓰지 않아도,
멀리 가지 않아도
이렇게
가장 행복한 하루가 된다.


하루를 마무리할 즈음
잠이 먼저 나를
꽉 안아주었다.


달콤한,
꿀잠.


그리고 다음 날
새벽 다섯 시쯤.
오늘은 조금 더
일찍 눈이 떠졌다.


새벽 요가로
몸을 깨우며
맑음에 맑음을 한 겹 더,
레이어링.


나는
맑은 사람이 되겠다.


서두르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시작.
기분이 먼저 웃어주는 아침.


오늘은 월요일.
월요일도,

행복하게.


-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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