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거주불능 지구>
거의 7년 동안 쓴 안경은 금도 가고 색이 바랬다. 바꾸기로 결심하고 오랜만에 검사를 받았다. 시력이 조금 떨어졌을 거란 예상을 했지만, 약간의 난시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난시라니, 내가 난시라니!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고통받던 두통과 밤운전이 어렵던 이유를 찾은 것 같아서 금세 검사받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나빠졌으니 관리를 하고 싶어졌다. 시력 복귀 훈련, 눈이 좋아지는 습관에 관한 책을 읽었다. 스마트폰, 컴퓨터, 책 멀리하기, 영양제나 당근을 먹고 결명자차 마시기, 한의학으로 치료하기, 렌즈 삽입술처럼 다양한 방법을 알 수 있는 책들을 읽었다. 하지만 리뷰나 서평에는 안 맞다 생각해 다른 책을 찾았고, 『2050 거주불능 지구-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는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를 읽게 됐다.
제목에 2050이 들어갔지만 앞으로 다가올 무시무시한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는 기후재난을 겪고 있으니 말이다. 1부 '이것은 자연재해가 아니다'에서 이런 사실을 다룬다.
"오늘날 우리가 곳곳에서 목격하는 재난은 미래에 지구온난화가 초래할 재난에 비하면 최상의 시나리오나 다름없다." p.39
초대형 산불, 홍수, 산사태, 태풍, 허리케인. 다양한 재난이 우리를 덮치고 있다. 아무래도 미국 작가이다 보니 책에선 미국과 유럽의 피해 사례가 세세하게 나오지만 한국도 큰 산불과 홍수를 자주 겪고 있으니 공감하기에 충분하다.
2부에서는 12가지 기후재난에 대해서, 3부는 기후변화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4부에서 우리가 이 시대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지 말하고 있다.
사실 기후재난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쉽지 않다. 우린 죄책감을 느끼고 싶어 하지 않으며 걱정을 늘리는 것도 싫어한다. 심각한 일이라는 건 알지만 머리 맞대고 떠든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작가는 회의론자, 허무주의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녹색에너지와 탄소포집 기술이 모든 걸 해결해 줄거란 지나친 낙관론자가 되라는 건 아니다.
"추측건대 방법이 하나밖에 없지는 않을 것이다. (중략) 기후변화의 잔혹함조차 사실 인류가 지난 힘을 돋보이게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온 세계로 하여금 한 사람으로서 행동하도록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p. 342
불편하고 두려워도 얘기를 하면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그 능력이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오게 해 줬을 테니까.
내가 시력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건 방만함도 있지만 안경을 바꾸면 이전 것은 처지곤란인 쓰레기가 되기 때문이었다. 예비용이라고 하지만 사실 다시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지고 있는 옷, 소형 전자기기, 이불 등등 모아보면 한가득이다.
'난시'라는 키워드로 우연히 찾은 『2050 거주불능 지구-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는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는 그렇기에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불편함과 죄책감을 마주하고 싶었고, 이 책은 그럴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물론 읽기 편한 책이라고 하기 어렵다. 숫자, 연구기관, 외국인의 이름이 많이 나오면서 집중력 저하를 일으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난 뒤 독자들이 기후재난에 대해 '한 사람'처럼 생각하게 될 테니 읽을 가치는 분명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