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핑포인트>
조금 긴 이야기가 있다. 나는 아직까지 두바이 초콜릿을 안 먹어봤다. 유행하던 24년에 먹을 기회는 있었지만 먹지 못했다. 사실 안 먹었다는 게 맞겠지만. 여하간 어느 날 형제가 나에게 "너 두바이 초콜릿 관심 없지?"하고 물었다. "아니, 먹어보고 싶은데." 하자 당황해서는 누가 준다고 했는데 안 먹을 듯 해 안 받았다는 거였다. 아쉽지만 이 일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초콜릿 다음으로 두바이 쫀득 쿠키가 유행하자 헌혈의 집에서는 헌혈양을 늘리기 위해 두쫀쿠를 답례품으로 걸었다. 그리고 내 형제는 피를 뽑은 뒤 나에게 두쫀쿠를 주었다. 이거라도 먹어보라고 말이다. 잘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그에겐 꽤나 마음에 남은 모양이었다. 물론 겨울바람을 뚫고 오픈런해서 사줄 정도는 아니고 할 때가 된 헌혈을 통해서 준 거라도 참 고마웠다.
친구들에게 두쫀쿠를 먹어봤다고 말하고 유행과 관련된 일화들을 얘기하면서 문득 우리를 거쳐간 수많은 유행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찾은 책이 『티핑포인트』다.
유행은 어떻게 시작되는 걸까?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답을 먼저 알려주는 게 좋을 듯하다.
"그러니 어떤 면에서 허시파피(신발브랜드)는 운이 좋았다. 또한 수많은 패션트렌드가 미국의 주류에 진입하지 못한 이유들 중 하나는 아마 순전히 운이 나빠서 커넥터의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p.72
"<야야 자매단의 신성한 비밀>이 유행을 탄 이유는 무엇일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답은 매우 간단해 보인다." p.213-214
책을 덮고 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유행은 먼저 일어나고 이유는 나중에 분석 가능하다는 것.
모든 분야, 음식, 영화, 책, 패션 등에서 좋은 것을 담아낸다. 안 좋은 걸 내밀고 사달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안 좋아 보여도 제작자 눈에는 좋아 보일 수 있으니...)
상향평준화된 것들은 '커넥터', '메이븐', '세일즈맨'에게 선택받아야 하고 적절한 상황도 따라주면 유행이 된다.
커넥터(connector)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국버전으로 하자면 인싸, 뮤지컬배우이자 방송인 김호영을 예로 들 수 있다. 많은 사람을 아는 커넥터는 무언가의 쓰임새를 제대로 알아줄 사람을 알고 있다.
메이븐(maven)은 지식을 축적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서 쓰이는 건 마니아, 덕후, 전문 리뷰어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남들보다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공유하는 걸 기쁨으로 느끼는 사람들.
세일즈맨(salesman)은 직업도 있지만 미묘한 신호로 사람들을 잘 설득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회적 유행에서 중요한 사람이 커넥터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p.76
넓은 인맥으로 무언가를 추천해도 그게 다 먹히지는 않는다.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지만 상대방은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모든 요소가 잘 결합되어야 주변사람들에게 퍼져나갈 수 있고 새로운 것에 대한 반감이 수용으로 변한다.
『티핑포인트』'이렇게 하면 유행시킬 수 있다!' 하는 족집게가 아니다. 성공한 법칙은 알려주지만 그게 모든 것에 적용된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막연하던 유행의 시작에 대해 운과 사람, 그리고 상황이라는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단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