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교: 왜곡된 아프리카의 정신>
미드 <본즈>를 보면 가끔 황당한 장면이 나온다. 본즈가 휴가를 받았는데도 굳이 일을 찾아 떠난다. 아니, 왜 그러는 거야? 주변 사람들도 나처럼 어이없어하지만 그래야 본즈다운 거겠지. 애써 이해해 본다.
초반 시즌에서 본즈는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지역으로 일을 하러 가고 거기서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다. 흥미로운 건 이 사건이 부두교와 얽혀 있었다는 점이다.
부두교. 낯설면서도 익숙한 이름. 내가 아는 부두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그것이었다. 주술, 꼭두각시 인형, 저주. 그리고 어두운 분위기. 하지만 본즈는 그 편견을 깨뜨리려는 듯했다. 그렇다면 나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진 부두교의 이미지는 과연 진실일까?
관련된 책을 찾던 중 <부두교: 왜곡된 아프리카의 정신>을 발견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몰랐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부두교의 모습이 사실은 노예제도의 부산물이라는 사실을.
책은 아이티의 부두교에 대해 이야기한다. 노예제 속에서 백인들은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부두교를 악마화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두교는 백인들 때문에 유지될 수 있었다. 계속해서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노예들이 유입되는 데도 그들이 뿌리를 잃지 않도록 묶어주는 힘이 바로 이 종교였다. 그 과정에서 부두교는 점점 더 강해졌다.
책장을 덮고 나니 드라마와 영화 속 부두교의 모습이 떠올랐다. 흑마술, 피의 의식, 저주. 그러나 이는 단편적인 이미지에 불과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한국의 민속신앙, 심지어 가톨릭에도 우리를 두렵게 하는 요소는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 종교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부두교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는 신앙이 있고, 공동체가 있고, 역사와 문화가 있다. 이제, 부두교를 그저 ‘특별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종교로 바라보려 한다.
다만, 책을 읽으며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책에는 다양한 사진과 자료가 실려 있어 시각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정작 글 자체는 가독성이 좋지 않았다. 물론, 이 책의 초판이 1997년에 출간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에는 이런 서술 방식이 일반적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