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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반지의 본질은 반지지만 인간의 본질은, 모르겠다.

<금반지의 본질은 금이 아니라 구멍이다>

by 무아노


금반지를 찾고 신이 난 나는 금투자에 관한 책을 읽고 싶었다. 하지만 금이나 금투자에 관한 책은 너무 많아서 '금반지'라는 키워드로 검색했다. 그랬더니 나온 책이 <금반지의 본질은 금이 아니라 구멍이다>였다.

제목을 보자마자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금반지는 친구들과의 우정링이었다. 함께한, 그리고 함께할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생각하자는, 정도의 거창한 의미는 아니다.

그래도 의미가 부여된 몇 안 되는 물건인데 투자할 금으로만 봤던 걸 제대로 저격당한 기분이었다. 정말 양심이 찔렸다.

우선 읽으려고 마음먹었으니 <금의 미래>를 읽고, <금반지의 본질은 금이 아니라 구멍이다> 역시 읽었다.


저자 김홍탁은 세계 여러 광고제에서 수상 및 시상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마케팅 전문가다. 저자에 대해 알고 나니 왜 제목이 기가 막히는지 이해됐다.

'사회와 인간, 그리고 사물의 본질에 대한 김홍탁의 100가지 생각'으로 이뤄진 책은 크게 나눠보자면 마케팅, 정치, 스스로의 취향에 대한 것이다.


마케팅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이론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의 행동, 생각, 감정, 대화 등을 직접 관찰하고 경험하면서 얻는 통찰력이 중요하다는 것. 그걸 위해 많은 책을 읽고 여행을 떠나기를 강조한다. 또 창의력,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힘을 기르기 위한 철학과 인문학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마케팅 업계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조언들일 것 같다. 나에게 쓸모없다는 건 아니지만 문외한인 입장에서는 마케팅회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가 더 신기했다.

프로젝트당 값을 받는 건 그럴 것 같았다. 그런데 TV광고의 경우 나올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다고 하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물론 광고는 시기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여하간 잘 만든 작품이 있으면 앉아 돈 버는 구조인 것이다.


정치에 관해 많이 나오는 건 많은 회사, 공공기관을 만나서 그런 듯했다. 창의적인 시도를 하는 스타트업, 중소가 중소만이 아니라 더 클 수 있게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외부 전문가를 불러 아이디어는 받지만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공공기관들의 관성 때문에 발생하는 낭비를 지적한다.


2015년에 나온 책인데 여러 부분에서 공감이 가고 그때 바뀌어야 한다는 부분에서 아직 바뀌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또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 최근 책을 찾아봤다. 그런데 없었다. 나처럼 관계자가 아닌 사람이 알 수 있게 해주는 최근 기사도 없었다.

더 찾아보니, 몇 년 전 무혐의를 받은 정치 사건과의 연관성 때문인 듯했다. 사실 이런 에세이를 읽다 보면 작가와의 내적 친밀감이 쌓이는데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금반지의 본질을 찾아왔던 길에 결국은 인간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사물에 비해 인간의 본질은 너무 다양하다. 그건 오랜 시간을 봐도 모를 일이고 한 권의 책만으로 알기는 더욱 어려운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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