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넘치는 글쓰기를 위한 아이디어>
글을 못 쓰는 건가? 최근 내 머릿속을 지배한 생각들이다. 나는 장르문학 작가 지망생이다. 세 번째 작품을 쓰고 있고 글을 써온 지도 4년째다. 하지만 여전히 "지망생"이라는 타이틀을 벗지 못했다. 그래도 요즘은 브런치에서 '작가'라는 말을 볼 때마다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는다.
글을 썼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 짧지 않다 보니 ‘장르문학은 쉽게 데뷔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진다. 정말 그럴까? 나만 이렇게 어려운 걸까? 이런 고민이 들 때마다 나는 작법서를 찾아 읽는다. 책 속에는 많은 ‘스승님’이 있고, 그들조차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하니 이상하게 위안이 된다.
그 고민 속에서 만난 책이 바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긴장감 넘치는 글쓰기를 위한 아이디어>다. 처음엔 작가의 이름을 보고도 잘 몰랐다. 그녀의 작품 중 내가 알고 있는 건 영화로 본 <캐롤>뿐이라서. 그런데 그 하이스미스가 소설이 아니라 작법서를 썼다고?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다.
이 책은 아이디어 얻기, 발전시키기, 경험 녹이기, 구상, 초고 등 글쓰기 과정 전반을 다룬다. 책 뒷면에는 핵심 내용을 요약한 팁이 정리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와닿았던 문장은 이것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즐거워야 할 사람은 결국 작가 자신이다."
내가 먼저 재미있어야 한다는 이 당연한 사실을 자꾸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썼던 글을 다시 읽어 보면 재미있다. 문제는 나만 재미있다는 건데, 우울해하지 말자. 작가는 그런 글도 쓰고, 유행을 따라가 보라고도 한다. 그래야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지치게 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꽤 위로가 되었다. 이제 완결을 내면 작가의 조언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작법서는 늘 좋은 자극이 된다. 시간이 지나 잊고 있던 팁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글을 쓰는 힘을 다시 불어넣어 준다. 그런데 이 책은 한 가지 더 특별한 점이 있다. 하이스미스는 책에서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예시로 든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에 대한 조언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들의 작품이 궁금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 덕분에 보든 딜, 코넬 울리치, 에드나 오브라이언 같은 작가들을 알게 됐다. 보든 딜은 국내 번역된 작품이 없고 코넬 울리치와 에드나 오브라이언의 책은 꽤 찾을 수 있다.
이름이 낯설지만 궁금한 마음에 <8월은 악마의 달>을 읽기 시작했다. 제목도 강렬하고 한때 금서로 지정된 적도 있다니 더욱 흥미로웠다. 반 정도 읽었는데 전개가 흥미로워 빨리 리뷰로 풀어내고 싶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긴장감 넘치는 글쓰기를 위한 아이디어>는 작법서로서 훌륭한 책이다. 단편, 장편 소설을 쓰는 사람이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때 읽으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