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지게

by 강쌍용

아버지의 지게


지금은 사라져 좀처럼 보기 힘든 지게를 얼마 전에 볼 수 있었다. 시골에서 마땅한 운송 수단이 변변치 못하던 시절 지게는 듬직한 역할을 했다. 맨 지게는 산에서 구한 땔감을 나르거나 가마니의 짐을 나르는데 요긴하게 쓰였다. 밭에서 수확한 고구마나 양파 또는 마늘을 나를 때면 바지게를 걸쳤다. 싸릿대를 엮어서 만든 바지게는 한층 많이 담을 수 있어 효률적이었다. 담은 물건이 떨어질 염려가 없으니 쉽게 빨리 나를 수 있었다. 바지게에 한가득 짐을 싣고 걸어가는 모습을 뒤에서 보노라면 마치 가분다리(진드기를 말함)가 소를 지고 가는 것 같았다. 좁은 비탈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용케 짐을 날랐다. 어깨에 짊어진 짐의 크기나 모양에 따라서 지게에 대한 숙련의 정도도 대충 알 수 있었다. 아버지의 지게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렇다고 짐의 양도 적은 것이 아니었다. 늘 일정한 보폭과 속도를 유지했다. 가끔 아버지의 지게를 대신 질 때도 있었다. 짐을 덜어드리려는 마음에 지게를 메 보지만 몸은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그래도 이 시간만큼 아버지는 잠시나마 지게를 벗고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땀을 닦던 아버지의 양어깨에 그어진 벌건 지게 자국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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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의 꼭대기 부분은 반질반질 윤이 났다. 지게를 세우고 잡느라 아버지의 손때가 하도 묻었기 때문이다. 지게가 넘어지지 않게 받치는 것이 지게 작대기다. 무게를 지탱해야 하니 실해야 했다. 물푸레나무나 박달나무의 가지를 적당히 잘라 사용하면 제격이었다. 지게에 짐을 잔뜩 싣고 일어설 때는 작대기를 디디면 한결 수월했다. 무게의 중심이 위에 있다 보니 좌우로 흔들릴 때는 몸의 균형을 잡는데 요긴하게 쓰였다. 짐을 풀고 빈 지게로 돌아올 때는 골프채로 변했다. 밭고랑에 만만한 돌이 보이면 지게 작대기를 마음껏 휘둘렀다. 딱! 하고 부딪치는 순간 손으로 전해오는 얼얼한 전율은 전신을 마비시켜 버릴 듯 짜릿했다. 돌멩이는 제멋대로 날아가 떨어지고 싶은 자리에 떨어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돌멩이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지게가 더 많은 짐을 나를 수 있어 능률적이긴 하지만 온몸으로 지탱해야 하는 일이니, 고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고를 덜어주었던 지게를 보면 오히려 아버지의 등을 짓눌렀든 삶의 육중함이 생각난다. 그만큼 아버지의 일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지게를 보며 지금 나는 얼마만큼의 무게를 양어깨에 지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본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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