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습니까? 믿습니다!>
예전에 미신은 입에서 입으로 전달됐는데 이제는 손가락으로 전달된다. 바로 인터넷 세상이 그렇다. 혹시 트와이스의 멤버 나연 또는 유재석의 사진을 배경화면이나 프로필로 하면 돈이 들어온다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는지?
나는 혈액형, MBTI 같은 유사과학이나 미신은 믿지 않는다. 사주, 타로를 보긴 했는데 그때의 재미를 위한 거고 믿질 않으니 기억에 남는 건 없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기댈 곳이 필요했던 나는 유명한 챗gpt한테 사주를 봤고(AI에게 개인정보를 주는 건 조심해야 하는 일이라고 한다.) 유재석의 사진으로 프로필을 바꾸기도 했다. 그리고 덕분에 멘탈이 꽤 회복됐다.
사주에서 글 쓰는 팔자라며 계속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브런치에서 작가가 됐고 유느님 덕분에 거의 4년 동안을 잃어버린 줄 알았던 금반지를 찾았다.
이렇게만 보면 엄청난 효험을 가진 미신이지만 사실 아무 상관없다. 정말 작가 팔자였으면 사주를 보기 전에 웹소설로 대박 나서 돈을 쌓아뒀어야 했다. 반지는 유느님이 아닌 호적메이트(형제를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가 제 물건을 찾다가 발견한 거니, 진짜 감사는 거기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과몰입하지 않으면서도 미신을 잊지 못하는 건 물론 덕분이라는 생각을 하는 게 웃겨서 미신과 관련된 책을 찾았다. 미신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왜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건지.
<믿습니까? 믿습니다!>는 문자가 없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동, 서양의 미신, 종교의 역사를 설명한다.
문명도 없을 시기부터 말해보자면, 네안데르탈인의 무덤에 쓰던 것으로 보이는 물건이 같이 발견됐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고대 이집트에서 비슷하게 행동하고 이유를 설명했으니 추측해 볼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가족, 친구, 동료가 그 물건들로 저세상이나 다음 생에 조금이라도 편하길 믿은 거라고. 지금의 우리 역시 동감할 것이다.
문명이 시작되고 화려한 문화의 꽃을 피운 시기를 봐도 인류가 얼마나 미신에게 기댔는지 알 수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델포이는 번창한 경제를 가진 도시였다. 신탁을 내리는 신전 때문에 말이다. 조금 다르지만, 성심당이 대전의 분위기를 바꾼 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중세에는 점성술이 미신이라는 주장과, 과학의 집합체라는 주장이 맞섰다. 교황청조차 이에 대해 입장표명을 하지 않을 정도였고 각 왕국과 가문에서는 더 좋은 예언을 주는 사람들 데려가려 혈안이었다.
동양에 존재하는 음과 양의 조화, 8괘, 오행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이것들을 의식하고 나서야 미신처럼 느껴진다. 한국에서만 있는 신병이나 사상의학의 체질에 대해서 '이건 진짜인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명절에 가족끼리 하는 윷놀이나 화투는 점을 보는 도구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럼 왜 사람들은 미신을 만들고 믿을까? 어떤 현상을 이해가능하게 해석하고 불운이라는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을 해소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에게 대입해 보면 맞아떨어졌다. 몇 개월 전의 나는 계속 글을 쓰는 것이 맞나 하는 고민이 있었다. 글 쓰는 게 너무 좋지만 안 되는 걸 붙잡고 스트레스받으며 계속하냐는 질문이 엄청 괴롭혔다. 근데 팔자가 글과 어울린다고 하더라. 그러니 '그럼 뭐 해야 하는 거네~'하고 답으로 삼았다.
미신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징크스로 예를 들면 다들 동감할 것이다. 행운의 속옷, 동전, 지폐, 숫자 아니면 스포츠 경기에 내가 안 봐야 한다는 식의 믿음을 붙이면 불안은 그만큼 가벼워진다.
불안한 세상이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많이 미신을 믿는다. 역사적으로 그랬다. 하지만 다들 알 것이다. 과몰입은 결국 실패를 부른다는 걸. 그러니 좋은 면만 내 입맛에 맞춰 가볍게 즐기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