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나는 대부분의 유행에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그사세'라며 선을 긋는 건 아니다. 그저 유행을 얻기 위해 애써 시간을 쓰지 않을 뿐이다. 대신 주변에 유행에 편승한 사람이 있으면 어떤지 듣는 건 좋아한다.
유행으로 주제를 정하니 관련된 많은 책이 있었다. 그중『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는 사실 내가 알고 있는 유행어, 신조어, 밈을 설명한다 해서 흥미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어떤 단어가 새로 생겨난다는 건 언젠가 사라질 거라는 뜻이다. 어떤 단어가 유행한다는 것 역시 언젠가 유행이 끝나고 사라질 거라는 뜻이고. (중략) 마찬가지로 언젠가 유행이 끝난다거나 사라질 거라는 사실이 어떤 단어를, 그리고 그 단어에 대해 생각하는 일을 무의미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9
서문의 말이 나를 붙들었다. 왜냐하면 이제야 유행에 대한 내 태도를 말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나는 관심을 주고 난 뒤 헤어지는 걸 어려워하는 편인데 유행이라는 건 대부분 짧은 시간 동안 그런 이별을 반복하지 않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한 문단만으로 이미 작가와 가까워졌고 책을 읽고 있었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어원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존버'는 '존나 버티기'로 알고 있었는데 '존나 버로우'로 생겨났다고 보는 설도 있다고 한다. 어라라? 게임 스타그래프트의 기술 중 하나인 버로우를 존나라는 단어와 같이 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때를 기다린다는 의미로 비슷하게 썼었다.
'손절'은 인간관계에서의 단절로 쓰고 있는데 이게 주식 용어인 손절매에서 왔다는 건 전혀 몰랐었다. '밈'도 진화생물학에서 나온 전문 용어였고.
"문화는 공기와 같아서, 공기의 존재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가 숨 쉬는 문화의 정체를 잘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상황에 걸맞는 단어를 찾아 헤매다가 사라질뻔한 걸 끄집어내고 다른 분야에서 쓰던 걸 차용하는 것이다. '플렉스', '비혼', '인싸와 아싸'같은 게 책에서 말하는 다른 예시다. 하지만 오히려 구분 지어 딱지를 붙이기 위해 악의를 가지고 만들어낸 것들도 있다. '흙수저', '틀딱', '맘충', '휴거, 빌거'가 이에 해당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를 뜨겁게 달구던 기분 나쁜 단어들은 이제 많이 잊힌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된다. 작가가 책에서 내내 말하는 대로, 단어라는 건 사회를 비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 서평가인 작가의 폭넓은 인용을 보여주면서도 에세이 특유의 솔직함을 잃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신조어의 어원을 차분히 짚어가는 과정 역시 좋았다. 그 과정에서 안다고 자만했던 단어들 앞에서 괜히 멋쩍어졌고 덕분에 조금은 겸손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