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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다시 그려나가는 중입니다

by 글림

어릴 적부터 저는 ‘그리기’라는 세계 안에 살고 있었습니다.


흰 종이만 보면 펜을 들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선을 이어가며
세상에 나만의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공부보다 그림이 익숙한 학생이었다.
담임선생님의 놀란 눈빛과 "글림아 이거 네가 그린 거니?" 라는 말에
부끄러워하면서도 마음은 뿌듯하며 기쁨이 가득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다.

넉넉지 않은 형편 속에서, 오직 검정 펜 하나로
나만의 감정을 표현하며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림은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였어요.
거창하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그냥 좋았기에 계속 이어갔던 취미였습니다.


그러다 삶의 무게가 조금씩 어깨를 눌렀다.
일찍 취업하고, 일하고, 쉬고 힘든 날들이 반복되며
펜을 잡던 세번째 손가락 의 굳은살은 물컹해지더니 사라져가고
내가 사랑하던 책상은 잡동사니로 가득 차게 되며
종이와 펜, 내 흔적들은 조금씩 세상에서 지워져 가고야 말았죠.


reka-roman-5_XGaGfEePY-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Reka Roman


그렇게 10년.

어느 날, 다시 펜을 들었다.

펜을 잡으며 나는 다시 심장이 뜨거워짐을 느꼈고,


예전과는 다른 방식이었지만

내 안의 무언가는 여전히 그림을, 표현을,내 자아를
무엇보다 ‘나 자신’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는 다시 하나씩 나를 찾아가고 있어요.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내 눈에만 보이는 세상의 찰나를 사진또한 담아냅니다.

아무도 아직은 봐주지 않지만 괜찮아요

'내'가 봐주니까요.


“예술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찾게 해주고, 동시에 잊게 해준다.”

Thomas Merton


나를 위한 기록이니까.
30대인 지금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나에게 가장 충실할 수 있는 시간이지요.


세상이 아닌, 나를 위해
하루하루 다시 그려나가며,
마음속 공허함을 조금씩 메우며,
진짜 ‘나’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봅니다.


꾸준함이 나를 성장시킨다

-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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