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 미래>
잃어버린 줄 알았던 금반지를 4년 만에 찾았다. 그러자 금값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한다는 기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반 강제적으로 장기투자를 한 셈이긴 했으나 시기적절하게 팔 때가 된 걸까, 아니면 더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건가 헷갈렸다. 물론 나는 금반지, 그것도 실금반지를 가진 개미일 뿐이지만 금괴왕이 된 것처럼 신중해졌다. 그래서 금 투자에 관한 책을 찾았고 제임스 리카즈의 <금의 미래>를 읽었다.
책은 총 6장으로 이뤄져 있다. 1~5장은 왜 금에 투자해야 하며 실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고 6장은 그 금들을 어떻게 보관할지에 대한 것이다.
어느 전문가든 분산 투자를 강조한다. 저자 제임스 리카즈는 종목의 한 가지로 금을 골라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의 10프로를 투자하라고 한다. 하지만 이 투자는 주식에서 말하는 투자와는 다른 개념이다. 이해한 대로 말하자면, 옆에 끼고 살 수 있게 모으라는 거다.
2장의 '금은 돈이다'에서 금은 투자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금은 리스크가 없고 수익도 내지 않으니 투자가 아니다. 워런 버핏이 금은 수익을 내지 않으니 부의 증식 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금도 사두면 오르는데 왜 투자가 아니지?'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저자는 여기에 대해 명확히 짚는다. "물론 10년 세월이라면 금의 온스당 '달러 가격'은 엄청나게 변할 수도 있다. 이것은 달러의 문제지 금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금에 가치를 둔다. 과거에서 귀했고 지금도 귀하다. 내가 금으로 돈을 번 건 과거 100원에 살 수 있던 금이 현재 1만 원으로 살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여기서 금 자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못하는 금을 왜 가지고 있으라는 걸까? 불안정성 때문이다. 정치인의 한마디, 사소한 행동 때문에 주식이 출렁거리고 은행이 파산하면 돈을 돌려받기가 어렵다.
많은 거래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며 해킹의 위험도가 높아졌다. 그런 면에서 온라인 금 거래 역시 안전하지 않다. 해킹은 물론이고 패닉바잉, 많은 사람들이 패닉에 빠져 같은 타이밍에 금을 원한다면 온라인으로 구매해 둔 금은 당장 내 손에 떨어지지 않고 그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이제 가지고 있는 금을 관리할 때가 됐다. 이것들을 분산시켜야 한다. 집에 두고 은행도 못 믿겠지만 맡기고, 국내 및 해외 경비업체에도 맡겨야 한다.
여기까지 읽으니 로또 당첨도 안 됐는데 당첨된 뒤 어떻게 쓸 것인가 계획하는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고작 실반지 2개 가지고 있을 뿐인데.
저자는 비관적이고 경고적인 시각을 가진 경제학자로 평가받는다. 나에게는 그냥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손 쓸 수 없는 자연재해가 닥쳤을 때를 위한 라디오와 건전지는 기본으로 준비해 두는 철저한 할아버지. 정말 비관적이라면 금도 소용없다고 생각할 텐데, 금이 통용되는 세상은 존재한다고 여기는 것 아닌가.
세계 곳곳에서 전쟁은 일어났고 한반도는 언제나 불씨를 가지고 있다. 해킹 시도는 많고 대규모의 정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큰 지진이 났고 또 날 수 있다는 말이 마음을 스멀스멀 불안하게 만든다.
나는 금괴왕이 될 수 없고 손에 쥔 건 실반지 두 개뿐이다. 하지만 그것들로 이런 불안한 세상을 대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