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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이 미술관으로 데려다주다

<방구석 미술관2>

by 무아노


경기도에서는 '천권으로 독서포인트'를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민이라면 책 구매, 대여, 일지나 리뷰작성 등등의 활동을 통해 살고 있는 지역의 포인트로 받는다. 포인트는 그 지역의 서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7월에 시작해서 9월 말까지 모은 독서포인트를 보태 책을 구매했다. 있는지 몰랐던 동네의 독립서점에서 말이다. 사실 책 값만큼 포인트를 모으진 못했는데 이른 구매를 한 건 여길 가고 싶어서였다.

초등학교 옆 골목,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에 위치한 독립서점은 역시나 작았다. 그래서 더욱 취향이 묻어나는 타인의 책장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책장 구경을 하면 대부분 제목과 표지만 보는데 이건 바로 살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마치 갤러리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고르는 것 같았다. 이런 표현을 하는 것은 내가 그곳에서 미술서적을 샀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를 읽어보려고 철학, 예술에 눈길을 줬다. 그런데 그 당시 철학 책을 읽으려 대출해 놓은 상태였고 책 띠지에 있는 "반 고흐는 아는데 왜 김환기는 모를까요?"라는 말이 공감되어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왔다.


『방구석 미술관 2』는 한국 현대미술의 화가들의 일생을 따라 그림을 설명해 준다. 제목 그대로 책을 읽고 있는 방구석에서 도슨트를 만나는 것이다.

책에서 안내하는 10명의 화가들 중 들어본 것은 5명, 거기서 그나마 아는지 따지면 더 줄어든다. 교과서에서 봤던 이중섭과 박수근, 백남준 3명이니 말이다.


"우리가 익히 봐왔다는 이유로 '잘 알고 있다' 여기는 수근의 그림. 단지 이미지의 껍데기만 슬쩍 봐왔던 것은 아닐까요?" p. 271


작가가 하는 말처럼 나는 3명의 화가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었다. '한민족을 소에 빗대어 자주 그리고, 평범한 민중의 모습을 그리고, TV로 작품 만들었다'였을 뿐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화가들의 일생을 알고 나니 그들에게 영감을 준 것이 왜 한반도의 자연,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일제통치를 받고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그들은 '우리'를 지켜나가고 싶었던 것이다.(백남준은 새로운 예술 창조, 천경자는 스스로에게 영감을 받았으므로 전부는 아니다.)


대한민국의 어려운 시간을 살아내면서도 한국의 멋을 담아내는 예술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화가들. 대부분 전쟁으로 작품이 많이 소실되고 몇 년을 공들인 작품이 팔리지 않아 거의 평생을 가난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며 예술은 참 어려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동안 그림을 그리는 모습에서는 같은 인간으로서 존경스럽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에 가면 오르세 미술관이 있습니다. 19세기 파리에서 태동한 근대미술을 상설 전시하고 있는 곳이죠. … 이처럼 19~21세기 한국미술의 전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근현대 미술관이 한국에 있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물론 전 세계 여행자들이 한국이 가진 문화적 역량을 체감해 보는 기회의 장이 되지 않을까요?" p. 8-9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 수원시립미술관에서는 ‘한국 근현대미술’ 전시를 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우리가 사랑하자 세계인이 많이 찾듯이, 미술관을 사랑하면 한국미술도 세계 속에서 더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방구석 미술관 2』는 미술관을 사랑하게 만드는 좋은 시작점이 된다. 방구석에서 책을 읽던 시간은 화가들의 예술이 결국 인간의 이야기임을 보여 주었고 책을 덮고 나서는 미술관을 찾아가고 싶게 만들었으니까.






그렇게 수원시립미술관을 찾았다. 주말의 수원은 붐빈다는 걸 알았지만 웬걸, 미술관 주차장은 꽉 찼고 그 주변에 날 위한 자리는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경기도서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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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를 살아가는 그림책 작가들의 작품을 만났다. 한국 현대미술 관람은 미뤄졌지만 방구석에서 시작한 미술 여행은 이렇게 이어졌다.


경기도서관 그림책 전시 <깃털과 이끼> 2025.10.2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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